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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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괜찮아...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이제는 곁에 없지만.

학교생활과 참 많이 달랐던 사회생활에 힘겨워하던 내게 겉으로는 웃고만 있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던 내게 언제나 "괜찮아. 괜찮아" 해주던 목소리가 따뜻한 친구였다. 그 단순한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이후 가끔 힘겨운 일들이 생겨나면 친구에게 전화해서 "야,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봐"라고 요청하기도 했을만큼 친구는 삶에 있어 힘이 되는 존재다.

 

 

누군가의 구두에 얽힌 추억 하나로 쓰여지게 되었다는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그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내용이었다. 학급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주경이는 매일 혜수와 미진이에게 초콜릿을 사다 바치고 있다. 모두가 혜수나 미진이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고 있고 선생님마저 예뻐하는 아이들이라 자칫 따돌리게 될까봐 주경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괴롭힘을 묵묵히 참아내고 있었는데 그 눈깔(대들지 못할 것 같은 애들을 잘도 찾아내는 눈깔이라서)들은 학예외때 댄스 팀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었다. 춤도 못추는데 눈깔들 때문에 댄스팀에 끼게 된 주경이는 여전히 잔심부름만 하고 있었는데...

 

전학왔지만 공부를 무척이나 잘해 눈에 띄인 명인이의 구두를 집어 던지게 된 주경이. 엄마의 유품인 구두를 찾아 울며 헤맨 명인이. 이 모든 일을 뒤에서 꾸민 혜수와 미진이. 주경이의 머릿속은 이날 이후 완전 복잡해져버렸다. 혜수라는 못돼 먹은 적뿐만 아니라 정아라는 폭탄 같은 적도 모자라 우영이라는 의심스러운 적과 명인이라는 미안하고 껄끄러운 적까지....주변에 친구 하나 없고 온통 적뿐이어서.

 

특히나 알고보니 명인이는 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죽집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의 손녀가 아닌가.

 

p118  생각해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사실 아이들의 화해방법은 어른들의 그것에 비해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안다. 그래서 용서도 쉽다. 평생 지우지 못할 사건이란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싫어 전학가고 싶어진 주경이의 일만해도 그랬다. 전화위복. 이 일을 계기로 주경이는 못된 친구들인 혜수와 미진이에게서 벗어나 좋은 친구들을 갖게 되었다. 학예회때 깜짝팀으로 함께 등장할 명인이, 정아, 우영이, 현수까지.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이제 주경이는 친구하나 없는 아이가 아니다. '기역자소풍'이라는 가게 나무 의자에 앉아 쉬어가는 고양이하고만 친한 아이가 아닌 것이다. 나의 추억이 아닌 누군가의 어린시절 추억을 함께 공감하며 이토록 위로 받게 되는 이야기가 세상천지 또 어디 있을까. 뾰족하고 모나지 않아 좋았던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런 동화였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충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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