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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해는 내게 선물 같은 한해였다. 유난히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누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책과 관련된 기분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알라딘 신간평가단에 당첨된 일이다. 12월부터 새로 나온 책들 중에 관심이 가는 책들을 훑어보며 이야기하는 시간. 새로 나온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훑어보는 일 또한 축복이리라.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만 알아 두시라!

 

 

 

장은진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빈집을 두드리다'.

 

제목은 허전하고 외로운 느낌이 가득한데, 표지 그림은 왠지 모르게

그 텅빔이 따뜻하고 아늑하다. 장은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었던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길게 가는 소설이었다. 아마 이 소설집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고독 속에서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독과의 사투 속에서 발견된 생각이나 느낌들이 함께 하는 우리들에게 묘하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준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궁금해한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게 증오든 미움이든.
나는 나를 찾는 사람에게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내 페이지를 궁금해하듯 나 또한 그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난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179쪽

 


 

 

 

2012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의 작품 '열세 걸음'

그 이름만으로도 온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그의 작품을 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 만나보려고 한다.

 

한 걸음부터 열세 걸음까지 차근차근 준비되어 있는 그 걸음을 따라 가면 어떤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환상적인 느낌으로 민담, 역사, 현실을 잘 버무려 비극적인 모습을 잘 표출해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의 작품. 무척 기대된다!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전설이 하나 있어요. 참새가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대요. 참새가 병아리처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걸 보면 하늘에서 행운이 뚝 떨어진대요. 참새가 한 걸음 내디디면 횡재수를 안겨주고, 두 걸음을 내디디면 관운을 안겨주고, 세 걸음을 내디디면 여복을 안겨주고, 네 걸음을 내디디면 건강운을 안겨주고, 다섯 걸음을 내디디면 기분이 늘 유쾌한 상태를 누리게 되고, 여섯 걸음을 내디디면 사업이 순조로워진대요. 일곱 걸음을 내디디면 지혜가 곱절로 늘어나고, 여덟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잘하고, 아홉 걸음을 내디디면 이름을 온 세상에 떨치게 되며, 열 걸음을 내디디면 생김새가 멋지게 바뀌고, 열한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아름다워지며, 열두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와 애인이 화목하게 어울려 자매처럼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거죠. 하지만 절대로 열세번째 걸음을 보아선 안 된대요. 만일 참새가 열세번째 걸음을 내딛는 걸 보았다가는 앞서의 모든 행운이 죄다 곱절의 악운으로 바뀌어 당신 머리 위에 뚝 떨어져내린다지 뭐예요!” _ 552쪽

 

 

 

 

 

 

김형경 작가의 자전소설이었던 이 소설, 20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이 되었다. 소설로도 명성을 얻었지만 심리에세이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김형경은 소설을 쓸 때조차도 어쩌면 자신의 '성장'을 위한 '치유', '고통'에 의한 '승화'를 위한 글쓰기를 했던 걸까. 열두살부터 서른 세살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린 이 소설. 여성인 나에게는 읽어내려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김형경 작가의 솔직함이,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그 글이 나는 좋다.

 

 

 

 

“언젠가, 지금 여기서 잃어버린 열쇠를 회한으로 떠올리는 날이 올지도 몰라. 그 열쇠로 열고 들어갈 수 있었던 방들에 대해 두고두고 미련을 갖게 될지도 몰라. 안타까운 상상 속에서 그 방은 점점 더 거대하고 화려하게 변하고, 그러면 일상은 늘 상대적으로 작고 초라하게 여겨질지도 몰라.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 내가 꿈꾸어온 것이 이렇게 버려져 녹슨 열쇠가 되게 할 수는 없어.”

 

 

 

 

지난 책과 이번 책 사이의 긴 시간, 나는 약풀 되기를 감히 꿈꾸기는커녕 약풀이 절실히 필요한 영혼이었다. (……)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는 동안, 세상을 보는 내 눈에 덮였던 비늘 한 점이 또 떨어져나갔다. 언젠가는 이 시기에 스친 것들에 대해 쓸 수 있으려니, 그건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다._‘작가의 말’

 

작가의 말을 보고 이끌린 이 책. 너 없는 그 자리. 제목만으로도 아린 기분이다. 겨울과 딱 어울리는. 뭔가를 비워내기에 좋은, 아파하기에 적당한,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기에 알맞은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그런 소설집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빠르게 나아가는 이 세상 앞에 느리고 느리게, 그리고 사이 사이 틈새를 아는 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고 싶은 12월이다.

 

 

당신, 잘 지내요?

사건사고가 차고 넘치는 요즘, 뉴스거리와는 (다행히) 상관없는 우리의 일상은 일견 무탈해 보인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지나가고, 또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면서 우리는 잠이 든다. 하지만 바로 같은 순간에, 늘 같아 보이는, 평온해 보이는 그 일상과 함께 자라나는 불안과 상처의 자리 역시,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고개만 돌리면 환한 햇살인데,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그늘에 갇혀 있어야 하는 날들이 있다.
_「그리고, 축제」中에서

 

 

 

11월의 마지막 날. 책들을 살펴보면서 미리 12월을 준비하는 느낌, 나쁘지 않다.

좋은 예감이 뒤따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이제는 축제처럼 즐길 차례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지만 나에겐 또다른 시작 같다.

 

2013년을 월요일부터가 아닌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기분으로,

1월이 아닌12월부터 시작하고 싶다.

 

1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을 단단히 새겨 두며.

 

주목 신간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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