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살림
박서영.서상민 지음 / 디자인이음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이제 나이 들었고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턱없이 짧지만 그래도 가장
'나다운 삶'을 살게 된 지금이야말고
내 인생의 봄이라고 생각해요

 - p7 -

 

 

 

서울에서 태어나 쭉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여인에게 시골살이는 꽤 고된 노동이 동반된 나날들이 아니었을까.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도 편리한 교통수단, 배달야식, 가까운 거리의 마트 등등 과 이별을 해야했을테고,
도심에서의 작은 움직임보다는 조금 더 움직여야 했을 것이니 꽤나 불편했을 듯 싶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불편함 말고 얻어지는 것들도 많은 삶이었으리라. 자연과 가까운 삶, 좋은 공기, 건강한 밥상. 시골에서 산다고 꼭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평생 살아온 서울 살이를 접고 내려갔을 때엔 뭔가 큰 결심이 있지 않았을까. 했다.

 

강원도 홍천 노고산 자락으로 무작정 들어왔다고 했다. 아랫집 옆으로 여동생 집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니 혼자 들어온 것은 아닌듯 했지만 예상을 깨고 집은 토방이었고 황토벽이었다. 멋지게도.  왜 도심에서 온 사람들은 전원주택같은 양옥집을 지을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담배 건조장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다실마저도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총 세칸짜리집. 먼저 시골로 들어왔던 여동생네가 빈집이 생겼다고 소식을 전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을만큼 목말라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세 칸짜리 흙집을 보고 마구마구 아이디어가 샘솟았다는 것을 보면 집과 주인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나보다. 한번도 그런 행운을 맞아보진 못했지만 이들의 일상이 나와 달라 더 눈여겨 보게 된다. 자꾸만.

뒤뜰에 작약이 만발하고 달큰한 흙냄새가 유혹하는 땅. 7남매 중에서 싫은 것을 견디지 못하는 언니와 예민하고 고집 센 여동생이 한 동네 주민이 되어 함께 산다. 도시에서 건너와 텃세를 견디지 못해 돌아간 사람도 많다는 동네에서 성격이 둥글지 못하다(?)는 자매는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세월이 모난 성격을 둥글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이 땅과 궁합이 맞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보여지는 사진들은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장면들이었고, 서양의 살림 전문가 서적에서 봐왔던 전원 풍경보다 훨씬 정겹고도 멋스러워 보였다. 나무로 된 작은 가구, 간간이 오픈된 레시피, 아날로그적인 생활용품, 다도용기 등등 20대보다는 30대~50대가 관심 가질만한 살림용품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새것이 아닌 손떼가 가득 묻혀져 있다는 점이었다. 귀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들.....

 

<엄마의 살림>이라는 정겨운 제목으로 출판된 잡지처럼 커다란 책 한 권에는 전원의 삶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시골에서 도시인처럼 살기?가 아닌 도심의 편리함을 다 버리고 그곳에 맞게 새로 시작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어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예술적으로 비춰져 일반인의 삶이 아닌 예술가의 일상이 그려진 것 같아 아름답게 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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