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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특하고 특별하다.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 마트 노동자 등 3대 가족의 노동 이야기"
건강한 신체를 담보로 상대적으로 쉽게 시작하고 또 어렵지 않게 그만 둘 수 있는 직업들의 그 숭고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아닌, 바로 저자의 아빠, 엄마, 언니, 조카 등 3대 가족들을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덕분에 무척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가족의 노동사이지만, 우리 주위의 생각보다 많은 여느 가족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저자: 강은진
15년 차 직장인. 언론사, 게임 회사, IT 회사에서 기자, 퍼포먼스 마케터, PR 매니저 등으로 일했다.
[목차]
1장 강영수(1949년 생). 가방 공장 사장의 꿈은 이뤘는데, 왜 퀵 서비스 가게 사장은 될 수 없었을까?
2장 강지영(1977년 생). 아르바이트생에서 계약직으로, 계약직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3장 강유정(1975년 생). 모자 가정 여성 가구주에게 가난은 숙명
4장 이민준(2001년 생). 스트레스상 탈모가 생겨도 A호텔에서 계속 일한 이유
5장 이지훈(1999년 생). 오토바이 배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번외 편으로 엄마와 저자의 노동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하는 아빠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배달을 온다면?
동료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언니가 일하고 있다면?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조카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점심 식사를 가져온다면?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 청소를 엄마가 한다면?
그렇다. 가족을 사랑하고 또 가족의 성실한 노동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면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뭐 어때 그냥 서로 쿨하게 행동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나름 순간의 기지와 빠른 대처로 건넨 행동과 말들이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어떤 오해와 서운함을 불러일으키게 될 경우라는 게 있지 않겠는가.
인간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상황에 맞춰 일(노동)을 하게 되는데,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는 직업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과 운도 알맞게 받쳐줘야 한다. 또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퇴직을 하고도 또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또 한쪽에서는 돈 공부와 각종 재테크 분야를 섭력하여 최대한 빨리 파이어족(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하여 30대 후반이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월급쟁이 회사원으로 적당한 집, 차를 소유하면서 빚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봉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그 나름대로의 숭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 마트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직업군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 쉽지 않고, 간혹 이 직업들을 발판으로 삼아 몸이 망가져도 극단적으로 아끼고 돈을 모아 일반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옮겨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도시 빈민으로 시작한 아빠(1949년생)는 20대 때 가방 공장 사장의 꿈을 이루며 자수성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IMF라는 풍파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가난해졌다. 그리고 세상은 변했다. 아빠는 젊었을 때처럼 더 이상 성실한 노동만으로 가난을 극복할 수 없었다. 아빠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 사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20년 오토바이 퀵 서비스 기사로 노동사를 마감했다.
언젠가 아빠는 고령으로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고, 어쩌면 병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자식)들은 늙고 병든 엄마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삶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본문 중에서)
나이가 들면 직업 선택의 폭 또한 줄어든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직업군으로 반전에 성공하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변화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좋은 직장으로의 반전을 꾀하기보다는 이거라도 어디야 주어진 것에 만족하자며 안정적인 방향으로 그저 그런 소득이라도 벌기 위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한다.
감정노동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위치와 맞물리면서, 재미있지만 씁쓸한 경로를 그린다.
얼굴과 젊음마저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20대 여성은 주로 화장품 등의 판매직에, 육아와 병행을 할 경우가 많은 30~40대 여성은 콜센터에, 젊음을 잃은 40~50대 여성은 마트 판매직으로 간다. 그리고 더 이상 사회가 그들에게 젊음의 싱그러움, 환한 웃음과 같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청소, 식당 노동자로 또는 어머니의 역할이라 믿어지는 간병인, 산모 도우미 등 돌봄 노동자로 변모하게 된다. -희정<노동자, 쓰러지다>
각자 집안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모두가 다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낙오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적절한 정책과 발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 노력하면 그 대가를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고 낮은 보상은 일(노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근로빈곤층(워킹푸어):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은 가난으로 훼손당했다.
학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제대로 된 경력도 없다.
그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위험한 일이거나, 고된 일을 더 오래 하는 선택지밖에 없다. 더 오래 일하고, 더 힘든 일을 하고, 더 위험한 일을 한다.
하지만 버는 돈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한 걸까?
(본문 중에서)
생각보다 일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은 표면적으로 신분제 사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교육수준과 부모의 소득, 부모의 직업은 자식의 학력과 급여에 또 결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4차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가지고 있던 기술이 쓸모가 없어질 확률이 높고, 또 인간관계는 협소해진다. 아무리 강한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해도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면 돈을 벌어먹고살기 힘들고 또 노후준비까지는 언감생심이다.
이 책은 특히 가족 누군가의 사업 실패로 집이 망한 사람,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버는 사람, 도박으로 빚을 갚기 위해 생계형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 미래가 보이지 않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갈 내용이 많다. 또 만약 이런 삶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타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줄 책이다.
근로빈곤층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일(노동)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또 실제 자신의 가족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며 이렇게 출판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출판사 이름이 특이했다. <작아진 둥지>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의 노래 '이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소란 새끼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것을 말한다고.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노인,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일상 속 익숙한 삶을 낯설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겠다고 한다. 작아진 둥지 출판사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다음에 출판될 책이 또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