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8
루이스 캐럴 지음, 김민지 그림, 정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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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 모자장수, 체셔 고양이, 하트 여왕. 더 할 것도 없이 딱 여기까지만 말해도 대부분 손바닥을 치며 외칠 것이다.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회중시계를 보는 하얀 토끼를 따라가다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된 소녀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원작 소설은 물론, 원작을 바탕으로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로 재탄생되어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더라도 앨리스라는 이름, 그리고 소녀의 기묘한 모험 이야기는 대부분 한 번 이상 들어봤을 정도다.


그에 반해 소녀의 두 번째 모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에 이어 거울 너머에 있는 거울나라에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모험을 즐겼다는 것은 첫 모험의 위상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하얀 토끼를 보는 순간 망설임 없이 곧장 그 뒤를 따라갔던 호기심 많은 소녀가 그 한 번의 모험으로 만족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오히려 더욱 독특하고 멋진 모험을 했다면 모를까, 단 한 번의 모험으로 끝났을 리가 없다.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기에 소녀의 두 번째 모험 이야기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을 때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의 초반, 호기심 많고 상상력 좋은 앨리스는 귀여운 아기 고양이 키티에게 거울 속의 집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집 거실과 똑같이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인 거울 나라는 앨리스의 관심 대상으로 거울 속 벽난로는 불을 피울 수 있는지, 거울 너머 보이지 않는 복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야말로 궁금한 것 투성이다. 앨리스는 키티를 붙잡고 하나하나 호기심을 표하고, 우연찮게 안개처럼 변한 거울 속으로 쏙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앨리스의 모험은 첫 번째 모험만큼이나 신비롭다. 소녀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붉은 왕과 여왕을 도와주고, 말하는 꽃들과 대화를 나누고, 차표 없이 기차에 탔다가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첫 번째 모험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재회하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기도 하면서 지난번과 유사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하얀 여왕 붉은 여왕 같은 앨리스 여왕이 되어 기념 연회를 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통통 튀는 모험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신나는 모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기대를 갖고 이 책을 본다면 실망하기 쉽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앨리스의 모험은 사실 '신비'보다 '기묘'에 가깝다는 것을.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창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그 모든 것이 사라져서 백지화되기도 하고, 이해 못 할 대화들이 오고 가며, 생각할수록 무서워지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소녀, 아니 7살(!) 꼬마 숙녀의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묘하다. 독특한 상상력과 예상치 못한 전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더해져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곱씹어 볼수록 팀 버튼 감독의 영화의 그 음울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생각난다.


게다가 앨리스의 모험은 늘 다양한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대화를 청한(address) 사람을 묻는 말에 숄을 걸쳐준(dress)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라고 답하는 등 철자를 이용한 말장난들. 첫 번째 모험의 계보를 이어 두 번째 모험에서도 계속해서 여러 가지 말장난들이 나온다. 나름대로 코드가 맞는다면 재미있는 요소로 읽힐 수 있을 테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마저도 기묘한 분위기로 읽힌다. 대화에서, 이야기 전개에서, 나도 모르게 흠칫하며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런 묘한 분위기 자체가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기에 첫 번째 모험에 이어 두 번째 모험도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다. 신선한 이야기와 분위기,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리고 호기심을 안고 거울나라를 모험하는 앨리스의 귀여운 상상력 덕분에 제법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책을 읽고 난 후 외출 준비를 하다가 거울 앞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것은 이 책으로 인해 얻은 소소한 재미 중 하나랄까. 난해하지만 통통 튀는 매력의 책 덕분에 일상 속에서 작은 모험을 누릴 수 있게 됐으니,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의 존재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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