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다정한 - 엄마와 고양이가 함께한 시간
정서윤 글.사진 / 안나푸르나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결국 사람이 먹고 입고 쓰고 살아가는 일은 모두 다른 생명에게 끊임없이 신세를 지는 일이란 걸 새삼 느낀다....신세 질 일은 한 가지씩이라도 줄여보기로 하자

같은 마음을 이렇게 잘 정리해 놓은 사람이 있구나! 딱 이 마음인데...

2013년 6월,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마주치게 되었다는 올노랑 고양이 한 마리. 초면에도 다리에 부비부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사람)손이 탈대로 탄 고양이거나 누가 키우다가 버린 경우인데 비쩍 마른 몸이라는 걸 보면 아마 밥 챙겨주는 사람이 있었다기 보다는 누가 키우다 버려 쫄쫄 굶고 있던 쪽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순돌이라는 이 녀석.

 

엄마의 반대가 심해 밥만 챙기는 사이가 되었지만 곧 길고양이들의 텃세에 시달리고 심하게 물려 귀에 구멍이 나기도 했던 순돌이를 밖에 두고 마음이 쓰였던 저자는 5개월만에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던 것. 아, 잘 되었다.....그 마음 너무 잘 알고 있기에...

1년 6개월 넘게 밥 주던 녀석을 하나는 입양 보내고 2녀석은 데리고 들어와 가족으로 2~3년째 살고 있어 누구보다 공감이 갔다. 저 애타는 마음에...그리고 미안했을 그 마음에...

 사진 찍는 일이 취미라는 저자의 앵글에 잡힌 건 비단 고양이 '순돌이'뿐이 아니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목화솜처럼 피어버린 나이든 어머니와 순돌이의 일상 케미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흐뭇할 수 밖에 없었다. 입성을 반대했던 이의 마음을 이토록 간들간들하게 빼앗아버린 녀석이라니....덕분에 엄마의 모습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딸은 나이든 엄마와 순돌이와의 예정된 이별에 대해 자각하며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담아내고 있었던 것.  '무심한 듯 다정하게' 는 엄마와 고양이 사이를 뜻하기도 했지만 렌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딸의 마음을 잘 대변한 제목이기도 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책 내용 중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명절 증후군은 맏며느리인 엄마나 노처녀인 나만 겪는 줄 알았더니, 고양이도 피해갈 수 없나보다." 하고.   그만 웃음이 났다. 고양이에게도 그런 고충이있었구나!! 곧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도 순돌이는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을 앓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정말 그런거니? 노란고양이 순돌군~

 그런가하면 가슴 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내용도 있었는데 추위를 피하려 폐지 더미 속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곤 했다는 내용에서 그만 다음 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추위를 얼마나 막아줄 수 있을까. 폐지 따위가. 게다가 그마저도 폐지 줍는 사람들 때문에 빼앗기고마는 길고양이들이 참 많을텐데...더위가 한 풀 꺾여 한숨을 돌린다 싶었더니, 그래...곧 추위가 몰아치겠구나....싶어졌다. 올 겨울들을 잘 이겨내주면 좋겠는데....동네 길냥이들이......!

 

단 한 마리의 고양이지만 순돌이는 가족의 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고 칭찬받으며 산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길고양이에 대한 오보가 방송에 나간 뒤 우려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정 보도가 없어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따뜻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길고양이  '순돌이'의 이야기는 마음을 달랠 한 알의 약이 되어 분노의 마음을 스르르...잠시 녹여준다.

 엄마의 색칠공부에 참견을 하고, '소온~'달라는 요청에 모른척 고개도 돌리고, 길고양이들 구경도 같이 하고, 빨간(?) 내복차림의 엄마 곁에 찰싹 붙어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습들을 그 앞에서 찍고 있는 딸...혼자 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둘(고양이와 엄마)이 하나를 지켜보는 훈훈한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났다. 그래, 평범한 일상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p77)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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