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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창래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일본이 그 역사를 부정해도 우리는 쉽게 상처받는다. 패자의 역사만 가진 것은 아닌데도 우리는 우리네 역사 앞에 언제나 멍들고 상처받는 쪽이다. 그것이 눈물나게 슬프고 또 슬프다. 언제나 그런 대한민국이지만 월드컵이나 김연아의 스케이팅 앞에서는 한 마음이 되어 불끈~!!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이라 그 애국심도 남달라진다. 슬프면서도 애잔하고 애국심이 충만하면서도 또한 가슴아프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 이민작가의 작품인 [생존자]를 읽으면서도 그 뭉클함의 색채가 그만 짙어져버렸다. 한국의 채취가 묻어나 있으면서도 외국의 작품인양 낯설고 그런가하면 또 그리움의 향기가 배어 있는 작품이라 읽는 내내 파도타는 배처럼 울렁거림을 감내하며 읽어내야했기 때문이다.
[생존자]는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6.25를 배경으로 해서 그 전쟁을 겪으며 가족을 잃은 이의 삶이 멈추지 않고 현재로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잔상이 그들을 변화시키고 종국에는 그 삶의 영향력이 다음세대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잔혹성마저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읽다 멈추다를 반복해나가며 인물들이 연결된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어느 것이 진실인지 똑바르게 보고자 내 자신을 추스르며 읽어나가야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비극으로 몰아가며 아들을 찾기 위해 그 아비를 만나고 지난 날을 되집어나가는 여인의 손에 들려진 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도 만든다. 역사를 다시 보는 일만큼이나 그들을 이해해나가는 일은 아프고 또 힘들었다.
p633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데 용서한다는 거지?
라는 물음은 그래서 단순히 그 총구가 한 사람을 향해 있지 않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책에서 말미에 언급했던 것처럼 죽음이 그들을 땅에 묻어도 그 상처와 역사는 끝이 아닌 것이다. 살아남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아남아서 더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과연 이들은 어느 쪽인지 판단해내기 어려웠다. 그만큼 사람의 역사는 한겹 잣대로 판가름내기리엔 어렵기만 하다. 살아낸다는 것. 그것의 의미를 이 책 속에서 나는 찾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