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0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포석 (시즌 2) 미생 10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열렬히 공감했다. 특히 사원과 관리자 둘 다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미생>은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 윤태호는 직장생활을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상상만으로 이토록 절절한 리얼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는 진정 이야기꾼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는데, 이를 두고도 또 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서두 '작가의 말' 페이지에서 그는 그동안 들어왔던 '워커홀릭의 미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작가에게도 이는 신경쓰이는 말들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미생에 등장했던 캐릭터 하나하나는 정말 사회 생활을 거치며 만나왔던 인물들이어서 내겐 그다지 허상의 인물들 같지 않아 좋았건만..... 워커홀릭 상사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나 역시 못말리는 워커홀릭으로 버텨보았기에 그 누구보다 오차장의 심정으로 볼 때가 많았다. 물론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며 살진 않았어도.

 

내가 본 <<미생>>은 애써 아름답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둑에 대해 몰라도 재미있었다. 그 수가 바둑이건 손자병법이건 상관이 없긴 했다. 다 알아야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알아가는 재미, 몰라도 그저 그 길을 따라가면 남는 감동.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미생>이니까. 1~9권까지 '원인터네셔널'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장그래는 이제 시즌 2(10권)에서부터는 온길 인터내셔널에서 사원으로 일하며 또 다른 사회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대기업의 인프라 속에서 일할 때와 신생 무역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현재 속에서 사람들은 변모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할 이가 의리와 진리의 상징 오상식 캐릭터였는데 그는 실익을 중시해야만 하는 신생회사에서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일까. 그렇다면 그는 정말 믿고 함께 갈 가장 이상적인 상사(워커홀릭부분을 제외하고)일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저자는 분명 변수를 두고 반전을 꾀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한껏 높여져 있었다.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10>은.

 

P 33  초라해...못 견디겠다....

 

기분파라서 실익이 적은 스타일인 김동수 전무와 '문턱주의자'라 불리던 츤데레적 성향이 강한 김부련 사장, 워커홀릭 오상식 부장이 이끌어가는 신생 회사는 2년 짜리였다. 61페이지까지는 드라마의 끝부분이라 익숙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바로 연봉 협상, 인센티브 협상을 하는 모습은 사회생활을 꽤 해 왔던 내게도 낯선 모습이었다. 사실 연봉 협상보다는 매년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에 싸인 하는 것으로 종결지어지던 모습이 팔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해 가지만 소신껏 발언한 김대리의 모습이 참 멋지게 여겨졌다.

 

 

P86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바둑의 바자도 잘 모르지만 고정관념은 바둑의 적 이라는 그 문장이 참 좋았다. 수만 가지 정석을 배우고 그 다음 다 잊는 이유는 한 수 마다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바둑과 사회생활은 참 많이 닮아 있다. 2년 동안 원 인터내셔널에서 일을 배워온 장그래는 온길 인터내셔널에서 다시 첫 스타트에 섰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에게 김과장은 먼저 장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 열악한 정글에 던져졌지만 그래도 장그래는 행복한 신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든든하면서 가르침에 있어 애살있는 사회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까.

 

사실 <미생>은 글로 보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편이 훨씬 쉬웠다. 하지만 중간중간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문장들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책이 전하는 축복일 것이다. 시즌 2도 드라마로 만들어질까? 어서 이야기가 쑥쑥 뽑아져서 시즌 2 드라마로 이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