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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9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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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이번에는 토마와 가나가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일본 국내에서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일을 저지른 것은 가나였고, 그것을 수습한 것은 토마였다.

 

  '게임의 법칙'은 작은 나라의 경제쯤은 우습게 좌우할 수 있는 대부호 솔로몬의 크리스마스 게임을 말한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가하지만, 지금까지 승자가 없었고 패자는 그 내용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 게임이다. 토마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과연 솔로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다른 사람들은 단지 퀴즈를 맞히는 것에 집중하는데, 토마는 솔로몬과 부인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게임의 비밀을 풀어간다.

 

  '얼어붙은 철퇴'는 30년 전에 개패를 그만둔 다리 사이에서 25년 전에 죽은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누가 어떻게 그 틈에 시체를 넣었을까? 의문을 품은 토마와 가나 앞에, 자신이 범인이라 말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당당하게 두 사람에게 자신이 범인인 것 맞는데, 증거를 찾아보라는 도전장을 던진다. 당연히 토마는 집에서 사건을 추리하고, 가나는 지방까지 돌아다니면서 증거를 모아온다. 한 여인을 사랑했던 두 친구의 갈등이 빚어낸 비극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람의 오만과 독선이 빚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돈이 제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잘못을 저질러도 비싼 선물이면 보상이 될 것이라 믿었던 한 남자의 뒤늦은 후회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후회하고 있다는 걸 남에게 알리기 싫어서, 괜히 규칙을 만들어내고 괴롭히다니……. '내 후회를 남에게 알리지 마라!' 이런 건가?

 

  두 번째 이야기는 어쩐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떠올랐다. 수학 천재였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비운의 인물. 하지만 그는 사랑했던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하고, 천재적인 두뇌를 써서 완전 범죄를 성립시켰다. 그와 동시에 단 한 번의 기회를 갖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시체를 숨긴다.

 

  하아, 그 단 한 번의 기회가 뭔지 아는 순간, 뭔가 애잔하고 슬펐다. 아, 저런 사랑도 있구나. 진짜 평생을 바친, 보답 받지 못할 사랑. 집착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 그렇지만 나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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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8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오늘은 어쩐지 몸이 찌뿌듯하고 영 힘이 나지 않아, 읽던 소설책 읽기를 중단하고 만화책을 빌려왔다. 어디보자, 전에 이 책을 몇 권까지 봤더라? 무척이나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다.

 

  역시 이번에도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폴링 다운’과 ‘학원제 소동’. 앞의 이야기는 가나와 토마가 친구들과 놀러간 곳에서 일어난 추락 사고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고, 뒷이야기는 학교에서 학원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전자가 조금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폴링 다운’은 가나의 주도로 학교 친구들이 번지점프를 하러가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사고가 나서 잠시 폐쇄한다는 공지였다. 자살로 처리가 되었다지만 뭔가 석연찮은 점을 느낀 가나는 토마를 앞세워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10년 전 있었던 화재로 소방관인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소년과 그 소방관이 목숨과 바꿔 구출한 소년. 둘은 자라서 소방관이 되고 싶었지만, 한 명은 고소 공포증 때문에 탈락 위기에 처했고 다른 한 명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돕고 싶었다. 그리고 그 둘을 심사하는 조교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과연 그의 죽음은 살인인가 사고인가?

 

  ‘학원제 소동’은 학원제가 열리기 전날, 우연찮게 이웃한 동아리끼리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겨우 화해를 하고 각자 저녁을 먹으로 나갔는데, 어럽쇼? 모든 동아리 방이 엉망이 되어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까 다퉜던 동아리의 소행이라 짐작하고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동아리방들을 엉망으로 만든 범인은?

 

  첫 번째 이야기는 뭐랄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남 탓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 책임으로 돌리며 다른 방안을 마련할 것인지, 만화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에서 범인은 남 탓을 했기에 애꿎은 사람을 원망하고 살인까지 저질렀다.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욕심으로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지 않고,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을 없애버린 것이다.

 

  가끔 나도 그런 경우가 있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것이지만, 그걸 누군가 지적하면 괜히 그 사람이 미워지는 것이다. ‘나도 아는데, 왜 굳이 지적질을 하는 거지?’라면서 말이다. ‘네가 뭔데?’라는 마음도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내가 잘못한 것인데, 내 탓이라고 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기가 쉽다. 그러면 영원히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없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기만 할 뿐이다. 어쩌면 더 퇴보할 수도 있다. 이 만화에서는 그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결국 남 탓만 한 사람은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말아먹어버렸다.

 

  하아, 나도 이제 그런 나쁜 습관은 고쳐야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내 탓이라고 한다는 건 아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내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아!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나보다. 내 자신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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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 - 글공작소

 

 

 

  역시 조카 어린이날 선물로 고른 책이다. 공부가 되는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공부보다는 기초 상식을 길러주는 책 같다.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이 책과 ‘공부가 되는 세계 명화’는 양장판이다. 크기도 훨씬 크고, 풍부한 그림과 설명이 들어있다. 어린이날 특선 할인 가격으로 샀지만, 제 값 그대로 주어도 아깝지가 않을 책이었다.

 

 


 

  시대 순으로 짚어가면서, 화가 별로 대표작과 화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선사 시대의 암각화부터 현대의 이중섭까지, 한국 그림이 어떻게 시작되고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독자적인 멋을 발전시켰는지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역사적 배경이나 한국화의 기본적인 사항을 중간 중간에 곁들여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여기서 구구절절 뭐라고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우리가 존재조차 몰랐던, 그나마 안다고 해도 제대로 아는 게 아니었던 한국의 옛 화가들의 삶과 생각이 그들의 대표작과 함께 잘 드러나 있었다. 그들이 끝까지 그리고 싶어 했던 풍경이나 사람들의 삶이 설명과 함께 적절하게 보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조카 녀석은 작은 글자는 읽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면서 ‘오, 이게 뭐야?’ 내지는 ‘이 그림 어디서 본 거 같아!’라면서 책장 느낌이 매끈매끈하고 참 좋다고 배시시 웃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옛날에는 동물이 이렇게 생겼었나?’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서 한 말이다.

 

  음, 아직까지 이 녀석이 미술과 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더 갖고 싶어진다. 나도 한 권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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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SE (2disc) - [초특가판]
조나단 드미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KRCnet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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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lence of the Lambs , 1991

  감독 - 조나단 드미

  출연 -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앤소니 힐드

 

 

 

 

  여성들만 납치해 피부 조직을 잘라내고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다. 이에 FBI에서는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내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 영화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의 마지막 장면에서 젊은 여성이 한니발 박사를 면회 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바로 이 영화와의 연결 고리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 작품이 훨씬 먼저 나왔지만 말이다.

 

  크로포드가 왜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냈는지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전편에서 보면 윌 그레이엄 같은 유능한 요원도 그에게 휘둘려 고생했는데, 어째서 실전경험 하나 없는 그녀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스탈링을 총애해서 승진시키고 싶었거나, 버린 카드 취급하는 걸지도 모른다. 유능한 요원을 잃기보다는 수습생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을지도. 그렇게 보면 참 나쁜 사람이 된다, 잭 크로포드는.

 

  영화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FBI가 잡으려는 연쇄 살인마 사건과 그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한니발 박사 사건이 그 두 가지이다. 그 중심에는 스탈링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가 그냥 사건 해결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니발 박사와의 대화를 통해 스탈링은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의 정체에 한 발짝씩 접근하고, 어린 시절 받은 상처까지 치유 받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여 정식 요원이 된다. 어떻게 보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가 조언자의 도움으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위기를 잘 헤쳐 나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성장 영화 같았다.

 

  한니발 박사는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원장 칠튼 박사를 교묘히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연쇄 살인마의 범행도 끔찍하지만, 한니발 박사가 벌이는 탈주극은 더 잔인했다. 그런데 피로 물든 천사 이미지의 시체와 배경에 흐르는 고전 음악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러니까 음, 그의 탈주 장면으로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에 본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에서보다 더 확실했다. 처음 볼 때는 고상하고 지적이지만, 그 한 꺼풀 밑에는 차가운 잔혹함이 숨어있었다. 절대로 일시적인 충동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싹한 느낌을 준다. 계산적이며 이성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요리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문득 한니발 박사에게 스탈링은 어떤 존재일지 의아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류를 전달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때 그의 손가락이 스탈링의 손가락을 훑는데, 어쩐지 두 사람의 진한 키스 장면을 본 착각이 들었다. 탈출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어쩐지 이용해먹기 쉬운 FBI 연습생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정을 품은 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흐음, 모르겠다. 하여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던 존재일 거라 생각한다.

 

  헐, 연쇄 살인마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이 한니발 박사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뭐 그 살인마는 지성이나 교양은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그냥 정신 이상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 0.0001초 스치고 지나갔다. 선택의 기회도 없이 다른 사람이 정해준,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는 길을 살면서 느꼈던 압박감과 죄책감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게 아닐까? 누군가 옆에서 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다면, 그런 짓을 하기 전에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이 영화의 후반부는 진짜 사람 똥줄 타게 만든다. FBI 특수 부대와 스탈링이 각각 다른 곳을 추적하는데, 두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특수 부대원들이 허탕을 쳤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스탈링은 위험에 빠진다. 즉, 그녀를 도울 지원군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 꺼진 지하실에서 특수 안경을 낀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 스탈링의 거친 호흡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진짜 이 영화는 두 탁월한 연기자 때문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레드 드래건'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이건 명작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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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제임스 완 감독, 패트릭 윌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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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sidious: Chapter 2 , 2013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로즈 번, 패트릭 윌슨, 린 셰이, 타이 심킨스

 

 

 

 

  지난 편에서 어찌어찌 겨우 아들 달튼의 영혼을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 아빠 조쉬. 하지만 1편의 마지막에서 몸은 조쉬이지만, 그 영혼은 노파 악령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찜찜하게 끝이 났다. 이제 예전과 달라진 아빠 조쉬를 보면서 엄마 르네와 큰아들 달튼은 어린 두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영화는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래도 귀 안 막을래? 내 불협화음으로 네 신경을 잔뜩 거슬리게 해주지’라며 기이한 음을 자꾸 들려주는 배경음악과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하는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음악과 허를 찌르는 놀람은 진짜, 하아……. 감독이 그런 면에서 능숙한 것 같다. 천천히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다가 갑자기 ‘이건 훼이크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돌릴 여유를 주는 가 싶더니, ‘아까 그건 뻥이야!’라면서 화들짝 놀라게 한다.

 

  도대체 아기 보행기 하나로, 피아노 소리 하나로 어떻게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감탄만 나온다. 어쩌면 아가가 타고 노는 보행기가 이상하다는 것에서 자연스레 아가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아노는 아가와 엄마를 떼어놓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게 확실했고 말이다. 하여간 나중엔 보행기만 봐도 조마조마했다. 나 같으면 갖다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가정집에서 악령들이 출몰하고 있으니, 더 이상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엔 충분했다. 생각해보자. 잘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눈떴더니 내 주변에 흉측하게 생긴 귀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만 바라보고 있다면? 내가 유체이탈을 하면 내 몸을 빼앗으려고 말이다. 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 걸려 죽지 않는 게 다행일 것이다.

 

  또한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듬직한 아빠가 사실은 이전에 알고 있던 그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무시무시하기만 하다. 집안의 가장인 아빠가 진짜 아빠가 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악령이 쓰인 존재라면…….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른 차원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왜 그들이 이 가족의 몸을 원하는지, 그 노파 악령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진짜 조쉬와 가족들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서,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이 세상 모든 것에 확실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 자신의 존재마저,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마저, 내가 믿는 모든 것이 보이는 것과 다르거나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철학자들이 모든 것에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었구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무섭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 집엔 보행기나 피아노가 없다. 진짜 다행이다. 3편이 또 나올 분위기인데, 아마 또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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