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길드로잉 - 일상과 여행을 기록하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이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메모하는 습관은 여전하지만 그 방법이 좀 달라졌다. 수첩에 빼곡히 적던 것과 달리 절반은 적고 절반은 찍고 한다. 때로는 적는 것보다 찍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그런데 훅 찍어놓고 나중에 봐야지 하는 건 잘 봐지질 않는다. 그래서 다시 적는 습관에 올인하기로 하고 노력 중이다. 글로만 적나? 노노, 그림으로도 적고 약어로도 표시하고 숫자로도 남긴다. 학교 다닐 때처럼.

 

학교 다닐때 내 노트는 아무도 빌려 가질 못했다. 썼다기 보다는 그렸다는 표현이 맞을 글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줄임말과 약어 그리고 그림들 때문에 남들이 보기엔 보물지도내지는 비밀노트처럼 보였기 때문. 중학교때부터 시작된 나만의 필기법은 이후 사회인이 되어서도 다이어리를 쓰고 강의록을 정리하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글자 숫자 문자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필기법은 늘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아주 오래전 모델 송경아가 '뉴욕을 훔치다'에서 보여준 그림 솜씨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다. 펜 하나로 쓱쓱 그렸는데 멋진 캐릭터가 되고 드로잉이 되고. 그때부터 나도 다이어리에 글보다는 그림의 비중을 조금 더 늘려나갔는데 어쩌다보니 몇년 사이에 도로아미 타불이 되어 글씨만 빼곡한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정신차려보니까.

 

그래서 다시 좀 더 감각적인 다이어리 기록을 위해  일색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다의 "끄적끄적 길드로잉"을 참고하기로 했다. 2da라고 특이하게 쓰고 특이하게 읽히는 이름으로 <이다의 작게 걷기>,<내 손으로 발리>,<이다의 허접질>등등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영화,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그녀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일상과 여행을 즐겁게 기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그녀의 책은 홀로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에겐 맞춤형 그림 수업인 셈인데, 펜 / 색연필 / 콩테 / 수성펜 / 수채색연필 등등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찾는 법부터 시작하여 연필이 왜 초보들에게는 좋지 못한 도구인지 초보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재료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하나하나 알려준다. 마치 먼저 그림을 시작한 언니가 동생에게 알려주듯.

 

 

p40  난 그림 못 그리는데?

 

 

그리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므로 이끄는대로 그리면 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도리어 묻는다. "대체 잘 그린 그림이라는 건 뭔데?"라고. 그래, 잘 그린 그림의 기준이 뭐지? 비교해놓은 명화들을 봐도 감상코드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그림의 호불호가 갈리지 잘그렸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꼭 여행지나 풍경을 주제로 삼지 않아도 좋았다. 그녀처럼 낡은 물건을 떠나보내기에 앞서 그림으로 그 추억을 잠금해 놓아도 좋을테니. 잘 그리지 않아도 능숙하지 않아도 내 추억을 기록하는데는 아무 문제 될 일이 없을 것이다. 전시할 것도 아니고. 뭐 어떤가.

 

새로운 동네에 가면 제일 먼저 나는 운동화 끈을 조여매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리고 작은 수첩을 들고 골목골목을 돌고 큰 길의 흐름을 잡아가며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필요한 가게는 어디쯤에 있는지 확인하고 메모하고 집으로 돌아와 동생이랑 함께 새 동네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른들보다 우리가 빨랐다. 새동네 적응에 관해서만큼은.

 

햄버거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빵집은 어디에, 슈퍼는 또 어디....이렇게 말이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려지면서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p 203  내 그림은 내가 가장 사랑해주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