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집 이야기 땅콩집 이야기
강성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강성률 교수는 대통령상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풍향학술상 등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가 달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쓴 자전적 성장 소설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베이비 부머 세대로 태어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경쟁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왔는지 악전고투한 그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책 한 권에 담겨져 있었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 떠올렸다면 이 책은 분명 가장 강한 반전을 독자에게 선물할 그런 책이었다.

 

지금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저자는 중학교 시험에서 낙방했다. 그것도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삼류 중학교에 입학해서 온갖 풍파를 겪고 거친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해 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불발로 끝나고 삶이 이어지면서 그는 이류 고등학교에 입학,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발이 걸려 고3 시기를 공부와는 거리가 먼 시간으로 보내게 된다. 주인공 이태민의 인생은.

 

어른들이 그어놓은 선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지어놓은 감옥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들을 왜 우리는 사춘기 시절 가장 진하게 느끼고 마는 것일까.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오면 부조리한 장면들을 보게 되어도 머리와 가슴을 나누어 생각할 힘이 생긴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엔 어림도 없다. 머리와 가슴은 언제나 함께 뛴다. 그래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폭약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시절이 바로 그 시기다. 현직 대학교수가 내어놓은 최초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땅콩집 이야기]는 그래서 그가 잡은 시기를 묘하게 눈여겨 보게 만든다. 왜 하필 이 시기를 골랐을까. 결국 그래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어떤 것들일까. 혹시 사회를 향한 화두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해 지나가면서 [땅콩집 이야기]는 그렇게 읽혀졌다. 혹시 땅콩집 건축에 관한 리빙서적을 기대했다면 이 소설은 100% 다른 이야기임을 밝혀두고 싶다. 집을 지어가는 과정이 아닌 소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는 시기에 경험하는 사건이나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드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소중하지 않은 인연들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친 시기, 가장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인간은 언제나 큰 폭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그 성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겹핍이 심하게 보이면서도 어쩌면 마음의 영양학적으로는 가장 풍요롭게 읽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탄하기만 했던 내 청소년기와 비교해 보아도 이 소설은 아주 재미난 요소들이 많이 발견된다. 마치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학교 친구를 몰래 따라다니면서 훔쳐본 느낌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