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량메이메이는 마약사범으로 검거되었다. 랴오닝성 톄링 시의 마약조직에 속해 총판장을 운영했던 남편과 함께 대마초를 피우며 행복해했지만 남편은 지난달에 처형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인데. 게다가 네 살인 아들을 교도소 안에서 키우면서. 그런 그녀에게 슈란은 누군가의 눈구멍에서 눈알을 파내라고 명령하고 아이의 목을 졸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대로 이행되었다.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행해졌다. 백원단이 정신조종능력이 있었으니 이건 간단한 일이었다.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뭘 시키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꼼짝없이 그들의 지시대로 행하게 된다는 소문처럼 들려오던 그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백원단 속으로 한국인 남자 시현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아내를 죽였던 그 남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복수를 할 수 없었다. 아내를 차로 치고 뺑소니친 그 남자는 이불회사에 다닌 아주 고단한 40대의 가장이었다. '미생'의 고단한 회사원들처럼 그 역시 고단한 영업 담당이었는데 그날도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시현의 아내를 치여 죽이고 도주했던 것이다.

 

후회하고 뉘우치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벌을 피하고도 싶어하는 것이 정말 인간일까.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남자를 죽일 수 없었다. 약간은 비겁하게 하지만 정말 인간다웠던 남자의 고백을 다 듣고 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저런 존재인 것일까. 시현의 마음으로 돌아가 읽어도 독자의 마음으로 읽어도 참 답이 없는 고백이었기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소설의 모태는 천리안 '멋진 신세계'에 올리다가 중단한 저자의 옛 글이라고 했다. 제목도 지금과 달리 '끝'이었는데 그 제목탓에 끝맺음을 망설였던 것은 아닐까 싶어지는 제목이었다. 이야기도 약간은 달라졌다고 한다. '불사조 협회'가 '백원단'이 되고 중국이 아닌 베트남이 주요 무대였으며 주요 캐릭터 역시 달랐다고 했다. 하지만 모태가 된 정신조종능력은 이야기에 그대로 이어온 것 같았다.

 

소설을 두고 도덕적으로 옳으냐 그렇지 않으냐 판단하는 것은 아주 우매한 일 같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하게 보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나 한국영화 역시 이미 도덕성을 잣대로 두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상상력을 우위에 두고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세상에 살면서 유독 소설 속에서 도덕적인 것을 따져 물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정말 세상 어딘가에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류가 있어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호모도미난스' 즉, 지배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 어쩌면 짜릿하게 어쩌면 좀 으스스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무척이나 궁금했던 '흰원숭이'라는 표현. 구룡반도 주민들의 도시 전승에거 따왔다는 흰원숭이는 상상의 괴물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그 존재는 초자연적인 힘을 상징하는 존재여서 그 이름이 붙여졌던 것은 아닐까.

 

p333 결국에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세상 어딘가에서 그들이 살고 있다해도 세상은 한 판에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알고 있기 때문에 끝이 아니라 원점으로 돌려진 소설의 결말이 더 맘에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진화의 시작인지 진화의 한 단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타났으니 언젠가는 정말 이런 일들도 세상에 대두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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