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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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2020년에 누린 첫 소소한 행복이었다, 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며 '철학이라니. 새해부터 골치 아프겠네.'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였다. 골치 아프기는커녕 생각지도 못한 답과 길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고마운 책이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고민을 주제로 그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는 내용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비슷한 고민들을 품고 경험하기를 반복해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 총 6개의 큰 주제에 대해 다룬다.


이렇게만 말하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쭉쭉 흥미롭게 읽히고 콕 하고 와닿는다.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루고 있는 주제가 우리의 일상과 고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목차에서부터 알 수 있듯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하게 되는 고민들, 예를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을 때, 자꾸만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될 때, 남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거나 어쩔 수 없이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할 때 생기는 고민들이 담겨 있다. 대부분 나와 내 친구들이 평소 가지고 있고, 홀로 끙끙대며, 만나면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것들이며 그런 만큼 매 장마다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신기했던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으로, 일본이든 한국이든, 과거든 현재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는 것을 새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각 고민에 대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훅 끌리는 주제에 훅 끌리는 해결책이 이어지니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몰입을 통해 자기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나가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으면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된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은 공감과 다짐을 일으키고, 인간은 원래 불안을 안고 살아가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오래도록 생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토머스 홉스의 말은 위안을 주며,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면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식 혹은 사회 분위기나 주위의 시선이 무엇을 기반으로 작동하는지 역사적으로 통찰하고 의심하라"라는 미셸 푸코의 말과 그의 삶은 어떠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 행복을 부르는 주문이 결국 "지나가라, 그러나 또다시 내게 오라!"라는 것, 관계 속에서 "나의 과제와 타자의 과제를 분리하라"는 것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자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온 만큼 그에 대한 답변이나 해결책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책에 대한 평이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 자체에 대한 만족과 더불어 저자 고바야시 쇼헤이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서 그는 수많은 철학자와 철학 중 아주 적절한 답변들을 골랐고, 자칫 길게 늘어지며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을 핵심만 집어서 이해하기 쉽게 적어 놓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부족한 답변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을 정도로 와닿았다. 부족한 식견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의 용서에 대한 이야기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있었지만, 어렵다고 포기하고 넘어가는 대신 다시 읽었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앞으로 틈틈이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 나온 모든 철학자의 이름과 그의 말,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외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부가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 책을 바탕으로 가볍게 시작해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으로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고.


그러니 철학이 어렵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해답이 필요하다면,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도움이 될지언정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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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포르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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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데 인내심은 꼭 필요한 덕목 중에 하나이다.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을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내심은 살며 생각하고 상상하고 견디고 나아가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유아적인 태도에서 나아가 인내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며 조금씩 성장함으로써 사람은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즉 인내심이란 삶의 마디 마디에서, 아니 삶 그 자체에서 필요한 요소이다.


특히 이 인내심이 빛을 발할 때는 부모나 교사, 또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아이를 대할 때이다. 앞서 걸어간 선배로서, 대부분의 과정을 겪고 성장한 성인으로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내딛는 아이의 서투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보고 있으면 조바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른의 섣부른 간섭은 아이의 성장을 망치기 십상이다. 아이는 우리가 그랬듯 경험과 이야기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어른들이 할 일은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기다려주며 조언을 건네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 역시 결국 인내심에 관한 내용 이자 그 심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태도와 교육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요소로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 4가지 S를 꼽으며 하나씩 꼼꼼하게 들려준다. 부모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부터 세세한 방식까지, 깨알 같은 조언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내가 아이였을 때 누군가 나를 이렇게 대해줬었더라면' 싶은 부분도, '내가 아이를 교육하게 된다면 이렇게 해야지' 메모하게 되는 부분도 모두 담겨있다. 심지어 꼭 아이를 교육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활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들도 있었다.


물론 이 책 역시 다른 교육 서적과 마찬가지로 정답지는 아니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을 수상한 저자가 그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것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인만큼 그 내용이 특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와 부모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육과 방법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에게 필요한 태도는 이 책에 나와있는 것 외에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교육 서적 역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모두 있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 한 권에 들어있는 아이가 창의력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태도만 해도 무수히 많으며 이를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역할 역시 어마어마한데, 읽다 보면 아이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을지 어른으로서 아이를 케어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 정도다.


즉 참고서로 삼되 정답지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이자 꼭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면 바로 인내심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아이를 휘두르는 대신 아이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줘야 한다. 갓난아기가 첫걸음을 내디딜 때 아기의 손을 잡고 앞으로 질질 끌고 가지 않는 것처럼 매 순간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생각과 상상과 경험과 배움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의 생각을 묻고 경험을 제공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 하는 것. 자유를 빙자한 방목도, 지나친 간섭도 아닌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이를 위해 부모 스스로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인내심'에 대한 것이었다.


리뷰인 만큼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갔는데, 책 자체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자면, 제법 괜찮았다. 각각의 태도와 관련하여 '왜'와 '어떻게'가 세심하게 담겨 있는 데다가 작은 팁들과 한 장 요약까지 있어 참고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 내용 자체가 쉽게 설명되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해보기도 쉽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갈 한 사람으로서 활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들도 있어서 아직 아이나 교육과는 연관성이 적은 나도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래는 물론 현재를 위해서라도 한 번 정도 읽어보면 괜찮을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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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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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1권을 다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2권을 펼쳐 들었다. 1권에서 휘몰아치는 운명에 휩쓸려 우여곡절 끝에 왕현과 소기가 이어져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면,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되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1권과 비슷하지만 다른 표지에 후기를 포함해 무려 579페이지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던 2권이었는데 오히려 1권보다 더욱 집중력 있게 읽었다. 1권의 경우 초중반 부분에 '이걸 웹소설로 보고 있었다면 댓글 창에는 어떤 댓글들이 달렸을까?'라는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여유 있게 읽다가 후반부에 훅 빨려 들어갔던 것에 비해 2권에서는 처음부터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워낙 여러 가지 사건이 몰아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사실 1권의 부제가 '아름답고 사나운 칼'이었던데 반해 2권의 부제는 '반룡, 용이 될 사나이'라서 시점이 바뀌어 남자 주인공 소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아닐까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대신 모두 이미 알고 있어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좀 그런 사실, 그러니까 왕현과 소기가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결말을 맞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초반부야 늘 그렇듯 폭풍전야처럼 평화로운 이야기가 잠시간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이때 왕현이 가진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 하나 나오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이제 나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얕보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 누구도 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이 문장이야말로 <제왕업>을 말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


1권에서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도 2권에서 풀리고, 등장할 듯 등장하지 않았던 핵심 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배신과 아픔을 맞닥뜨리기도 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기대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 사이에 1권에서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대사에 대한 왕현의 생각도 나오는데, 그 생각을 읽으니 왕현도 소기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역시 둘은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아치는 사건만큼 훅 하고 빨려 드는 흡입력이 대단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워낙 사건사고가 많아 두 사람의 로맨스는 비중이 약하다는 것이다. 떨어져 있어도 힘이 되는 존재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좀 더 많이, 깊게 담겨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간만에 1, 2권을 다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장정을 함께했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처음에 중국 작품이라는 것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푹 빠져들어 새벽 3시까지 완결을 보고서야 잠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020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나오며(제목은 <강산고인>), 왕현 역을 맡은 배우가 무려 장쯔이라는 것은 더더욱 기대되는 바. 그가 연기하는 왕현과 누군가가 보여줄 소기의 모습은 어떨지, 또 자담과 아숙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칭송이 엄청났던 이들의 모습은 어떨지 꼭 잊지 않고 찾아봐야겠다.


중국 소설을 좋아하거나 로맨스 또는 권력 암투가 담긴 역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이 책 <제왕업>을 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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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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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만 나는 웹소설을 제법 좋아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자사전에 텍스트 파일을 받아 읽던 아이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던 꼬맹이는 3학년 때 우연찮게 발견한 '조아라(닷컴)'라는 웹소설 사이트에 빠져 틈날 때마다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었다. 그나마 중고등학생 때는 폰도 인터넷 사용이 안 되는 폴더폰에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 자제가 되었다지만 대학생 때부터는 문자 그대로 빠져살았다고. 하루 3시간은 기본,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내리 그것만 보고 있었다. 잘 읽다가도 혼자 허탈해져서 '내가 왜 이렇게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거지?' 싶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샌가 다시 로그인을 하고 있으니, 중독이 따로 없었고 또 지금도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그만큼 웹소설, 장르문학에 익숙한 나지만 한국이 아닌 중국의 웹소설 <제왕업>은 참 생소한 존재였다. 애당초 중국 소설은 몇 권 읽어본 적이 없고, 그 외 드라마나 영화, 노래 등 중국 콘텐츠 자체를 접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웹소설'이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살짝 거리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한 권 당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2권이나 되니, 시도하기도 전에 느껴지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 겨우 마음을 먹고 펼쳐든 책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실제 책 자체의 무게도 묵직한 것은 물론 그 내용이나 내용이 주는 느낌도 제법 묵직했다.


<제왕업帝王業>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배경은 황제와 황후가 존재하던 과거로, 주인공 왕현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왕씨 집안의 딸이자 무려 자신을 귀애하는 고모를 황후로 둔 사람이다. 이런 유의 웹소설이 가지는 클리셰답게 그는 어린 시절부터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태자와 왕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부모님은 물론 태후와 황제와 황후 모두의 예쁨을 금지옥엽으로 자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까지 완벽하게 갖춘 그에겐 소소한 걸림돌을 제외하곤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만이 펼쳐질 것이었으나, 예상한 것처럼 그는 열다섯 생일을 맞아 계례를 올리고 성인으로 인정받으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그가 첫 번째로 마주한 운명은 사랑하는 이와 떨어진 사이 가문의 일원으로서 누렸던 것들에 대한 책임을 강요받으며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것. 마냥 어린아이일 것 같던 그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실감하며 스스로 결혼하겠다 말하며 운명을 순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평탄치 않았으니, 난세의 영웅이자 뛰어난 장군인 남편은 결혼을 올린 첫날밤부터 전장으로 나아가며 그를 홀로 두게 되고 둘 사이는 몇 년간 그렇게 틀어지게 된다.


이후로도 만약 댓글 창이 있었다면 '언니 그 남자 버려요ㅠㅠ' '남자 주인공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똥차가고 벤츠 온다! 작가님을 믿습니다' 같은 글들이 달렸을 것 같은 순간들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실제로 이 소설을 웹에서 기다리며 읽었을 사람들은 어떤 댓글을 달았을지 꽤 궁금하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정도로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 된다. 계속해서 몰아치는 운명과 그로 인한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본격적인 로맨스의 시작을 알린다.


궁이 배경인 만큼 온갖 궁중 암투와 배신과 기지가 연달아 터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간다. 처음엔 '댓글창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어떤 댓글이 달릴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 탓에 새벽에 책을 읽다가 훌쩍이기도 하고(눈물 줄줄 흘린 건 두 번이었다. 참고로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뭐 보면서 매우 잘 우는 사람.), 육성으로 "오오! 간질거려!"라고 내뱉기도 하며 혼자 참 리얼하게 읽었다.


두 남녀 주인공 모두 적마저도 감탄하고 반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이들이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한 가지, 혼자 울컥 짜증이 일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위 사진 속 문장. 물론 그 속에 담긴 의미야 여러 개 이겠지만 힘들어하는 이가 "나약함은 용납할 수 없소"라는 말을 듣고 그 의미를 헤아릴 정신이 있을까? 보는 순간 '저게 위로야?'하며 혼자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당장 어떻게 했을거다, 하며 감정이입이 제대로 된 덕에 더 생생하게 빠져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어떻게 느껴졌나 싶어 한 번 언급해 보았다.


클리셰란 만국 공통인 건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전개였지만 그마저도 소소한 재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다. 전쟁 장면이 꽤 나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풀어져 있어 이 역시 하나의 읽는 재미였다.


스포 아닌 스포를 하자면, 1권의 끝이 거의 엔딩처럼 나오기 때문에 2권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감칠맛 나게 끊어서 다음권을 궁금하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법.


게다가 주인공이 한 번씩 언급하는 존재의 부재가 자꾸만 신경 쓰여서(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제왕업> 상권으로!) 1권을 끝내자마자 바로 2권을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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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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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사람도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법이라고, 흘러가는 시간만큼 익숙해지고 또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취직을 하고 직장인으로 일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일도 사람도 모두 익숙해지긴커녕 점점 더 어렵고 난해해졌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어려움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럴수록 삶 Life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몸을 부풀렸고, 네이버 메인 화면의 리빙과 푸드란을 확인하고 집안일, 인테리어, 요리 등과 관련된 에세이를 읽는 것은 매일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회사 밖의 일상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다.


그런 나였기에 처음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는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하루의 절반 이상이 일인데 또 일이라니. 아무리 혁명 같은 책이다,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도 work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내려갈 때마다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한 줄을 넘어 한 문단, 그리고 한 챕터가 넘어가면서 어느덧 책에 빠져들어갔다. 학생이었다면 결코 몰랐을 부분에 대해 맞아맞아 공감하기도 하고, 단말마의 감탄사를 뱉으며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면서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제목 그대로 일에 관한 9가지의 거짓말을 각 목차별로 하나씩 파헤친다.


사실 처음 목차를 통해 각 챕터별로 어떤 거짓말을 다루는지 알게 될 때는 별다른 특색이나 중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게 뭐 어쨌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하게 여겨지는 한편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기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첫 번째 거짓말부터 여러 사례와 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파헤쳐 준다.


먼저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라는 거짓말.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나 회사의 문화는 그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 회사의 규모와 이름, 문화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 즉 '팀'과 팀의 성향이 직장 생활을  좌우한다. 겉으로 보이는 회사가 아닌, 그 회사를 지탱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팀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으로,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당연한 것이 거짓에 가려 겉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진실과 마주하고 그를 이해하는 순간 '아하!'하고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우리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 


이어 "새해에 세운 목표는 그해 셋째 주면 벌써 시들해지며 1년은 훨씬 앞의 미래까지 미리 자세히 계획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얻는 일련의 단거리 경주 중 52번째 경주(74p)"라는 문장에서 두 번째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계획과 그를 위한 불필요한 회의 대신 각 팀원의 이번 주 우선 사항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자주 주기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함께 나아가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다재다능에 대한 거짓도, 실패와 약점과 단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거짓도("우리는 안전지대에서 가장 많이 학습할 수 있다." 174p / "누군가의 문법을 고쳐주는 것이 그의 글을 아름다운 시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에게 농담의 결정적인 구절을 알려주는 것이 그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실수 교정은 그저 실패를 방지하는 도구일 뿐이다."181p), 그리고 그 외 6가지 거짓도 모두 샅샅이 파헤쳐 지며 숨겨진 진실을 알려준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 책의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일에 대한 발전 방향성, 즉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삶에만 집중했던 좁은 시야가 일 work까지 넓혀지며 일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미를 가진다. 


특히 내 경우 해외 사업을 위해 현지 팀원들과 메신저와 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과 적절하게 이야기하며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작은 계기와 깊은 고민을 얻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의 즐거움은 그 질이 제법 좋았다.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를 잡기 힘든 이유라던가(비록 100% 수긍한 것은 아니지만)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오랜 코치 톰 랜드리의 성공하는 플레이에 대한 집중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읽기 그 자체도 즐거웠다.


이 책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이 기록(리뷰)과 함께 처음과는 달리 무척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넘겼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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