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올리는 글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글로는 뭔가 확 티가 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른 기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에서도 제주의 바람이라든가 하늘이 느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곳의 햇볕은 따갑고 중국인, 서양인, 한국인 등 다양한 인종이 만들어내는 말소리에 시끄러운 편입니다. 그러고 보면 서울도 그렇긴 하네요. 아무튼 어제 제주에 도착했고 오늘은 이틀째입니다. 내일 다시 서울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애초에 제주도에 오게 된 계기는 심야서점 오프라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주도에 오픈을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에 서점을 열려면 일단 회사를 관두어야 겠죠. 그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저에게는 말이죠.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과 꿈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문제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좀 생각을 해봤는데,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그리고 사회적인 지위라는 이름의 주변의 시선. 저희 가족을 포함해서 말이죠. 또 결혼이라던가. 아무튼 뭔가를 포기한다, 그만둔다라고 하는 일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부터는 간단하지 않게 됩니다. 에이, 내가 관두고 만다,라는 식으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책임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책임감 있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생물로서 단순한 타성의 문제라고 할까요.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기 힘든 것 처럼 말이죠. 그편이 제가 느끼는 망설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막상 제주도에 와보니 이런 곳에 심야 서점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구도 적고 자연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습니다. 책에는 별로 좋지 않지만.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제주도에 놀러오게 되었습니다만, 막상 오니 딱히 할 일이 없더군요. 저는 먹는 일에 광분하는 타입도 아니고 볼거리 같은 것에도 그렇게 매력을 못 느끼는 지라. 성산 일출봉에 올랐더니 시시하군,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주위에선 멋지다고 난리가 났건만. 물론 그 사람들도 정말로 멋져서 그런 건지 그냥 예의 상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요. 솔직히 말해 멀리서 바라보던 성산 일출봉이 훨씬 장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정상까지 올라가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다고 그만큼 더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지는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혹시 제주도민께서 이 글을 읽고 기분 나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산일출봉은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다시 말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아름다운 풍광이니 저 같은 사람이 소수이고 이상하다고 하다면 제 쪽이 이상한 거지 성산일출봉이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성산 일출봉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멀리서 바라보았을 땐 분명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성산일출봉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보던 것이 가까이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저에겐 있었습니다. 왤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역시 저라는 인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같은 것이 제 안에 있는게 아닐까 하고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저는 단지 높은 것이 싫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는 딱히 행운이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그렇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힘들게 올라가서 바라보는 그 광경이 딱히 가슴이 뛰거나 하지 않습니다. 고작 이런 걸 보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하다면 이상한 성격일지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그래서 명산을 찾아 다니는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바다는 꽤 좋아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태어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섬에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프랑스 같은 내륙 국가(맞나요?)에서 태어나지 않은 건 다행입니다. 고향도 바닷가 마을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바다는 어떤 바다든 기분이 좋아집니다. 겨우 이걸 보려고 내가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하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입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걸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가장 먼저 간 곳이 우도였습니다. 제주도보다 훨씬 작은 섬인데 성산일출봉 있는 곳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가면 됩니다. 둘레가 16.1킬로미터라고 하니 마라톤 하프 코스보다 작습니다. 뛴다면 한시간 정도면 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작습니다. 저는 천진항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다른 항구도 있습니다. 두 항구 사이의 거리가 2킬로미터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복궁에서 시청 정도의 거리입니다. 

 섬에 도착해서 일주를 했습니다. 뛰진 않곤 걸었습니다. 몰랐는데, 우도에서는 자전거나 바이크 등을 빌려서 돌아다니는 것이 '정석'인 듯 합니다. 걷는 내내 걷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천천히 걷는다고 쳐도 3시간 반정도면 섬을 한 바퀴 빙 도는 게 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자신의 발로 하나의 섬을 전부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러지 않다니요. 바이크를 타는 게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야 있겠지만, 여행을 와서 시간을 절약한다는 발상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걸었습니다. 나중에 시간을 체크해보니 섬에 5시간 정도 있었더군요. 좋았습니다. 우도봉에도 갔었지만, 그닥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보단 바닷가가 좋았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멀리 또 다른 섬인지 육지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일본인지 우리 나란지 궁금했습니다. 일본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한국의 어디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고 섬 같았는데 대마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해수욕장이 아닌 곳도 많아서 그대로 뛰어들었다가는 바다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뛰어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섬까지 헤엄쳐가는 거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배를 만들 줄 아는 기술이 없었던 때에는 그런 식으로 이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저 같은 사람이 무리에 한 둘정도는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 몇 명은 성공했고 그런 식으로 인류는 섬에도 살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합니다. 

 어쩌면 섬 사람에게는 그런 조상의 '완고함'같은 것이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가 뭐래도 고집하는 성격 말입니다. 얼마전, 친구를 만났는데 함께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것은 좀 더 소중히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일종의 고해성사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한는 뭔가가 있다는 건 인생에서 보기 드문 사건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았다가 싫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겠죠. 어찌되었든 내가 지금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 라고 한다면 그런 기회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싫어하는 뭔가를 할 때 저는 조금씩 두려움을 느낍니다. 제가 좋아하는 뭔가를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참고 있는데, 정작 나중에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더이상 좋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요. 그럼 나의 시간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지 하는 생각을 하면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든 대상이든 말이죠.

 심야서점은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소중합니다. 응원해주시는 분 글을 읽어주시는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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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5-05-2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블로그를 방문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공감과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들어오겠습니다^^

민철 2015-05-29 22:09   좋아요 0 | URL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다음에 또 오신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에도 또 와주세요.

밤도깨비 2015-05-2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야서점이라 밤에만 들어오게 되네요. 공담되는 이야기가 있어 자주 들르게 됩니다. 오프라인으로 발걸음할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합니다^^*

민철 2015-05-29 22:09   좋아요 0 | URL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이라도 꼭 오프라인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