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7단계 - 신인 작가를 위한 실전강의
마루야마 무쿠 지음, 한은미 옮김 / 토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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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그 전공 그림 외의 다른 그림은 낯설 수 있다. 가령 유화를 그리는 이에게 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수묵담채화를 멋지게 하나 그려달라 고 부탁할 수는 없는 것처럼.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은 글을 쓴다고 하면 시를 써보라, 대본을 써보라 이렇듯 모든 글을 섭렵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마구마구 주문을 날려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글에도 장르별 그 형식과 제한이 있다. 대본을 쓰는 사람들은 앵글 속에 담을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희곡을 쓰는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가능한 장면들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다. 게임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은 창작의 범위를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현실의 범위 내에서 상상의 폭을 펼치고 소설과 시 역시 그 길이감이나 내용이 장르에 부합되게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찾는 것 또한 잘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에게.

 

쉬운 작법서의 형태로 쓰여진 [스토리텔링 7단계]는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본 지식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해놓은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의 흐름 만들기'부터 시작하여 '주요 캐릭터 만들기','디테일과 연출 정하기'등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순서 상관없이 본인이 필요한 페이지를 펼치고 열심히 탐독하라며 책 읽는 요령 또한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p74  사실 인간이란 어떤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갑자기 어려운 일을 시도하려 들지 않습니다

 

 

<7년의 밤>이라는 소설의 첫문장은 아주 강렬했는데 후일 작가의 인터뷰를 봤더니 그 첫문장을 쓰는데만 한 참이 걸렸다고 했다. 좋은 문장 하나를 건져내는데도 이토록 고심하게 되는데 하물며 이야기 전체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정성은 흡사 산고의 고통과도 맞먹는 것은 당연지사. 스토리의 대력적인 윤곽이 잡혔다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적대자와 조력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제 역할을 하는지 체크하고 나서 디테일을 신경썼으면 한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그래서 저자도 그 순서대로 썼을 것이다. 내용을.

 

로드무비건 석세스 스토리건 간에 이야기는 재미가 바탕에 깔려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애수>같은 슬픔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도록, <스트로베리나이트>는 트릭을 찾아내고 범인을 포착해내는 재미를,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그 특유의 신비스러움과 몽환스럼움이 각각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간혹 아주 예쁜 신인 여배우를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읽는 입장에서보면 참 잘 쓰여졌는데도 감동이나 감흥이 생기기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짜임새와는 별개로 매력을 찾지 못해서다. 사람이든 글이든 그래서 매력은 참 중요하다. 매력을 잘 갖고노는 작가. 그런 작가의 글을 선호하는 나같은 독자에게 [스토리텔링 7단계]는 작법서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쓰여진 골격을 되집어보게 만드는 글의 건축서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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