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 패션으로 본 인문학 이야기
연희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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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패션으로 본 인문학 이야기

  저자 - 연희원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세계 역사 전집이 있었다. 지도와 사진, 그림과 함께 작은 글자가 아주 빽빽하게 적혀있던 10권이 넘는 책이었다. 당연히 어릴 적의 나는 작은 글자보다는 거기에 수록된 다양한 사진들을 더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드레스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들을 특히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리스 시대에는 남자들이 헐벗고 있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린 그림은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다 벗고 있었으며, 르네상스 이후에는 여자들이 옷을 안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냥 옷을 벗는 성별도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는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왜 그리스 시대에는 헐벗은 남자들 그림이 많았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있었다.



  저자는 그리스 시대의 지배계층인 재산과 참정권이 있는 남자와 고급 매춘부인 ‘헤타이라’, 그리고 남자들의 아내와 딸인 여자들과 노예로 나누어 각각의 패션을 설명하고 있다. 그 시절에 외모를 꾸밀 수가 있는 부류는 남자와 헤타이라 뿐이었다. 헤타이라야 남자들을 유혹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자가 외모를 가꾼다고? 여자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뭔가 많이 불공평하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예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경우에 그는 국가란 남자 시민들로 이루어져야 하고, 여자들은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집안일이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와 똑같이 운동을 하고 바깥일을 하는 스파르타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는 스파르타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온갖 방종과 사치에 탐닉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의 고급 매춘부인 헤타이라가 패셔니스타로 활동하는 것이나, 남자들이 자신을 꾸미고 심지어 멋진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나체로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건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역시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 나체로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건, 오직 남자들뿐이었다는 사실 역시 좀 웃겼다. 심지어 ‘프리네’라는 헤타이라는 연극에서 나체를 보였다고, 재판에 회부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체로 멋진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건, 오직 남자들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남자라고 해서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참정권이 없는 사람들은 제외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리스가 말한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 금권정치라든지 차별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런 부분까지 나누어놓았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단지 옛날 중국처럼 황제나 황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이나 신료들의 지위에 따라 관복색에 차이를 두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리스에서 한 건, 색차별보다 더 심했다. 지들은 매춘부 끼고 먹고 마시고 노는데, 그 음식이랑 장소 준비 다 한 부인이랑 딸은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라고 한 게 말이 되나? 아, 그래서 요즘은 술집이나 룸살롱으로 가는 건가?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고대 그리스 시대나 요즘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뭔가를 갖기 원했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그 뭔가를 따라하거나 갖기 원했다. 그리스 시대에는 차별되는 뭔가가 화장이었다. 지금은 화장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되었고, 다른 뭔가가 또 차별을 가르는 요소가 되었다. 예를 들면 집이나 자동차? 어쩌면 역사라는 건, 계속해서 차별적인 그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갖고, 그러면 또 다른 뭔가를 찾아내는 것의 연속인가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를 투쟁의 역사라고 하는 걸까?



  어린 시절의 궁금증을 거의 30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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