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심야영화를 보러 가면서 그다지 기대감이 없었었기에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의 인생.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두 개의 사과 중 하나는 아이작 뉴턴의 사과이고 하나는 앨런 튜링의 사과라지만 전자는 초등학생도 알만큼 잘 알려진 반면 후자는 꽤나 책을 읽고 산다는 나 조차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대체 앨런 튜링이 누구란 말인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영화화 되었고 그 원작가인 앤두루 호지스가 썼다길래 당연히 원작 소설이겠거니 했으나 이 얇은 책은 또 한번 나의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이미테이션 게임 튜링>은 최조로 인공지능 개념을 제시한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링의 삶을 모아둔 사실적 근거들이었다. 그 어떤 위인전기보다 심플하며 집약적이었다. 특히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였던 독일군의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튜링 테스트'가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름 그대로를 붙여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흔히 천재적이면 삶이 더 우수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숫자에 강해야 부유하게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과 달리 둘 다 우수했던 튜링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뛰어난 업적에도 국가는 그를 범죄자로 취급했다. 외로움과 괴로움. 이 둘 중 무엇이 그를 더 힘들게 했을까. 당시에는 이해받지 못했을 '동성애자'였기에 화학적 거세까지 당해야했던 그는 1954년 그만 자살하고 만다.

 

그는 오만했다. 때때로-. 남들의 기분을 살피며 살지도 않았다. 어쩌면 외로움을 자처하며 살았던 것인지도 하지만 그의 무시가 수학적 파벌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논리를 학문화 시키고 다양한 수학적 해석들을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실용화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결국 그는 현대사회의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장본인인 동시에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수학적 문제들을 풀어낸 천재였다.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던 힐베르트의 알고리듬을 1년만에 혼자 해결해 버릴 정도로.

 

모두가 튜링처럼 살 수는 없다. 천재란 타고난 것이므로. 하지만 그가 만들어준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그것만이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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