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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키의 저주
돈 만치니 감독, 피오나 듀리프 출연, 브래드 듀리프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Curse of Chucky, 2013
감독 - 돈 맨시니
출연 - 브래드 듀리프, A 마르티네즈, 다니엘 비서티, 피오나 두리프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놈이 돌아왔다. 무려 9년 만에! 영화는 예술가인 엄마와 하반신을 못 쓰는 딸 니카가 사는 큰 저택에 택배가 오는 걸로 시작한다. 배송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처키. 그리고 딸이 자는 사이에 처키는 엄마를 처참하게 죽여 버린다. 장례식이 끝나고, 니카가 혼자 있는 것을 염려해 언니네 가족이 찾아온다. 언니, 남편, 조카 그리고 베이비시터. 거기다 교구 신부님까지.
9년 동안 연기력이 많이 늘은 처키는 어린 조카인 앨리스를 꼬여서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여 간다. 그 와중에 처키의 마수에서 겨우 벗어난 니카가 인형이 살인범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과연 그녀는 하반신 마비라는 핸디캡을 딛고 처키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영화 중반까지는 의문투성이였다. 왜 하필 처키는 이 집으로 배달이 된 걸까? 무슨 이유로? 이제 앤디는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한 걸까?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처키의 과거가 밝혀진다. 그러니까 인형 몸속에 들어오기 전의 인간이었던 찰스 리 레이와 니카 엄마와의 관계를 말한다. 아주 저질이었다, 찰스 리 레이는.
과거가 밝혀지면서 왜 처키가 니카네 가족을 몰살시키려는지 알 수 있다. 앤디도 앤디지만, 이 집안 여자들도 그에게는 원수일 것이다. 물론 앤디나 니카네 가족 입장에선 처키가 천하의 나쁜 놈이다. 내가 보기에도 처키는 죽일 놈이고.
지난 9년 동안 엄청난 수련을 했는지 처키는 특수 분장도 할 줄 알고, 전기과 물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했고, 더 잔인해졌다. 힘도 세져 주변 도구를 잘 활용할 줄 알았다. 심지어 나도 못하는 자동차 운전까지! 와, 대단하다.
언제나 이 시리즈를 보면 느끼지만, 왜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키의 반도 안 되는 인형이 뭐가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의 처키라면 충분히 두려워할 것 같다. 독약도 다루고, 운전도 하고, 특수 분장까지 하고 다니고, 연기도 대단하고, 욕도 잘하고, 힘도 무식하게 세고.
저녁 식사 시간에 벌어지는 러시안 룰렛 같은 분위기는 진짜 아슬아슬했다. 니카와 앨리스가 식탁을 차리는 동안, 처키가 스파게티 그릇에 몰래 쥐약을 넣었다. 무작위로 넣었기에, 그것을 누가 먹는가가 관건이었다.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을 보이는 사람이 나오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진행 상황을 보았다.
조마조마하게 만들긴 하는데, 너무 길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무나 그냥 죽으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감독이 밀당의 묘미를 모르는 것 같았다. 너무 짧으면 아쉽고 너무 길면 지루하다. 식사 장면은 너무 길었다.
적절한 길이로 좋은 효과를 준 것은, 2층으로 올라가는 실내 엘리베이터 안의 장면일 것이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중간에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처키는 칼을 숨기고 있었고, 다른 가족들은 각자 일로 바빴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했다.
다리를 못 쓰는 니카가 안간힘을 쓰면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장면도 아슬아슬했다. 언니가 위험에 빠졌다는 걸 알고 도우러 갔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보면서 ‘이 멍충아, 그게 아니야!’라고 외치기도 했고, ‘와, 비열하다!’ 내지는 ‘올, 쇼킹!’하는 감탄사가 몇 번 나왔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음……. 배우들의 연기는 음……. 처키가 전편보다 많이 깨끗해졌다.
참, 이 작품은 크레딧이 다 올라간 다음에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과연 또 나올지 궁금하다. 별로 기대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