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세우는 생각들 - 색다른 생각을 하기 위한 충격의 인문학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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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살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은 힘겹다" 라고 오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와 나의 생각이 같아서 그리고 싫어하는 류의 사람이 같아서 맘맞는 친구처럼 재잘재잘 떠들었는데 하루를 떠올려보면 별로 생각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이 사이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사는 사람이구나! 알게 된다.

 

275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인문학의 여행은 고생길이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사유의 여행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은 인문학은 희망이기 때문이란다. 니체의 말처럼 "최후의 인간이 조촐한 쾌락만을 탐닉하는 좀스러운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을 찾아다니는 한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경험으로 알만큼은 삶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은 행복을 찾아다니게 되었을까.

 

문명의 발달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쓰고 버려지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인간의 처지도 눈물겹고 텔레비전에 중독된 나의 모습도 반성되고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왠지 슬퍼지기도 했다. 알면알수록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즐거워지기 보다는 한숨이 터져나왔는데, 아마 인간이라는 동물 안에 갇힌 괴물들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깨닫게 되어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된 듯 싶어졌다.

 

불편한 진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편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책은 정신의 탯줄을 잘라 내지 못한 미성숙함 때문이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근친상간'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의 <여성과 남성은 왜 서로 투쟁하는가>를 인용하며 사랑할 수 없는 무능력에 관해 꼬집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버렸는데, 나에 대해 잘 알아야 너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우리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가 없다. 좋든 싫든. 그래서 요즘처럼 사이코패스도 많고 소시오패스도 넘쳐나는 세상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멈추지 않고 탐구해야만 납득할 수 있는 오늘을 살아낼 용기가  생길 것만 같아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인문학의 여정은 꼭 필요한 순행이라고 저자는 권하고 있다.

 

정신을 내어주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인간이 가축이 되어 버렸다는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글이 너무 충격으로 다가온 나머지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는데 바람이 불어와 앞머리카락을 넘기면서 생각의 틈에 여유를 한껏 부어주고 떠났다. 그 바람에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는데 이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 빡빡함이 끼여있어도 그 작은 틈새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지식들이 스며들어 괴물이 되지 않게 돕나보다.

 

모든 불편한 생각들이 위대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삶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색다른 느낌을 남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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