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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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

˝시몽, 시몽.˝ 그런 다음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이렇게 한 여인은 
사랑의 전환점 앞에서
새로이 열렸던 문을 닫았다.

익숙해서 편안함, 그 속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숙명이라 여기며
다시 자신을 불행 속에 두었다.

사랑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덧없음과 열정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봄에는 설레임을
여름에는 열정을
가을에는 풍요로움을 
겨울에는 되돌아보며
그렇게 사랑의 계절을 지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불행 속에 두지 않음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며 
건너는 계절이라야
불안하지 않은 설레임을 
오롯한 열정을
마음 어느 한 켠 헛헛하지 않은 
충만한 풍요로움을 느끼며
평화로이 비워낼 수 있을테니..

폴이 시몽과 로제가 아닌 
스스로에게 스스로만을 허락하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의 희생양 시몽‘이라 칭하며 느꼈던
묘한 쾌감 대신 다른 감정을 느꼈을까..?

로제로 하여금 스스로 비참한 감정이 들도록
허락하는 대신 스스로를 좀 더 귀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사랑, 생 모두 전환점 앞에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함을
그 에너지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왜곡되지 않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 소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안나카레니나>와 함께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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