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증오해야 할 상대가 아무도 없는 고독과
증오해야 할 대상이 있는 불행을
과연 같은 저울에 달 수 있을까?
p76

 

 

 

 

 

저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생각을 돈주고 구매했다. 써놓고 보니 참 이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그런데 때로는 타인의 생각이 인문학적 지식보다 훨씬 더 인생팁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인 사노 요코의 공감 에세이를 지난 주 내내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어디에서나 펼쳐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외치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듣게 된다. 공감의 제스추어도 반대의 의견도 잠시 미룬 채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면 굳이 'no'를 어필하거나 내 의견 따위를 덧대어 말하고 싶어하는 상대의 입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속시원하게 쏟아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자칫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면 '꼰대의 불필요한 충고'처럼 인식될까봐 그 부분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시대, 다른 세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겐 올드해 보일 수 있으므로. 그리고 현명한 인간이라면 실수를 해도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나가면서 인생을 슬기롭게 잘 헤쳐가 줄 것이라고 믿고 있으므로. 단지 지금 이 순간 그 답답증을 해갈하기 위해 들어줄 귀가 필요할 뿐.

 

 

'내뱉은 욕이 너무 심해서 후회할 때도 있고, 저축 따위보다 친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저자는 분명 틀에 맞춰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주관이 뚜렷했고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 참 많은 생각을 채워나가며 사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이 될 정도로 그녀는 게으른 독자인 나에 비해 생각의 빈도수가 컸다. 보통의 에세이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되뇌이거나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과 달리 사노 요코식 에세이 속에는 '일상나눔'+'인생공감'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한 챕터를 읽고나면 '나는 이런 순간 무엇을 떠올리나?'싶어 잠시 읽기를 멈추게 된다.

 

 

불편할 정도로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어부치는 사람이 아니어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살았던 그녀의 인생은 값져보였다. 그런데도 참 평범하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건 '축복'이 아닐까. 특이함과 까칠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40대에 쓴 수필집이라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어서 그 책 역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0년 타계했다는 이 작가를 왜 나는 만나러 가 보지 못했나? 싶어질 정도로 수다 떨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물론 이제는 그녀의 책을 통해 만나볼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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