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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평점 :
종교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특정 종교를 맹신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 1학년때 우연히 서점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 뒤 며칠간 정말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심취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내게 왜 그 책에 필 받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읽을 목적으로 집을 뒤졌더니 역시나 그 책은 없다. 책은 세계 3대 종교부터 우리나라 미신에 이르기 까지 꽤 다양한 종교에 대한 상식을 넓히기에는 참 좋은 책 이었는데 말이다.
건축물로 종교를 풀어쓴 책을 최근 만났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라는 책인데, 책을 펴낸 사람은 임광명이라는 부산일보 기자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은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또 건축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각 건축물에 대한 전문적인 감식이나 비평은 하지 못한 대신 건축물을 보고 느낀 감상을 있는 그대로 글로 풀어냈다고 밝힌다.
책은 우리나라를 네 지역(부산, 영남, 호남, 그외의 지역)으로 구분해서 각 지역에서 훌륭한 건축물을 사진에 담고 해설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3대종교인 이슬람교, 크리스트교(카톨릭 + 개신교), 불교는 물론 천도교와 원불교를 대표하는 건축물도 소개되어 흥미를 끈다. 건축물에 얽힌 내력은 물론 상징적인 의미, 건축양식 등 해박한 저자의 지식은 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해당 건축물이 세워진 이유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데 일조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건축물은 모두 38곳. 그중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슬람 성원이다. 전국에 11곳이나 있다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책에는 부산에 있는 부산성원이 소개되어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인데도 이름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허락하면 한번 구경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흥미있게 본 건축물은 대한성공회 강화읍성당이다.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현존 최고의 성당으로 출입문을 보면 성당이라는 생각보다는 향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겉모습이 정말 한국적인 성당. 이는 자기들의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한국의 문화전통 안에서 복음을 이식시키려는 토착화의 입장에서 선교활동을 펴는 영국 성공회 사제 트롤로프 주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종교건축물이 아닌데도 이 책에 소개되는 건축물이 유일하게 하나가 나온다. 제주도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건축물로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 명상을 위한 건축물이기에 수행하는 종교의 의미로 저자가 포함한 것이다.
책에서 논하는 건축물중 가본 곳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작다. 그래서 짬을 내어 부근에 갈 기회가 있을 때 꼭 한번 들러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구포성당은 곧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예정이라고 하니 빠른 시일내에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다양한 건축물을 통해 종교를 좀 더 깊게 느껴볼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