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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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uins, 2006

   작가 - 스콧 스미스






  영화 ‘루인스 The Ruins, 2008’의 원작 소설이다.



  ‘제프’와 ‘에이미’, ‘에릭’과 ‘스테이시’ 커플은 멕시코 휴양지에서 방학을 즐기고 있다. 우연히 만난 독일인 ‘마티아스’ 형제의 싸움에 대해 듣고, 그들은 마티아스의 동생을 찾으러 가기로 한다. 여기에 그리스인 ‘파블로’가 가세하여, 여섯 명은 정글에 묻혀있다는 유적지로 향한다. 그런데 트럭 운전수가 그들의 정확한 목적지를 알자 버럭 화를 내며 다른 곳으로 갈 것을 권유하고, 이에 에이미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 겨우 유적지에 도착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곳에 이미 가 있다던 고고학자 팀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근처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총과 화살로 무장하고, 그들이 유적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유적지 꼭대기에 올라온 그들은, 붉은 꽃이 피는 덩굴 속에서 사람들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책은 거의 540쪽에 해당하는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었는데, 어쩐지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휴양지에서 즐겁게 노는 일행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성격과 과거에 대해 아주 조금 맛보기로 보여줬다. 그리고 유적지에 고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들의 아픈 과거라든지 트라우마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유적지에 숨어있는 괴생명체가 서서히 그들을 압박해오는데, 으아…….



  끔찍했다.



  영화는 책에서 보여주는 공포와 쫄깃함의 반에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괴생명체의 영악함과 교묘함, 잔인함 등이 너무도 잔인하고 경악스러웠다. 정말 그런 생명체가 있다면, 생명체의 생존 본능이라는 건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식인을 하는 생명체라고만 표현되었지만, 책에서는 더 나아가 식인으로 인해 지능이 발달해가는 과정까지 보여줬다. 그 때문에 괴생명체는 물리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공격까지 가능했다. 물과 식량의 부족, 폭우와 추위 속에서 그것들의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하나둘씩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져가는 일행을 옆에 두고, 남은 생존자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의 정신은 조금씩 피폐해져갔고, 그걸 읽는 내 마음은 안타깝고 먹먹하기만 했다.



  앞부분에서 자신만만하고 활기찼던 그들의 모습과 중반 이후부터 보인 잔뜩 겁먹고 불안에 떨며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안 좋은 상황에 처하면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전에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갔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다 거슬리고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주도한 것은, 바로 괴생명체였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다시 깨달았다. 물론 소설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무척이나 실감나게 서술했다. 진짜 그 괴생명체가 지구 상 어딘가, 특히 정글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 잘했다. 반대로 했으면, 영화를 보면서 무척이나 화를 냈을 것이다. 영화를 먼저 봤기에, 멋진 책과 뛰어난 작가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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