나는 엄마가 힘들다 -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딸들을 위한 모녀 심리학
사이토 다마키 외 지음, 전경아 옮김 / 책세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애자>를 엄마랑 같이 관람하면서 '꼭 우리 얘기같다, 그치?'라며 킥킥댔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버겁게, 어느 땐 히틀러보다 더 독단적으로, 그러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존재가 엄마가 아닌가 싶다. 보통의 딸들은 이렇듯 애증의 삶을 오가며 살고 있을 듯 하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나 풍습 때문도 아니고 서양이나 동양의 다른 문화권 모녀관계라고해서 특별할 것이 있겠나 싶었는데, <나는 엄마가 힘들다>를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  

 



언젠가 중국더빙판으로 방영되는 일본 드라마인 <이구아나의 딸>을 본 적이 있다. 소녀소녀한 여배우 칸노 미호가 맡은 역할이 답답하면서도 너무 불쌍해서 곁에 있었다면 그냥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버려'라고 버럭 소리질러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이야기를 만든 '하기오 모토'의 어머니는 신경이 예민하고 통제형인 유형이었다. 툭하면 화내는 외할머니를 닮아 화를 주체하지 못했던 어머니는 만화가가 된 그녀의 직업을 두고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 상처를 준 듯 했다.



또 <8일째 매미>를 쓴 '가쿠타 미쓰요'는 엄마와의 거리를 좁혔다 늘렸다하면서 엄마의 컨트롤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후회하는 엄마'와 '끝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작품 속에서 모성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털어놓고 있다.

 

 

교수이자 작가인 '사이토 다마키' 가 만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모녀간의 갈등조차 작품 속에 녹여내는 그녀들은 '모자와 모녀의 차이','나의 일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로 인한 상처','약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적의 지위를 누리는 엄마들','무서운 엄마'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그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딸로 태어나 자란 내겐 '딸의 입장'으로 읽힌 이 글이 누군가에겐 '딸과 엄마'의 양쪽 입장 모두로 읽혔으리라.....! 그들의 공감지수 폭은 훨씬 넓었을까.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로 옳아매어진 딸의 인생은 불행하다. 얼마전 카페에서 전해들은 누군가의 가정사에서처럼. 효도, 죄책감 그리고 살고싶다는 열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질해야하는 삶이 행복할 리가 없다. 병들어가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동안은 단절하는 편이 서로에게 훨씬 좋다고 의견을 전달하긴 했지만 선택은 본인의 몫일 수 밖에 없다.

 

 

남녀관계에만 밀당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를 늘였다 좁혔다하며 살아가는 지혜도 필요했다. 살아보니 그랬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밀당이 필요하다. 여우처럼 때로는 곰처럼.



엄마라는 고민은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서점가에서 좋은 책들을 참 많이 발견했다.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테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리라.


나이만 먹은 사람이 아닌 성장한 어른과 대화를 나누듯 의미읽게 읽힌 이 책이 이번주 읽었던 그 어떤 인문학 서적보다 내용면에서 좋았다. 재미난 소설을 밀쳐두고 먼저 펼쳐들었을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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