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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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는 한 프랑스 작가의 책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1998년 그의 전 작품에 대한 <젊은 문학인 국가 대상>이라는 명예가 내려졌고 유럽이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데 <복종>만 겨우 읽은 내게 그의 문학작품을 논할 수 있는 지식이 있을리 만무했고 그간 문학의 깊이에서 멀어져 소재 불문하고 여러 소설 읽기에 매진해온터라 더더군다나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동양에서 나고 자란 내게 적잖이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

 

 

p79  이슬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거의 똑같은 수준이에요.

      그 속에서 프랑스는 유독 특별한 경우인데

 

 

주인공은 40대의 대학교수다. 삶의 동반자이며 충실한 친구라고 소개할만큼 가깝게 느끼고 있던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 바 있는 그는 '대학에서의 문학 공부는 사회에서는 거의 아무짝에도 쓸모없고(p11)'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교육자였으며 교육에 대한 소명 따위는 결코 가져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남은 이유는 '애인들','여친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녀들 때문인 듯 하여 그만 씁쓸해지고 만다. 해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학부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이람았던 그는 미리암을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었으나 질식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만나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유대인인 미리암은 가족과 함께 떠났고 그 역시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슬람박애당을 창당하고 프랑스에서 이슬람당이 정치적 첫 시도를 시작하는 사태를 추이하며 다른 이들처럼 나라를 떠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월드컵 결승전을 제외하곤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라는 대선 개표 방송에 예의 주시하며 그는 프랑스가 곧 이슬람화 될지 아닐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고작 40년 정도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지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며 걱정없이 살던 자신의 일상이 정치변화로 흔들리게 되었으며 어쩌면 주어진 학문적 삶 역시 정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p352  내게 일종의 지평을 열어준 셈이었다....나의 학문적 삶이 끝났음이 점점 명약관화해졌다....

        이것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국가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또한 지식인의 삶의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일까. 단순하게 이렇게만 바라보았던 처음의 시작과 달리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두번째 삶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 그동안 문학에서 멀어져 있어 이해력이 떨어진 것일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작품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즐거움'을 읽었을 때만큼도 정돈되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2015년 사를리 에보르 테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조차 '이슬람  = 테러' 라는 인식을 심게 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잃었던 직장에 다시 복직되기 위해 이슬람문화와 종교에 대한 '복종'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는 잇점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타협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지식인의 말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과 씁쓸함을 남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제대로 읽었는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읽는 순간순간에도 의심하게 만들었던 소설 <복종>. 누군가가 제대로 읽고 이야기해 보자고 하면 얼른 도망가야겠다. 싶어진 소설은 난생 처음이었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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