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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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처럼 늙어가도 좋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핫아이콘이니까. 섹시하고 자신감있고 멋진 여성을 대표하며 명성과 부와 행복을 함께 거머쥐고 산다.

 

오드리 헵번처럼 나이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공허함과 쓸쓸함을 그리고 지난날 아버지의 나치활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과 세상을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마음과 시간을 보태는 일.

 

아리카와 마유미처럼 30대,40대를 보내도 좋겠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에 발목잡혀 남이 보기 좋은 삶을 살기보다는 그 적령기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나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내는 용기. 그리하여 20대에도 하고 싶은 것을 했고 30대에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40대 역시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눈뜨는 아침을 맞는 그녀.

 

어느 쪽도 멋지게 느껴진다. 꼭 브랜드 커피를 마시고 명품을 소유해야 우아하고 품격있어 보이는 일이 아님을 나는 이제 알만큼은 세상을 살아왔다. 자, 어느 쪽일까.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쪽은-. 이야기꾼들의 생각은 어떨까. 영상시나리오과 교수이자 올댓스토리의 대표이사인 김희재 이사는 <실미도>,<한반도>를 집필했다. 그런 그녀는 나이듦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어린시절 폐결핵으로 인해 끊임없이 한 쪽 귀에서 고름이 흘러나와 고통스러운 치료기간을 보내야했던 기억으로 인해 병원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고 회고하는 그녀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지던 어느날 동네 허름한 한의원에서 또 다른 치료를 받게 된다.

 

p 7  그렇게 애쓰면서 혼자 우산 펴고 살지 않아도 된다

 

는 말 한마디였다. 하루를 마흔의 시간처럼 살았다는 그녀의 말이 내 마음도 울리고 있다. 얼마나 힘든 고통의 나날들이었을지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한마디.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은 공평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남기는 흔적만큼은 공평한 것처럼  내게도 그녀에게도 그간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 몸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딱 누군가의 이야기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뽀글머리가 더 편한 중년의 주부,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앞서는 나이가 되어버린 가장의 눈물샘, 젊을 때는 나도 이러지 않았다고 외치는 노인들, 그들 모두의 일상이 담겨 있다. 때로는 구질구질하게 때로는 평범하게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이 이야기들은 젊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세월을, 늙어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은 시려도 시선은 따뜻하게 만든다. 이해할 수 없는 어제를 이해하게 만드는 오늘. 이 책과 함께 나는 나이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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