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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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대구에는 큰 시장이 많다. 온갖 먹거리 재료들이 가득한 칠성시장, 건어물 및 천 옷감들이 가득한 서문시장, 한의약 박물관이 있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약령시, 폐백거리로 불리는 염매시장, 김광석 거리와 함께 되살아나고 있는 방천시장 등등 크고 작은 전통시장들이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지금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약령시는 조선 시대 효종때 '춘령', '추령'으로 불린 계절 시장으로 시작하여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약재 전문 시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금 가 보면 저자의 말처럼 그냥 휑한 거리다. 최근 스타벅스를 비롯하여 각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 찻집, 국수집 등을 비롯한 맛집 거리로 변모하고 있어 길을 걷다보면 약재 냄새보다는 커피 냄새, 음식 냄새가 더 진한 거리가 되어 버린 듯 하여 씁쓸해진다. 다만 이름만 익히 들어왔을 뿐 가보지 못했던 영천 약령시가 옛 약재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니..이 모습 마저 사라지기 전에 시간을 내어 얼른 다녀와 보아야겠다 싶어진다.

 

그리고 그 화려함에 놀라게 되는 염매시장. 폐백거리가 보고 싶어 찾아간 그곳은 규모는 시장이라 부를만큼 크지 않았다. 동문시장, 덕산시장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 기록이 많지 않게 되었다는데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1000원 정도인 찌짐 집이 건재하고 있어 반갑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곳 찌짐이 너무 맛있어서 10장, 20장씩 포장해 가곤 했는데....며칠 짬을 내어 잠시 그 찌짐 집에 들러야겠다 마음 먹어 본다.

 

P108 골목에 담긴 역사 / 대구(염매시장)

 

그나마 시장들 중에서 자주 들리고 있는 서문시장의 경우는 맘 잡고 3일 동안 헤매며 돌아다녀 보았지만 결국 다 보질 못해더랬다.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고 건물도 많고 볼거리,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말 그대로 '시장' 인 곳이 바로 서문시장이니까. 총8개의 지구로 구성되어 이고 약 4,000개의 점포가 있으면 등록된 상인의 숫자만 약 2만 명이란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겠다.  전국의 원단이 다 집결되어 있다고 해도 허세가 아닐만큼 섬유와 의류, 원단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옷을 만들던, 패브릭으로 가정용 소품을 만들던, 가죽 가방을 만들던 간에 원단을 골라 미싱이 가득한 층에 가서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라고 주문을 하면 저렴한 수공비로 무엇이든 뚝딱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의 장점이기도 하다.

 

 

 

P227  벽화가 먼저 인사해다 / 부산(부전마켓타운)

 

활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의 전통시장 6군데 중 나는 세 군데의 시장을 구경해 보았다. 국제시장/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을.  하지만 부평깡통시장이나 해운대 전통시장, 부전 마켓타운은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더 꼼꼼히 구경하게 되었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 시장이자 대표 상성 야시장으로 꼽는 부평깡통 시장에는 부산 어묵 생산 공장이  5개나 있단다. 골목 하나가 어묵만 팔고 있다는데....아, 바로 가서 맛보고 싶다. 어묵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다는 국제 시장은 이미 영화에도 등장해 눈에 익다. 광복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 곳은 군수물자를 유통하는 장터가 시장으로 탈바꿈 된 것으로 2000년대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반면 전통시장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갖고 타운을 형성한 부전 마켓 시장은 놀랍게도 대형체인마트들처럼 카트를 끌고 쇼핑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아직 푸짐한 시장 인심이 살아 있다는 이 곳 역시 시간이 허락하면 구경하고 싶은 시장 중 하나로 찜! 해 두었다.

 

 

 

P45  사람이 아니라 문화가 쉬어간다....대전(산호여인숙)

 

뜰채로 과자를 골라 담을 수 있다는 중앙 시장과 매콤한 곤계란의 맛이 일품이라는 역전 시장은 인접해 있었다. 대전 시장 투어를 해 볼 생각은 꿈에서도 해 본 일 없는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으능정이문화거리의 초대형 LED 아케이드 인 스카이로드는 정말 구경하고 싶은 장소다. 쇼핑, 먹거리, 볼거리가 다 이 곳 한 곳에서 해결된다니...날 잡아 하루 여행을 훌쩍 다녀와도 할 말이 많아질 그런 곳이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70번지에 위치한 그것이다. 월요일이 휴장이라니 월요일을 빼고 여행 계획을 세워 보아야겠다.

 

원래 유성이라는 지명은 선비가 머물던 곳 이라는 의미라는데 100년 시장으로 남은 '유성오일장'은 아파트촌 사이에 형성되는 대규모 장터다. 놀랍게도-, 5일과 10일 장이 설때마다 비가 왓서 지금은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것으로 그 날짜가 변경되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전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유성장은 논산, 공주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란다.

 

 

 

P317 가장 솔직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길 /제주(멩글엉폴장)

 

어느 방향이든 동문재래시장을 걷다 보면 결국 동문수산시장에 도착하게 된다는 제주. 섬이라서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수산물에 대한 기대가 큰 곳이 바로 제주였다. 뭍으로 나가는 물량도 많지만 그날그날 잡힌 수산물이 거래되는 시장인 동문수산시장은 그래서 경쟁력도 최고란다. 반면 매주 토요일 열린다는 서귀포 예술시장은 각종 공방과 갤러리가 즐비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거리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데 그마저도 예술이란다. 멩글엉폴장?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제주방언인가? 싶은 순간,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띈다. 아~ 마트 마켓이름이로구나. 이태리 타월과 책을 함께 파는 거리의 가게, 악기를 만들어 파는 루니와 이지 부부,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프랑스어까지 무려 7개국어가 가능하다는 이탈리아 테너가 시장에서 오페라를 부르는 이곳, 제주아일랜드다.

 

 

 

P191  가정이나 직장에서 버리기는 아까웁고 쓰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장깡으로 보내주세 /광주(대인시장_장깡)

 

 

광주하면 꼭 들러야 하는 시장이 양동시장이라는데 나는 몇번 광주를 여행하였지만 시장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기껏해야 신세계 백화점에 들러 선물을 산 정도였으니...일정이 빠듯하기도 했고 특별히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구경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다음에 광주 나들이를 가게 된다면 꼭 빼놓지 않고 양동시장을 들러보리라 마음 먹게 된 것도 책에 소개된 내용들 때문이었다. 총 6개의 시장으로 구성된 양동시장은 주로 닭과 오리가 거래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릇과 한약재 상점이 들어서 변화의 바람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1960년대 말부터 자연스레 생긴 말바우 시장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수산물이 골고루 거래되는 곳으로 2일 7일의 오일장과 4일, 9일의 오일장이 교차되며 서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농부들이 직거래 장터를 튼다는 의미의 파머스마켓의 훌륭한 예로 들고 있는 말바우 시장. 여전히 프림을 넣어주는 달달한 커피수레가 있고, 신문지에 씨앗을 포장해주는 씨앗가게가 있는 곳이라 더할나위 없이 신기하게 보이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1000원으로 장터 국수를 먹을 수 있는 대인시장 속엔 예술가들이 휴식을 취하고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이는 대안공간이 존재했다. 시장과 예술, 이 의외의 조합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내가 두 발 디뎌본 곳도 있고 가보고 싶어 찜해놓은 곳들도 있지만 다 가보진 못했더라도 사람사는 활기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이 아닐까 싶어진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모로 모색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이 찾아야 하는 곳, 발걸음을 자주 디뎌야 그 명맥이 유지되는 곳이 시장이다. 큰 시장이 없는 동네에 살고 있어 마트를 자주 이용하곤 있지만 근처 시장이 있다면 발품 팔아서라도 구경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 역시 진심이다. 아, 며칠 짬을 내어 또 먼거리의 시장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먹을 거리, 구경거리 가득한 그곳을 여행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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