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린치 지음, 정영목 옮김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1장, 장의, 산 자를 위한 의식 중에서


5화


*“한 손이 다른 손을 씻는 거지.”*


마일로가 죽은 병원은 최첨단이다. 문마다 신체부위나 어떤 과정이나 신체 기능을 가리키는 표지가 붙어 있다. 나는 그 말들을 다 합치면 결국 ‘인간 조건’이 된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마일로에게 남은 것, 유해는 지하실에, 배송 및 접수와 세탁 사이에 있다. 여전히 물건들을 좋아한다면 마일로는 자신의 자리가 마음에 들 것이다. 마일로의 방은 병리라고 부른다.


죽음을 가리키는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어법은 무질서를 강조한다.

우리는 실패, 변칙, 부족, 부전, 정지, 사고 때문에 늘 죽어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만성이거나 급성이다. 사망확인서의 언어—마일로의 경우는 “심폐 기능 부전”이다—는 허약함을 가리키는 언어와 같다. 마찬가지로, 혼스비 부인은 그녀의 슬픔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거나 부서지고 있다거나 박살나고 있다고 이야기될 것이다, 마치 그녀에게 구조적으로 뒤틀린 게 있는 것처럼. 마치 죽음과 슬픔이 ‘사물의 질서’의 한 부분이 아니기나 한 것처럼, 마치 마일로의 부전과 그의 미망인의 울음이 당혹감을 주는 것처럼, 또는 주어야 하는 것처럼. 혼스비 부인에게 “잘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버티고 있다, 폭풍을 뚫고 나아가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 굳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을 기꺼이 도와줄 약사들이 있다. 물론 마일로에게 “잘하고 있는 것”은 위층으로 다시 돌아가, 꺾이지 않고, 계측기와 모니터를 계속 삐삐 울려댄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마일로는 아래층에, 배송 및 접수와 세탁 사이에, 스테인리스스틸 서랍 안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얀 비닐에 싸여 있고, 그의 작은 머리, 넓은 어깨, 튀어나온 배, 가느다란 다리, 발목과 발가락 꼬리표에서 늘어진 하얀 고무줄 때문에, 꼭 크게 확대해 놓은 정자처럼 보인다.



나는 서명을 하고 그를 거기에서 데리고 나온다. 마음 한구석에서 나는 아직도 마일로가 젠장 참견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물론, 우리 모두 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죽은 사람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장례식장으로 와서, 위층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 뒤의 방부처리실에서, 마일로 혼스비는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도기 탁자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 비닐을 풀자 쭉 뻗은 마일로는 이제야 그 자신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이기 시작한다—눈은 크게 뜨고, 입은 헤 벌리고, 우리의 중력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는 면도를 해주고, 눈을, 입을 닫는다. 우리는 이것을 이목구비 잡아주기라고 부른다. 아무리 그래도 살아서 늘 뜨고, 감고, 초점을 맞추고, 신호를 보내고, 뭔가 우리에게 말을 해줄 때처럼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죽었을 때 눈과 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이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정돈해야 할 마지막 세부사항은 마일로의 두 손이다. 곧 한 손은 다른 손 위에 포개져 있고, 두 손은 배꼽 위에, 편안한, 쉬는, 물러난 자세로 놓여 있게 될 것이다.

이것들도 이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그렇게 자리를 잡아 주기 전에 먼저 두 손을 씻긴다.



아내가 몇 년 전 집을 나갔을 때, 아이들은 이곳에 그대로 남았고, 남부끄러운 일들도 그대로 남았다. 작은 타운에서는 큰 뉴스였다. 뒷담화와 호의가 오갔는데, 이런 동네들은 원래 그런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아무도 나에게 딱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무력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냄비요리와 쇠고기 스튜를 가져오고,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이나 카누 타기에 가고, 어린 누이들에게 나를 찾아가 보라고 설득했다. 마일로가 한 일은 내가 가정부를 구할 때까지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자신의 세탁 밴을 우리 집에 보낸 것이었다. 마일로는 아침에 다섯 보따리를 들고 가 깨끗이 빤 다음 개서 점심때쯤 돌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었다. 그를 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의 집이나 세탁소에 가 본 적도 없었다. 그의 부인은 내 아내를 안 적이 없었다. 그의 자식들은 우리 자식들과 놀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가정부를 구한 뒤 나는 마일로를 찾아가 세탁비를 냈다.청구서에는 보따리의 개수,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 횟수, 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총액은 육십 달러였던 것 같다. 세탁물을 가져가고 가져다주고, 쌓고 개고 크기별로 정리하고, 내 목숨과 내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우리가 내내 깨끗한 옷과 수건과 침대보를 쓰게 해준 값은 얼마냐고 물었다. “그건 됐소”가 마일로의 대답이었다. “한 손이 다른 손을 씻는 거지.”


나는 마일로의 왼손 위에 오른손을 얹고, 또 반대로도 해본다. 그랬다가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랬다가 이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다. 어느 쪽이든 한 손이 다른 손을 씻는다.

방부처리에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일을 다 마쳤을 때는 날이 환하다.


(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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