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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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만큼 끔찍한 선택을 한 여인의 삶이 또 어디 있을까. 했는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또 가슴이 쓰라려졌다. '종이달'의 주인공인 우메자와 리카는 결혼으로 가키모토 리카가 되었다. 와카바 은행 지점에서 계약 사원으로 일했던 그녀가 세상을 놀라게 만든것은 고객의 돈을 1억 엔이나 횡령하고 잠적했기 때문인데 용의자인 그녀가 잡히지 않아 전국적으로 뉴스화되자 그녀를 알고 있던 지인들은 과거의 그녀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p19  화려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갓 쓰기 시작한 비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

 

동창생 오다 유코의 기억속 리카는 그런 아이였다.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나 그녀의 결혼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것저것 훈수를 두게 되면서 리카의 인생이 얼마나 변해갔는지 차마 알지 못했다 유코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리카에게 그녀의 이야기들은 한 줄의 오아시스 비 같았고 답답했던 결혼생활을 해결해나갈 돌파구였음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나쁜 선택일지라도. 그리고 유코는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 자신의 그 한마디가 리카의 인생을 바꾸었음을......!

 

학창시절 잠깐 사귀었단 야마다 가즈키는 결혼생활이 약간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뉴스로 리카의 일을 접하며 그녀와 그때 결혼했었더라면 지금쯤 둘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조심스럽고 꼼꼼했던 리카, 지금 자신의 아내처럼 월급 따위로 빈정대지 않을 여자. 주간지의 기사처럼 거액을 횡령해서 젊은 남자에게 다 바친 어리석은 여인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일도 없었을텐데...그녀와 결혼했었다면-.이라고.

 

꽤나 넉넉하게 자란 리카는 스물 다섯에 두 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알콩달콩 살지 못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과 살면서그럭저럭 만족스러웠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인형의 집' 주인공인 노라처럼 느껴졌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은행의 계약사원으로 일하면서 젊은 고타와 엮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젊음에 발목잡혀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으며 고의적이진 않았지만 점차 '어쩌라고.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로 마음이 옮겨지며 그녀의 수법은 점점 대담해졌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끝은 있는 법. 고타에게 어린 여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사랑은 조각나기 시작했고 이미 복리이자처럼 불어버린 횡령금액을 메우지 못해 그녀는 외국으로 탈출하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눈꼽만큼의 애정도 남지 않은 남편따위는 버려버릴 생각과 함께.

 

p27  이 세상에서 몰래 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다. 하지만 돈의 노예가 되는 순간부터 사람은 불행해진다. 돈을 너무 아끼는 유코도 남편을 닥달하는 아내와 결혼한 가즈키도, 카드빚 때문에 이혼당한 아키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돈에 얽혀사는 그들은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1억엔이나 횡령한 리카의 사연을 궁금해했고 기억속 그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돈'의 무서움을 좀 자각했으면 좋겠다. 카드, 무이자혜택, 인터넷 뱅킹, 모바일 결제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씀씀이가 커진 사람들의 삶을 보며 어쩌면 우리는 늘 뉴스에 등장하는 가계빚이라는 단어에 너무 둔감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 시작했다. 또한 너무 남과 비슷한 삶을 위해 우리의 인생을 저당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에 이르렀다. 꼭 남들처럼 가져야하는 것일까. 꼭 남들과 같아야하는 것일까. 꼭 남들처럼??

세상이 미쳐가는 것인지, 사람이 미쳐가는 것인지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순간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읽고 불안과 걱정, 공포를 느끼게 되는 독자라면 아직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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