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업실 - 만들고 채우고 궁리하는
최예선 지음 / 앨리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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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음식도 아닌데 죽죽 늘어나는 작업실이 있었다. '바라보다 어루만지다 길을 걷다'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9.5평 작업실엔 서른 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찰 수도 있다고 했다. 참 좁게 느껴지는 평수인데 겹겹이 쌓여 앉는다는 이야기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장의 뉘앙스로 봐서는 불편함보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일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주변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지인들이 있어 '작업실'에 자주 놀러 가곤 했고 사진을 찍거나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공간인 '스튜디오'에도 종종 들르곤 했으므로 [작업실]이라는 단어는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겐.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 작가의 작업실 사진을 잔뜩 구경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기대했었다. 몇 년 전에 '작업실' 시리즈의 책들을 꽤 많이 구경하곤 했었으므로. 하지만 예상과 달리 책엔 사진보다 글자가 더 많이 등장한다.

 

2010년 3월, 연남동에 작업실을 연 저자는 카페에서 작업하던 프리랜서 작가였다고 한다. <밤의 화가들>,<언니들의 여행법>을 비롯한 여러 책을 집필하면서 점점 더 작업공간이 절실해졌고 둘러본지 이틀만에 직감적으로 '여기다' 싶은 공간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뭔가 술술 풀리는 사람 같아 부럽기 그지 없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공사 과정을 보면서 나는 부러움을 살짝 접었다. 셀프 리모델링은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므로.

 

누군가가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게 되는 일은 경이로운 일이다. 몰래 보는 것이 아닌 그가 알려주는 모습들만 글이나 사진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전달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저 원하는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 모습 그대로가 타인에겐 감동을 전할 수도 있다. 롤모델이 될 수도 있고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대리만족격이 될 수도 있다.

 

멋진 작업실을 구경해도 좋았겠지만 왜 작업실이 필요했는지, 원하는 작업실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그 작업실에 채워지는 것들을 책으로 접하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근사한 일이었다. 특히 작업실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내뱉은 말의 의미도 어렴풋이 짐작가기도 했고.

 

살아가는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언제나 부러울 수 밖에 없다. 반짝바짝하게 빛나기 마련이니. 그들의 일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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