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낮은산 키큰나무 1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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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는 존재가 삶에 들어오면서 웃으며 살고 있지만 반대로 가슴 아픈 사연도 많이 들으며 살아야했다. 차라리 귀를 닫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정이 격해질 때면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고, 슬픔에 밤새 베갯머리를 적시며 잠못 들기도 했다. 감정적 소모가 큰 내용의 책은 피하느 편인데, 이 책은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그리고 결국 다 읽어 버렸다.

 

 

<그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모리, 크레마, 마루, 레오가 연우네로 오게 된 사연이 담겨 있고 엄마를 잃고 의지하던 고양이 또롱이까지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연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리는 작지만 다정한 노랑 고양이의 짝이었다. 시장통에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로 연명하면서 새끼고양이를 낳았지만 로드킬로 짝을 잃고 비오는 날엔 아이들을 다 잃은 채, 뼈마디 앙상한 모습으로 연우네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또롱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피흘리며 죽은 어미 고양이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가 구조되었는데 의료사고로 엄마를 잃은 연우와 그 모습이 닮아 참 사랑받으며 2년째 살고 있는 고양이였다. 그런 또롱이가 방충망을 뚫고 나갔다가 이름 모를 흰 개에게 물려 죽은 날, 연우는 모리를 참 많이 원망했다. 구조된 유기견이었던 진국이랑 복동이도 또롱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우의 외면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동물들이 그 마음을, 말귀를 못알아들을 줄 알고 마구 내뱉은 말에 얼마나 상처받는지....이 소설을 읽으면 뜨끔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참 가슴아픈 대목이었다. 상처받은 연우의 말에 무너진 개와 고양이의 마음은.....그리고 끝까지 밥을 챙기던 주인을 지켰으나 얻어맞은 채 버려져야했던 크레마의 이야기는......!

 

 

갓 독립한 어린 고양이 크레마는 은주라는 재개발 지역에 사는 여학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연명하다가 은주를 따라 이사를 했다. 그리고 외출냥이로 살았다. 그런데 감옥에 있던 아빠가 돌아오면서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고 급기야 은주의 엄마를 맥주병으로 때리려하는 순간 달려들어 필사적으로 말리다가 던져지고 두드려 맞아 머리가 짓이겨졌다. 연우네 집에 와서도 뺑뺑도는 것으로 보아 아마 뇌쪽에 문제가 생긴 듯 보였지만 은주가 그리워 마음에 생긴 병이 신체적인 불편함보다 더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듯 했다.

마루는 취준생에게 길들여졌으나 버려졌다. 반려동물을 버리는데는 늘 이유가 따라붙는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는 지난 몇년 간 지겹게 들어 귀에 딱지가 앉았기에 그들의 사정보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보미가 버린 마루도 그랬다. "나를 데리러 다시 올 거야?"라는 그 물음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앞서 보았던 '모리'와 '크레마'의 사연도 슬펐지만 버려진 '마루'의 이야기도 가슴 아팠다. 마루는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낼 것처럼 사료에 집착하며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거식증에 걸린 사람처럼 반복했다. 그 사이 모리는 당뇨와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외면당하거나 버려진 고양이에게 생긴 트라우마는 이토록 무섭다. 예전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고양이 '준팔이'처럼 녀석들의 상처도 나을 줄을 몰랐다.

 

 

고양이주제에 무슨 트라우마냐고. 우울증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연우처럼. 모리의 슬픔이 자신의 슬픔만큼 깊을 리 없다고 오만하게 판단하고만 연우처럼. 모리는 우울증을, 크레마는 눈을 잃었고, 마루는 거식증을 앓고 있다. 고양이 엄마가 흘리고간 꼬꼬마 고양이 '레오'가 새 가족이 될 때 즈음 연우는 고양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그 마음을, 그 상처를 알게 되면서 삐뚤어졌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크레마를 위해 은주를 수소문하고 모리와 대화하면서 레오를 돌보며 살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다른 존재로 메울 수 없다는 걸 알만큼 성장한 연우의 곁에 고양이들이 있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천에서 태어난 작가는 강화로 터전을 옮겨 농사를 짓고 아이들, 고양이를 돌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고양이가 또롱이, 모리, 레오,,,,,였다. 고양이 네 마리, 개 일곱 마리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녀의 지난 날이 이 소설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노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나역시 다르지 않았다. 고양이를 돌보며 산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그들에게 위로받고 그들로 인해 매일 성장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키의 성장이 멈춘 어른이 된 시점에 만났 녀석들인데도 마음의 성장점은 아직 닫히지 않았는지 쑥쑥 자라고 있다. 매일매일-. 고양이들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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