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음모
프랭크린 J. 샤프너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에이스필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Boys From Brazil, 1978

  원작 - 아이라 레빈의 ‘The Boys from Brazil, 1976’

  감독 - 프랭클린 J. 샤프너

  출연 - 그레고리 펙, 로렌스 올리비에, 제임스 메이슨, 릴리 팔머






  아이라 레빈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얼굴은 잘 몰라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하나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진짜 얼굴을 못 알아봤다. 분명 ‘그레고리 펙’인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고민을 좀 해야 했다.



  2차 대전 이후, 유대인 청년 ‘콜러’는 도망간 나치 잔당을 추적한다. 그는 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리버맨’에게 ‘요제프 멩겔레’와 그들의 음모에 대해 알려준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서방세계에 있는 94명에 달하는 65세의 남자공무원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멩겔레와 그 부하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리버맨은 콜러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던 중,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망자들에게는 20세 연하의 부인과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입양한 어린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리버맨은 멩겔레가 하려던 실험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리는데…….



  '요제프 멩겔레'는 실존 인물로, 히틀러 치하에서 여러 가지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의사이다. 다른 전범들이 나이가 들었어도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것에 비해, 그는 브라질에서 의사로 활동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1979년에 수영하다 사망했다고 하니, 할 거 다하고 살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죽은 것도, 제보를 받고 무덤에 있는 시체와 치아 기록을 비교해서 알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이 나온 것이 1976년이고 영화가 발표된 것은 1978년이니, 어쩌면 멩겔레는 자신이 악당으로 나오는 이 작품을 직접 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남 배우가 자기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기뻤을까? 아니면 영화의 결말을 보고 혀를 찼을까? 그것도 아니면, 왜 영화에서와 같은 실험을 시도할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워했을까? 원작자인 아이라 레빈은 아마 멩겔레가 수용소에서 주로 했던 생체실험의 대상이 쌍둥이나 임산부였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졌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물론 그 시대까지 남아메리카에서는 나치 잔당들이 버젓이 파티를 열고 대놓고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게 좀 미심쩍지만, 그 때는 그랬나보다. 그 당시 남미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다. 멩겔레와 일당의 회의를 엿듣던 콜러가 발각되어 쫓기는 과정은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고, 제거 대상이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는 과정은 안타까웠다. 특히 리버맨이 희생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첫 번째 집에 이어 두 번째 집을 갔을 때는 나도 놀랐다. 쟤 아까는 다른 집에 있었잖아? 그리고 사망자들의 공통점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순간에는 오싹했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건 아니겠지. 그런데 그게 맞았다. 그 순간 ‘와, 미친’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과연 그 실험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멩겔레는 이미 1940년대에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했다. 아는 것뿐만 아니라 성공도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는 세대를 뛰어넘는 천재라는 말인데……. 그런 것치고는 결말이 너무 약했다. 그 전까지는 진짜 조마조마 두근두근 초조초조했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리버맨과 유대인 조직 간의 갈등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멩겔레의 성공적인 실험 결과물인 9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유대인 조직은 그들을 다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했고, 리버맨은 위험 요소는 사라졌으니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걸까? 미래에 위협이 될 여지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다 죽여야 할까? 아니면 지금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버려둬야 할까?



  원작은 어떠했는지 읽어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절판이라니……. 도서관에도 없다니……. 예전에 서점에서 봤을 때, 구입해놓을 걸 그랬다. 마음에 드는 것이 생기면, 기다리지 말고 낚아채야하는 법인가보다.



  만약 지금 어디선가 멩겔레의 실험을 시도하려는 사람이나 조직이 있다면, 그들은 누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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