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찡이, 먼저 나이들어 버린 내 동생 - MBC 스페셜 <노견만세> 주인공 찡이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김보경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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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님의 정원에서는 고양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밥을 먹고 가는 밥터가 있었다. 아주 부러웠다. 그런데 그 정원을 찡이의 정원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대장, 강이, 민호....모든 고양이의 이름 속에도 찡이라는 아이는 없었는데.....아, 이 밥터가 생기게 된 이유를 만든 아이가 바로 찡이라고 했다. 그 아이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강아지 한마리가 다섯 남매가 북적대는 대가족의 집으로 들어와 생명의 줄을 이어주었다고 한다. 사람의 나이와 강아지의 나이는 서로 달라 비록 먼저 나이들어버린 동생이지만 찡이는 다섯 남매네 막내동생이었다.

 

처음만났을 때 찡이는 모포에 폭 싸일만큼 작은 강아지였다고 한다. <노견만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어 유명한 아이 같았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살아있을 때의 찡이를 알지 못했다.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어 고양이의 모습을 쫓다가 이웃이 된 블로그에서 찡이의 이름을 듣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역으로 궁금해졌다.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삶을 살고 간 아이이길래 모두 이처럼 따뜻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엄마도 지키고 아빠 마중도 나가곤 했던 찡이에게 홀딱 반한 고양이 대장은 길고양이에서 외출냥이가 되어 찡이네를 아직 지키고 있다. 가끔 대장이 나이가 들어버린듯한 글이 올라올때면 코끝이 찡긋해지곤 하는데, 아마 찡이가 살아있었더라면 나는 올려지는 글들을보며 마음이 시렸을지도 모르겠다. 내 반려 동물은 아니지만.

 

 

 

p181  당신이 필요해요

 

 

 

김찡의 마당을 왔다 떠난 고양이들은 행복했다. 찡이효과였을까. 사람마저 찡이랑 살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느껴졌을 정도니...이 아이는 분명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천사가 아니었을까. 급한 일보다 소중한 일을 먼저하게 만들고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면서 지루한 일상마저 중요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찡이. 생명이 주는 따뜻함은 마음으로 스며드는 것인가보다. 찡이의 표정, 찡이의 온기, 찡이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는 내게도 찡이가 남긴 추억은 참으로 따뜻했다.

 

좋은 이별은 추억으로 남는다는 이 말이 참 좋다. 그렇게 떠나간 찡이도 참 좋다.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 나보다 먼저 떠날 내 고양이들과의 이별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그 날이 될 수 있으면 멀리 멀리 멀리 돌아서 오기를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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