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클럽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성균 옮김 / 까만양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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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자살클럽]은 작가의 전작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이어지길 바라며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코난도일이 추앙했다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는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트씨]를 쓴 1800년대 작가다. 1850년에 등대건축기사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가업계승을 위해 공대에 입학했지만 가업을 잇지 못했고 아버지의 바램대로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지만 변호사로 살지 않았다. 대신 1880년, 10살 연상의 아내 패니와 결혼한 후 소설집필을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특이한 삶을 살다간 작가지만 스티븐슨의 [자살클럽]은 잔인하거나 작의적이지 않았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보다 사실 번역자의 이름이 '김성균'이라 놀라고 말았는데, 동명이인이겠지만 '응답하라 1994'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삼천포역의 배우가 이전에는 '이웃사람'에서 살인범의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지라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하며 피식 웃음 지어버렸다. 혹시 살인범이 번역한 추리소설? 이라는.

 

보헤미아 왕자 플로리즐은 일생일대의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야 만다. 친구인 제럴딘 대령과의 산책길에 만난 크림파이를 나눠주는 청년을 따라 '자살클럽'에 발을 딛고 만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살방법을 택한 이들의 모임이었는데, 총 52장의 카드를 섞어 스 중 클럽 에이스 카드는 자살도우미가 되고 스페이드 에이스카드를 고르면 죽어야 하는 복불복 게임의 형태였다. 우연히 참가한 모임 속에서 죽음을 보아버린 왕자를 대령은 한사코 말리긴 했지만 오만한 태도도 두번째 모임에 나타난 왕자에게 죽음이 내려졌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마치 일본 드라마의 원작인 '스트로베리나이트'의 가벼운 버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 '크림파이를 나눠준 청년 이야기'는 '의사와 사라토가트렁크에 얽힌 사연'으로 이어짐으로써 왕자와 대령이 중심인물이고 이 단편들이 옴니버스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병약한 체력으로 인해 보헤미한적인 삶에 동경을 품었던 스티븐슨에게 이런 에피소드들은 환상이었을까 동경이었을까. 그가 후세에 태어나 셜록 홈즈를 읽고 루팡을 읽게 되었다면 그 상상력은 과연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이런 상상력이 중간중간에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꾸만 나의 독서속도를 늦추고 스토리를 잇는데 방해가 되었지만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깐잠깐의 그 상상들이 휴식처럼 찾아와 도리어 즐거웟달까.

 

1878년 <런던매거진>에 여르부터 가을까지 연재되었던 3편의 단편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모험꺼리를 찾아나선 두 남자의 비밀스런 일탈이 더해져 흥미롭게 펼쳐졌다. 이후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영화로 방연되어진 이 소설은 사실 가벼운 농담처럼 읽긴 좋아도 [보물섬]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색다른 재미에 빠져들게 만들지는 못했다. 약간 싱거운 음식을 맛보았지만 좋은 음식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어 나쁘지 않은 느낌과 동일한 느낌이 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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