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怪談のテ-プ起こし, 2016

  작가 - 미쓰다 신조






  분명 인쇄된 글자를 읽고 있는데, 마치 그 정경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그런 작가들이 판타지나 SF 소설을 주로 쓴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호러를 쓴다면 그건 좀 위험하다. 평소에도 호러 영화를 즐겨보기에, 그동안 봐왔던 영화 장면들과 책의 글자들이 합쳐서 기괴한 영상을 눈앞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뭐에 홀린 듯이 신간이 나오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작가가 있다.



  ‘미쓰다 신조’는 그런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읽고 나면 오늘 엄마랑 자야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읽으면서 자꾸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러면서 신간이 나오면 ‘어머 이건 꼭 읽어야해!’라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책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바로 표지 때문이다. 하아, 어쩜 표지마저 이렇게 오싹하게 만드는 건지. 내가 싫어하고 꺼려하며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는 유형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얼굴 모양이 이상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발 없는 미끄덩꾸물거리는 것들이고 말이다.



  책은 여섯 개의 이야기와 그들을 연결하는 막간과 서장과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야기 역시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재구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막간과 서장, 종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미쓰다 신조와 그의 편집자들이다. 마치 ‘진짜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건 그의 다른 책에서도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작가가 아직 건강하게……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으니 실화가 아니라 창작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 이건 다 허구이고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미쓰다 신조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는 자살한 네 사람이 죽기 직전에 남긴 유언장과 같은 테이프에 얽힌 이야기다. 읽으면서 어쩐지 그들이 자살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테이프 내용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연결 고리라고 할까? 그런게 느껴졌다.



  『빈집을 지키던 밤』은 읽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쁜 이야기였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그 방에 있던 건 누구였는지. 어쩐지 제물을 바치는 이상한 집단이 떠오르면서 영 뒷맛이 좋지 않았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주최자가 오지 않아 처음 보는 네 사람이 등산을 하는 내용이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경험하지 않을 사건이 펼쳐진다. 과연 그의 과대망상일까 아니면 진짜 뭔가 있는 걸까?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



  『시체와 잠들지 마라』는 읽으면서 언젠가 보았던 일본 공포 단편 드라마가 떠올랐다. ‘기묘한 이야기 世にも奇妙な物語’의 한 에피소드였던가? 그때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봐서 그러려니 했는데, 여기서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느낌이 색달랐다. 만약 내가 상상한 것이 맞는다면 으음. 아니길 빌어본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자연스레 표지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표지가 떠올라서 오싹했다. 표지처럼 생긴 사람이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던 주인공의 눈에 이상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일 조금씩 그녀의 집을 향해 오기 시작한다. 그것과 마주칠까 두려워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떨쳐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알고 당하는 것이 좋을까?



  여섯 개의 이야기 중에서 오싹한 것을 고르자면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책을 먼저 읽은 애인님의 선택과는 좀 다른데, 공포는 취향이니까. 덧붙이자면, 이젠 작가의 책에 면역이 되었는지 전에 읽은 ‘붉은 눈 赫眼, 2009’보다는 좀 덜 무서웠다. 엄마와 자야하나 말아야하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혼자 잤다. 혹시라도 편집부에서 이 리뷰를 읽는다면, 다음 책 표지는 좀 안 무서운 걸로 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아! 이 책은 6개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막간과 종장도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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