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린치 지음, 정영목 옮김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1장, 장의, 산 자를 위한 의식 중에서


6화-최종화


*그는 우리의 환각지幻覺肢, 우리의 다른 손을 씻기는 한 손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어니스트 풀러가 사무실로 온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어떤 심각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었다. 상처의 구체적인 내용을 동네 사람들은 모른다. 어니스트 풀러는 다리를 절지도 않고 어디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두들 그가 한국에서 뭔가를 보는 바람에 좀 단순해졌다고, 이따금씩 몹시 당황한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가 느닷없이 발을 멈추고, 쓰레기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고, 병뚜껑과 껌 종이를 유심히 살피곤 한다. 어니스트 풀러는 신경이 곤두선 미소를 짓고 죽은 물고기를 만지듯이 악수를 한다. 그는 야구 모자를 쓰고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다. 매주 일요일 밤이면 슈퍼마켓에 가서 보통 샴쌍둥이나 영화배우나 UFO가 등장하는 표제가 달린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계산대 옆 판매대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산다. 어니스트는 속독을 하고 수학을 잘하지만 그 상처 때문에 일을 한 적이 없고 얻으려고 한 적도 없다. 어니스트는 매주 월요일 아침 601파운드 남성 관 밑이 빠져 추락—심각한* 상황 또는 스타들의 방부처리 담당자 엘비스는 영원하다고 말하다 같은 표제가 달린 기사 스크랩을 나에게 가져온다. 월요일 아침에 마일로 혼스비는 죽었다. 어니스트의 스크랩은 동 앵글리아 어딘가에서 나온 유골이 가득 담긴 단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툴툴거리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가끔 휘파람을 불고, 곧 말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였다. 잉글랜드의 어떤 과학자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 가지 검사를 했다. 그러나 자식 아홉만 달랑 남겼을 뿐 재산은 남기지 않은 유골의 미망인은 허무하게 줄어들어버린 지극히 사랑하던 남편이 그녀에게 복권 당첨 번호를 말해주려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재키는 우리 앞길을 밝혀주고 떠나려 했을 게 분명해요.” 그녀는 말한다. “그이는 그 어떤 것보다 자기 가족을 사랑했으니까.” 그들 둘의 사진이 실려 있다. 미망인과 단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육신과 청동, 빅터 축음기와 빅터 축음기의 개. 개는 귀를 쫑긋 하며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늘 기다리고 있다. 어떤 좋은 소식이나 당첨번호를 기다리고 있다. 징조나 이적, 우리가 사랑하는 죽은 사람으로부터 그가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눈에 띄는 일을 하면, 무덤에서 일어나거나 관을 뚫고 추락하거나, 백일몽 속에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면 기뻐한다. 마치 죽은 사람이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계획이 있는 것 같아,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즐겁다.




하지만 잘 알려진 슬픈 진실은 우리 대부분이 관에 그대로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죽어 있을 것이며, 우리의 단지나 무덤은 절대 소리를 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이성과 레퀴엠, 우리의 묘석이나 장엄미사는 우리를 하늘로 데려다주지도 않고 하늘에 가지 못하게 막지도 않는다. 우리 삶의 의미, 삶의 기억은, 우리의 장례식과 마찬가지로, 산 사람들에게 속한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지금 어떤 존재를 가지고 있든, 그것은 산 사람들의 믿음에 의해서 가지게 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겨울 매장을 위해 여기 무덤들에 열을 가한다. 파 들어가기 전의 일종의 전희前戲로, 묘지 관리인과 그의 굴착기가 땅을 열기 전에 땅을 쥐고 있는 서리의 손아귀를 좀 느슨하게 풀려는 것이다. 우리는 수요일에 마일로를 땅에 묻었다. 우리가 거기에, 떡갈나무 관 안에, 서리 선線 바로 아래, 묻은 것이 이제 마일로이기를 중단했다는 것은 자비로운 일이다. 마일로는 그 자신의 관념이 되었다. 3인칭과 과거 시제로 영원히 고정되었다. 그의 미망인의 식욕 상실과 수면 장애가 되었다. 우리가 그를 찾는 여러 장소에서 결석자가 되었다. 우리에게서 마일로라는 습관은 사라져, 그는 우리의 환각지幻覺肢, 우리의 다른 손을 씻기는 한 손이 되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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