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 박먼지 - 아기 고양이와 함께 자란 어른 사람의 31개월 그림일기
박정은 지음 / 혜화1117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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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어중간한 날짜지만 더 기다리고 있는 날은 사실 8월 17일인 '검은 고양이의 날'이지만. 이 두 날짜만큼이라도 세상 모든 고양이들에게 축복이 내려지고 배고파 죽는 혹은 학대당하는 고양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내 고양이 박먼지>>에 등장하는 까만 고양이는 무척이나 겁이 많고 소심했다. 반려견이 떠나고 펫로스를 심각하게 앓고 있던 저자에게 먼지는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왔다. 묘연인가? 했던 것도 잠시, 사흘 뒤 어미 고양이가 먼지를 데리러 저자의 집을 찾아왔던 것.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아기 고양이들까지 데려와 돌려달라고 말하는 어미 고양이편에 먼지를 돌려보내고 다시 찾아온 적막함. 고작 사흘이었는데 소심해서 얼굴도 잘 보여주지 않고 숨어 있던 작은 고양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고 말한 삼일집사 박정은씨.



그 마음이 작게 나마 이해가 된 건 아마 여섯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서일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인생에 들어왔을 뿐인데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소중해졌다. 정말 노벨 평화상은 고양이들에게 가져다주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볼 정도로 녀석들의 힘은 컸다. 파급력에도 힘이 실려서 세상 안에서 받고 있는 형편없는 대접을 한 방에 뒤집어버렸으면....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그러므로 작은 고양이 한마리지만...짧은 사흘이라는 시간이 집사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나는 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먼지가 나타났다. 엄마랑 형제들은 다 어디로 가고 혼자 벽틈에서 울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도 먼지는 너무 운이 좋았다. 부부는 고양이와 강아지의 다름을 이해했고 마음을 나누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아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빨리 다가와주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법도 없었고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석에 숨어 있던 먼지가 깨발랄하게 자라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귀여운 그림과 일상 속의 먼지가 꼭 내 검은 고양이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서 더 정겹게 느껴졌다. 밖 고양이지만 밥을 챙겨주고 있던 누룽지, 콩쥐, 팥쥐 등의 이야기도 글 속 재미를 더했다. 다만 끝무렵에 남편과 오랜만에 여행다녀올 준비를 했는데 먼지가 갑자기 혈뇨를 누게 되는 부분에서 '혹시....?'라는 불길함이 더해졌지만 여행을 취소하고 잘 돌봐 주었더니 방광염이 나았다는 대목을 읽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타인의 고양이지만 이별은 너무나 슬픈 일이므로....박먼지가 고양이별로 돌아갔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뒷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2014년부터 2017년 봄까지 31개월 정도의 날들을 그린 그림과 글 모음이라는 소개글마저 불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고백은 없었다. (박먼지....집사와 잘 살고 있겠지? 오늘도 좋은 날을 보내고 있겠지?)



특별한 준비 없이 집사가 되었고 얼렁뚱땅 해 준 것들이 많지만 랜선 집사로 혹은 고양이 책을 수십권 섭렵한 후, 집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해본다. 박먼지의 이야기에 얼른 집사가 되고 싶어졌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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