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특하고 특별하다.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 마트 노동자 등 3대 가족의 노동 이야기"


건강한 신체를 담보로 상대적으로 쉽게 시작하고 또 어렵지 않게 그만 둘 수 있는 직업들의 그 숭고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아닌, 바로 저자의 아빠, 엄마, 언니, 조카 등 3대 가족들을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덕분에 무척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가족의 노동사이지만, 우리 주위의 생각보다 많은 여느 가족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저자: 강은진

15년 차 직장인. 언론사, 게임 회사, IT 회사에서 기자, 퍼포먼스 마케터, PR 매니저 등으로 일했다.



[목차]

1장 강영수(1949년 생). 가방 공장 사장의 꿈은 이뤘는데, 왜 퀵 서비스 가게 사장은 될 수 없었을까?

2장 강지영(1977년 생). 아르바이트생에서 계약직으로, 계약직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3장 강유정(1975년 생). 모자 가정 여성 가구주에게 가난은 숙명

4장 이민준(2001년 생). 스트레스상 탈모가 생겨도 A호텔에서 계속 일한 이유

5장 이지훈(1999년 생). 오토바이 배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번외 편으로 엄마와 저자의 노동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하는 아빠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배달을 온다면?

동료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언니가 일하고 있다면?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조카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점심 식사를 가져온다면?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 청소를 엄마가 한다면?


그렇다. 가족을 사랑하고 또 가족의 성실한 노동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면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뭐 어때 그냥 서로 쿨하게 행동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나름 순간의 기지와 빠른 대처로 건넨 행동과 말들이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어떤 오해와 서운함을 불러일으키게 될 경우라는 게 있지 않겠는가.


인간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상황에 맞춰 일(노동)을 하게 되는데,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는 직업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과 운도 알맞게 받쳐줘야 한다. 또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퇴직을 하고도 또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또 한쪽에서는 돈 공부와 각종 재테크 분야를 섭력하여 최대한 빨리 파이어족(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하여 30대 후반이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월급쟁이 회사원으로 적당한 집, 차를 소유하면서 빚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봉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그 나름대로의 숭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 마트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직업군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 쉽지 않고, 간혹 이 직업들을 발판으로 삼아 몸이 망가져도 극단적으로 아끼고 돈을 모아 일반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옮겨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도시 빈민으로 시작한 아빠(1949년생)는 20대 때 가방 공장 사장의 꿈을 이루며 자수성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IMF라는 풍파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가난해졌다. 그리고 세상은 변했다. 아빠는 젊었을 때처럼 더 이상 성실한 노동만으로 가난을 극복할 수 없었다. 아빠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 사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20년 오토바이 퀵 서비스 기사로 노동사를 마감했다.


언젠가 아빠는 고령으로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고, 어쩌면 병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자식)들은 늙고 병든 엄마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삶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본문 중에서)


나이가 들면 직업 선택의 폭 또한 줄어든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직업군으로 반전에 성공하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변화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좋은 직장으로의 반전을 꾀하기보다는 이거라도 어디야 주어진 것에 만족하자며 안정적인 방향으로 그저 그런 소득이라도 벌기 위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한다.


감정노동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위치와 맞물리면서, 재미있지만 씁쓸한 경로를 그린다.

얼굴과 젊음마저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20대 여성은 주로 화장품 등의 판매직에, 육아와 병행을 할 경우가 많은 30~40대 여성은 콜센터에, 젊음을 잃은 40~50대 여성은 마트 판매직으로 간다. 그리고 더 이상 사회가 그들에게 젊음의 싱그러움, 환한 웃음과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청소, 식당 노동자로 또는 어머니의 역할이라 믿어지는 간병인, 산모 도우미 등 돌봄 노동자로 변모하게 된다. -희정<노동자, 쓰러지다>


각자 집안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모두가 다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낙오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적절한 정책과 발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 노력하면 그 대가를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고 낮은 보상은 일(노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근로빈곤층(워킹푸어):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은 가난으로 훼손당했다.

학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제대로 된 경력도 없다.

그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위험한 일이거나, 고된 일을 더 오래 하는 선택지밖에 없다. 더 오래 일하고, 더 힘든 일을 하고, 더 위험한 일을 한다.

하지만 버는 돈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한 걸까?

(본문 중에서)


생각보다 일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은 표면적으로 신분제 사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교육수준과 부모의 소득, 부모의 직업은 자식의 학력과 급여에 또 결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4차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가지고 있던 기술이 쓸모가 없어질 확률이 높고, 또 인간관계는 협소해진다. 아무리 강한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해도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면 돈을 벌어먹고살기 힘들고 또 노후준비까지는 언감생심이다.


이 책은 특히 가족 누군가의 사업 실패로 집이 망한 사람,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버는 사람, 도박으로 빚을 갚기 위해 생계형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 미래가 보이지 않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갈 내용이 많다. 또 만약 이런 삶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타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줄 책이다.


근로빈곤층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일(노동)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또 실제 자신의 가족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며 이렇게 출판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출판사 이름이 특이했다. <작아진 둥지>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의 노래 '이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소란 새끼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것을 말한다고.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노인,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일상 속 익숙한 삶을 낯설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겠다고 한다. 작아진 둥지 출판사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다음에 출판될 책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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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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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청아한 문체.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일본작가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소설 <웨하스 의자>를 읽었다.


2004년 12월 15일 초판

2021년 11월 10일 개정판


에쿠니 가오리는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그녀의 작품 중 거의 17년 만의 개정판 <웨하스 의자>를 만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철모르는 갓난아기다. "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의 솔직한 일기 형식의 51편 이야기를 통해 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관계에 대해, 일에 대해. 절망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허용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여자 주인공은 중년에 접어들었다. 화가지만, 주 수입원은 스카프와 우산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다행히 그 일은 그녀의 생활에 안정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애인은 있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 사랑하는 애인은 골동품 가게와 헌책방을 하고 있다. 애인에게는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다. 그는 차가 없어서 어디든 갈 수 있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 자유롭다.


여자 주인공의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네 식구였다. 그녀의 엄마도 화가였는데 성공한 화가는 아니었지만 항상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 방에서는 언제나 그림 그리는 냄새가 났다고. 캔버스 위에서 마른 물감과 기름 먹은 천 냄새. 그리고 그녀의 아빠는 잡지사 기자였는데 집에서 일하는 때도 있었지만 취재하러 나간 채 며칠이나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족 구성원 여동생. 여동생은 얌전하고, 우등생이고, 나이보다 늘 어려 보였던 동생을. 남자아이처럼 머리가 짧고, 아빠 말을 따라 캐치볼을 했던 동생. 치아 교정기를 끼고 매주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고, 유치원복의 감색 베레모가 잘 어울렸던 동생. 지금은 회사에 다니면서 일단은 자립했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때로 남자를 데려오기도 하는 여동생.


"우리는 예전에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의 운명에 대해서.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소멸할 운명이리라. 우리 둘(주인공과 여동생)이, 우리 가족의 끝이다. 모두, 어디로 가 버렸을까. 복작복작했었는데, 모두 어디론가 가 버리고 말았다. 아빠도 엄마도. 나는 두 번 다시 그들을 만날 수 없다."


부모님은 차례로 돌아가셨고, 자매가 지금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주인공과 여동생이 가족의 끝이 될 것이다.


"죽음. 아빠는 슬퍼해서는 안된다. 슬퍼할 일이 아니야라고 했지만, 애인은 죽지 않았으면 싶었다. 당신은 죽지 마. 나와 동생은 죽음은 평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죽음은 언젠가 우리를 맞으러 와 줄 베이비시터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철모르는 갓난 아기다."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 모두에게 공평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나는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건 나 자신을 홍차 잔에 곁들인 각설탕인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쓰일 일 없는 각설탕처럼. 나는 대부분을 어른 옆에서 지냈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어른과 함께인 편을 좋아했다. 아마도 홍차 잔에 곁들인 각설탕으로 지내는 편이 성격에 맞았던 것이리라. 쓸모없는, 하지만 누구나 거기에 있기를 바라는 각설탕인 편이."


주인공과 애인은 여행을 계획한다. 해마다 8월이면 둘이서 열흘 정도 이 도시를 떠난다. 그들의 휴가, 그녀와 애인은 허브차를 마시고, 몇몇 도시에 대해서 얘기한다. 지금까지 가 본 몇몇 도시와, 그리고 언젠가 가 보고 싶은 몇몇 도시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은 여자 주인공의 미술 대학에 다니던 시절도 함께 추억한다.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지만 훨씬 형편없는 여자였다고 자신을 회상한다. 애인을 이렇게 말한다. '만나 보고 싶네 그 시절의 당신도' . 그들이 사귄 지 6년인데 순간 불쑥 그것이 찾아온다. 그것이란, 애인이 돌아가는 순간을 말한다. 돌아가는 길, 그녀는 신중하게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찾아 걷는다. 혼자서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몇몇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했다. 그림 그리는 학생, 미술상, 시장에서 일하는 남자. 지금 애인은 골동품 가게와 헌책방을 하고 있다. 허벅지가 아름답고, 살에서는 깊은 숲속 냄새가 난다. 나는 그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 아 한 명을 빼놓았다. 아주 짧은 사랑이었다. 그 남자는 어느 극단 멤버였고, 궁상맞도록 가난했다. 동그란 얼굴에, 교진 팬이었다. 아마도 언뜻언뜻 비치는 피로감에 이끌렸던 것이리라. 지방이 끼기 시작한 배에, 살기 힘들어하는 표정에. 착한 남자였다. 따끈하게 데워 설탕을 넣은 우유를 좋아했다. 아르바이트를 몇 가지나 했다. 그리고 헤어지자고 하자, 울어주었다. 나는 그들을 좋아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색다른 과일처럼 독특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 멀고 애매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녀는 일을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다른 것을 깨끗이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그럴 수 있는 시간은, 기억하는 한 3가지 밖에 없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나비를 잡는 시간, 그리고 눈 내리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게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것처럼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달라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지만, 그것은 크림이라기보다 설탕을 녹인 페스토처럼 묽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 절대 앉을 수 없다."


의자이지만, 절대 앉을 수 없는 행복을 상징하는 웨하스 의자. 웨하스 의자와 같은 존재인 그녀와 애인은 7년 전에 처음 만났다. 전시회장에서. 애인은 그림을 한 장 사 주었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작은 화랑, 한구석에 놓인 테이블에서 다시마차를 마시면서 그림 얘기를 했다. 애인은 솔직한 말투에,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올바른 무게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 그림에도 일본 그림에도 꽤 지식이 많은 듯한 애인과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문득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애인이 아닌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애인과 살려 하면 그녀는 갇히고 만다. 관계에 대해, 일에 대해. 절망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허용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사랑 없이는 죽음이기에 절망이 따르는 사랑이지만, 오히려 절망을 품고 자기를 긍정하는 강인함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그런 사랑. 보편적인 사회의 시선을 넘어서야 하는 그 사랑의 결말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은 바로 다양한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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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 1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 그 장대한 기록
김재농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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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고 산에도 종종 오른다. 힘은 들어도 다녀오면 건강해진 느낌과 뿌듯한 기분이 좋아서 종종 산에 가곤 한다. 지리산은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가족과 함께한 2박 3일 여행이었는데 시원한 계곡과 장엄했던 그 풍경이 세월이 많이 지난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재미있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김재농: 아호는 덕송.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출생.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강동구 약사회 부회장, 남양주시 약사회 화장, 경기도 마약퇴치운동 본부 감사, 남양주시 등산 동호회"예솔"창립, 월간 수필문학으로 수필 등단,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과정 수료, 한국문인 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 과정 수료, 남양주시 덕소에서 카이로 약국 경영. <저서>로는 카이로 김약사의 지중해 이야기, 깃털 같은 자유를 찾아, 걷고 싶어라 저 아름다운 능선을, 투구꽃의 비밀 등


"지리산 성삼재부터 촛대봉을 넘어 삼신봉,세석봉을 지나 천왕봉에 오른 발길은 히말라야로 이어져 남체,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안나푸르나 푼힐과 촘롱까지 대장정을 이루다"


이 책에는 17번의 종주와 2번의 등반을 통해 저자가 직접 그린 지리산 종주 지도와 코스별 하산 루트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코스,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의 지도가 꽤 자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지리산과 에베레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산악인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종주를 할 때는 자기들의 주행 능력을 판단하여 산장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점심 먹는 장소며 메뉴도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능하면 배낭의 무게를 줄이며, 물의 수급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리산 종주 코스에는 노고단 산장을 비롯하여 뱀사골, 연하천, 세석, 장터목 등 5개 산장이 있고, 샘으로는 산장을 제외하고 임걸령, 총각, 선비, 산희, 천왕 등의 샘이 있는데, 이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27년 전만 해도 산장은 물론 표지판 하나 없었다. 물어볼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등산로도 분명치 않아 자칫하면 조난당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 등장하는 사진을 보며 노고단 산장에 오르는 가을 빛, 운치 그리고 바위떡풀의 매력과 지리산 철쭉과 단풍을 나도 죽기 전에 꼭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철쭉은 분홍이 아리나 연분홍이라고 한다. 저자는 처음 지리산 철쭉을 보았을 때, 꽃빛이 너무 힘이 없어서 실망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연분홍이 눈에 아른거렸다고. 희미한 안개 속에 연분홍 꽃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분홍색 꽃이 사진이라면 연분홍 꽃은 그림이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철쭉이 필 때면 신록이 그 배경이 되어주는데 거기에 안개까지 더해져 환상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또 5월 말-6월은 지리산 신록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한다. 참나무가 좀 늦기 때문이라는 데 신록과 함께 신록에 파묻혀 지리산을 종주하는 즐거움은 경험해 봐야 한다고 작가는 진심을 다해 말한다. 아름다운 신록의 풍경 그리고 산새들의 노래, 물소리 바람 소리를 통해 충분한 힐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천왕봉 일출은 지리산 1경인데 장터목 산장에서 1시간 반 정도 야간 산행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대단한 인기라고. 떠도는 말에 의하면 3대의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진경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촛대봉 일출은 등산로도 사납지 않고 세석 산장에서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천왕봉의 유명세에 눌려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촛대봉 일출을 꼭 기억해두어야겠다.


저자는 약국을 정리하고 지리산을 몇 바퀴 돌고 나니 히말라야가 생각났다고 한다. 잘 알려진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그런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해발 42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5400m이기 때문에 안나푸르나를 먼저 가는 순서로 계획을 세웠다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저자의 나이가 70대 후반이라는 것! 한살이라도 젊을 때 높은 데를 가는 것이 합당하기에 결국 순서를 바꿔 에베레스트를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푼힐은 히말라야 최고의 전망대인데 그 설산의 분위기와 일출 광경을 잊을 수 없다고. 푼힐에서 안나푸르나를 가려면 촘롱에 올라야 하는데 그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있다고 한다. 그 계곡을 건너는 데 1박2일이 걸리지만 히말라야의 깊은 속살에 심취할 수 있었다고. 하루의 이동 거리나 오르내리는 고도로 보아 에베레스트 트레킹보다 좀 더 힘들다고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지리산 종주같이 험난하지도 않아서 80이 넘은 나이에도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를 가고 싶다는 저자. 정말 멋지다! 히말라야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혹독한 환경이고, 아득히 보이는 희미한 설산인데 그래도 올라야겠다는 마음이 불같이 솟구치니 이것이 히말라야의 매력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저자는 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 그 장대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1964년 7월 23일~26일 첫 번째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저자는 80세를 넘은 지금까지 총 17번의 지리산을 종주했다. 산에서 느낀 희로애락과 감동, 대자연으로부터 배운 깨달음을 이 책에 담았는데, 당시 풍경과 저자가 직접 그린 종주 지도와 요약도 그리고 꿀팁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지리산과 히말라야 종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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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자는 동안에도 해외주식으로 돈 번다 - 부자 될 주린이를 위한 해외투자 성공 7법칙
주이슬 지음, 김도사(김태광) 기획 / 굿웰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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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만 할 것이다" 

-워런 버핏-


살면서 점점 더 공감하게 되는 워런 버핏의 명언이다. 100세 인생이라는 가정하에 내가 죽기 전까지 자본주의 시장은 붕괴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2021년 요즈음 한국에서 살면서 자본주의 꽃'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많은 매체를 통해 부동산 급등, 물가 상승, 사상 최저금리 등 여러 현상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주식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필수 재테크가 되었다. 이번에 읽은 '나는 잠자는 동안에도 해외 주식으로 돈 번다(주이슬/굿웰스북스)'은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미국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을 위한 미국 주식 입문서로 유용한 실용서였다.



<주이슬 작가>


: 한국주식투자코칭협회 대표, ABC엔터테이먼트 소속 작가, 재테크 멘토, 금융교육강사, 동기부여가

은행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서도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에 대해 고민하고 관찰하면서 '부자 되는 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주식 공부를 놓지 않고 꾸준히 투자에 도전한 결과 직장인에게 가장 알맞은 전 세계 채권과 주식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ETF 투자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소득을 영위하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멋지다!



<부자를 꿈꾸는 주린이를 위한 해외투자 성공 7법칙>


1)적금처럼 시작해 거치식으로 운용하라.


2)우상향 하는 시장에 분산 투자하라.


3)전 세계 자금의 흐름을 보고 투자하라.


4)물가와 경기지표, 성공 공식을 기억하라.


5)쉽고 편리하게 해외 ETF 투자를 시작하라.


6)주식, 펀드, 선물 투자보다 ETF가 훨씬 좋다.


7)하나의 기업보다 시장에 투자하라.



거대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은 전체 시장의 50%, 한국의 주식시장은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장의 파이를 놓고 봤을 때 한국 주식시장보다는 미국 주식시장이 좀 더 안전하고, 그만큼 저위험 고수익의 시장은 미국에 있다는 뜻이 된다. 미국 주식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순간 그 유명한 전 세계 기업의 CEO들과 직원들이 나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는 것이다.



미국처럼 크고 다양하며 혁신적인 시장이 있을까? 기축통화로서의 가치, 안전자산 달러에 투자하면서 효율적인 재테크가 가능한 시장 그것이 바로 미국 주식시장이었다. 다만, 자신만의 투자 원칙이 필요하고, 뉴스보다는 실제 돈의 흐름을 봐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야 하고, 경제지표를 활용해서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좋다고 작가는 조언한다.



2020년 3월 19일 코스피가 올라간 이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에서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줬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란 연방준비은행에서 한국에 직통으로 달러를 수혈해 준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을 때도 통화스와프 체결 후 최저점에서 반등해서 올라감. 2020년 3월 19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서 한국 코스피지수가 가파른 속도로 올라간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증시가 폭락했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 10년 확장기를 누리면서 진짜 돈이 되는 ETF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나도 미국 주식 투자로 진정한 자본가가 돼서 미국 주식 투자로 매달 월급만큼 수익을 내고 싶다.



해외 주식 투자가 처음이라면?

시장지수부터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떤 나라든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발전하고 혁신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국력이 강해지고 시장이 강해질수록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맘 편하게 안전하게 투자를 하고 싶다면 전 세계의 자산으로 굴리는 해외 주식 투자가 최고의 방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미국 주식을 하게 되면, 젊은 사람들은 시드머니를 키울 수도 있고,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불리기 위해 넣어놓을 수도 있다.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적립식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도 있으며, ETF를 통해 소액으로도 충분히 투자의 세계를 뛰어들 수 있다고.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는 주식 이야기에 대해 이 책은 글씨 크기와 간격이 답답하지 않고 부담 없어서 좋았다. 또한 <알아두면 쓸데 있는 주이슬의 투자 백과+주린이를 위한 핵심 요약 노트> 파트에 간결하면서도 주식 꿀팁들이 들어있어서 유용했다.



<미국의 3대 지수: 다우 존스, S&P 500, 나스닥>


1)전통의 가치주, 다우존스

30개 정도의 회사를 다우존스사에서 모아놓은 것.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주들이다. 나이키,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두에게 익숙한 기업.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다우존스에 포함되어 있다.


2)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 S&P 500

S&P는 Standard & Poor's의 약자를 뜻한다. Standard & Poor's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을 선정해서 지수화시켜 놓은 것. 분산도 잘되어 있고 혁신적인 기업들도 잘 들어와 있다.


3)혁신적인 기업 나스닥

웬만한 성장주나 기술주들이 몰려 있음. 대표적으로 애플, 테슬라, 인텔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모여 있음. 한국 코스닥시장이 나스닥시장을 따라서 만든 것이다.



<인베스팅 닷컴> https://www.investing.com/

: 전 세계의 지수가 다 나온다. 미국의 경우는 S&P500, 다우존스, 나스닥 등 실시간으로 뜬다. 지수를 타고 들어가면 관련된 뉴스들이 정리되어 뜨기 때문에 공부하기도 좋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지수를 확인하면 좋다. 달러지수가 약세일 때는 원화로 한국 시장지수를 사고, 달러지수가 강세일 때는 미국 시장지수나 달러를 사라. 달러로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달러로 주식 투자를 해놓는 것이 수익이 좋다고 작가는 조언한다.


역사적으로 다우존스는 1884년도에 처음 발표되었고, 1972년에 처음 1,000을 돌파 후, 지금 34,900으로 70년대와 비교해 43배 상승을 했다. S&P 500은 1970년 100 정도에서 지금 4600으로 46배 성장을 했다. 나스닥 시장은 1980년 100 정도에서 14,700이니까 무려 147배 성장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상승률이 아닐 수 없다.



<국내 ETF 살펴보는 쉬운 방법>

네이버금융>국내증시>ETF>해외주식>종목및 수익률,시가총액 확인 가능

https://finance.naver.com/sise/etf.nhn


<Fred 사이트 또는 앱 사용하기>

https://fred.stlouisfed.org/series/BAMLH0A0HYM2


-M2(시중통화량), High Yield 채권 스프레드(부도위험지수), 연방준비은행의 자신 변동 등을 주로 참고

-High Yield 채권 스프레드(부도위험지수): 스프레드가 올라갈수록 주식시장이 위험하다는 것을 나타냄-고위험 기업들에게 빌려준 채권의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높은 금리를 갚지 못한 기업들의 파산 위험이 커지기 때문.

-High Yield 채권은 미국 회사채 중에서도 BB+이하 등급 회사채를 말한다. BB+이하 등급은 부실채권이다.

-ICE BofA US High Yield Index Option-Adjusted Spread를 검색하여 확인 후 투자!

-High Yield 가 계속 상승한다=자산가들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고 있다는 뜻!



<주식 명언>

1. 한번 베팅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기회가 올 때까지 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빌 그로스>


2. 사람들이 이제 주식시장으로 돌아가도 안전하겠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피터 린치>


3. 주식 투자에 뛰어들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정신적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주식시장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앙드레 코스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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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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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냄새"


그리운 여행 냄새. 2019 코로나 시작, 그리고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이 외 다른 해외를 방문하지 못한 채 2021년 하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코로나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21년 신작 장편소설 '집 떠난 뒤 맑음(상, 하)'이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애정 하는 작가이기에 신작 출간이 무척 반가웠다. 책표지도 예쁘고 산뜻하다. 600여 페이지의 2권의 신작(집 떠난 뒤 맑음)의 주인공 소녀들은 바로 17살 자발적인 아싸(아웃사이더) 이츠카짱과 밝고 붙임성 좋은 그녀의 사촌동생 14살 레이나짱이다. 두 소녀는 미국 여행을 결심하고 광활한 대륙을 여행하기 시작하는데, 여행도 여행이지만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 여행의 끝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우리, 미국을 봐야 해."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이츠카짱이었다. 이츠카짱은 일본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사촌동생인 레이나짱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 집에 살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사촌언니(이츠카짱)와 동생(레이나짱)은 방에서 몇 날 며칠 동안 계획을 다듬었고 미국 여행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뉴욕을 떠난 이 소녀들의 여행을 직면한 양쪽 부모님의 태도는 상당히 상반된다. 특히 우루우(아빠)와 리오나(엄마)는 딸인 레이나짱의 여행을 계기로 그 두 사람의 인생 또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어쩌면 딸의 여행이 아닌 다른 일들을 계기로 관계가 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두 사람의 소중한 존재인 딸의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그 어떤 일에 대한 계기보다 극명한 온도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그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10대 소녀들의 여행은 버스, 열차, 히치하이크를 하며 정해 놓은 루트,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 엉뚱한 곳에서 지내며 어쨌든 보는 여행을 지속해 나간다. 나름 부모님 걱정하지 마시라고 엽서를 보낸다. 레이나짱는 일기를 쓰면서 여행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츠카짱은 이동 중에는 음악을 듣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틈틈이 산책을 한다. 혼자도 걷고 레이나짱과 함께도 걷는다.


"다시 새로운 거리다. 어떤 풍경이고, 어떤 먹거리가 있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특히 모르는 사람과 서로 알게 되는 것에 관한 한 이츠카짱과 레이나짱은 전혀 달랐다. 이츠카짱이 단순히 자신이 낯을 가려서가 아니라, 레이나짱이 사교적이라서 생겨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좀 더 본질적인, 마음가짐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여행을 하며 세상을 대하는 모습에서 둘의 상반된 성격이 잘 드러난다.

고래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인연, 여행 중 갑자기 교통사고 목격자가 되면서의 인연, 열차 안에서의 인연, 버스 안에서의 인연, 이츠카짱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인연.


엽서를 받은 신타로(이츠카의 아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둘이 무사하기만 하면 그걸로 됐고, 타국에서 경험하는 이런저런 일들은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녀들의 여행을 응원했던 신타로가 여러 상황 때문에 신용 카드를 정지한 건 11월이었다. 갑자기 신용카드가 정지된 상황에서 여행을 지속하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한 그녀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츠카짱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여행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여행의 묘미. 인생의 묘미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웃음)


우루우(레이나의 아빠)는 꼼꼼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질서를 사랑한다. 올바르게 움직인다면 매사 올바르게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이다.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우루우의 언짢은 심기에는 걱정 이외의 무엇인가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부당한 꼴을 당하고 있다는 감각이자 조카딸을 이 집에 들인 리오나(레이나의 엄마)를 향한 무언의 비난이었다. 사람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한다.



"지도를 봐. 그 애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엽서가 도착할 때마다 말야. 처음엔 아무튼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있지, 좀 더 멀리까지 가렴. 하는 마음이 들어 버려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 "


사촌 언니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레이나짱. 그런 레이나를 지켜 주는 의젓한 사촌 언니 이츠카짱. 두 사람은 좋은 여행 메이트로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이 여행을 계기로 두 소녀들의 인생뿐 만 아니라, 그녀들의 가족들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책을 통해 찬찬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대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 여정을 함께 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츠카짱과 레이나짱은 여행 규칙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휴대폰을 on/off 했다. 그녀들이 만약 엽서, 음성녹음, 편지 등 고전적인 연락수단(자신들의 위치를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엽서를 주로 사용함)이 아닌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서 여행을 했다면 씩씩하고 순수한 10대 소녀들의 미국 여행기는 어떻게 또 달라졌을까.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문체와 감성으로 또 어떤 소설이 완성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 떠난 뒤 맑음 / 彼女たちの場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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