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Contracted, 2013
감독 - 에릭 잉글랜드
출연 - 나자라 타운센드, 캐롤라인 윌리엄스, 앨리스 맥도날드, 케이티 스티지맨
‘아이좀비 iZombie, 2015’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파티에서 우연히 약을 하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반인반좀비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다.
올 봄에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피부에 기생충 감염이 된 여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상대 남자의 정액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감염되었다는데, 그런 경우는 동물과 관계하거나 시체와 관계를 맺었을 때나 가능하다는 의사의 얘기가 덧붙여져 있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상대 남자가 영안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혹시 그가 시간(屍姦)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까라는 그런 이야기였다.
갑자기 저 위의 얘기를 왜 꺼냈냐면, 저 두 가지가 결합하면 이 영화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늦게 나온 거냐? 그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2013년도에 나왔고, 드라마는 2015년, 시체를 좋아할지도 모르는 남자 얘기는 2017에 벌어진 사건이다. 음, 영화 대본을 쓴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선견지명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은 몰랐지만, 그런 얘기는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고 봐야 할까?
영화의 시작은 영안실에서 금방 죽은, 예쁘고 젊은 여자 시체와 관계를 갖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파티장으로 화면을 바꿔, 어쩐지 시큰둥한 표정의 주인공 ‘사만다’를 보여준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접근한다. 그녀는 모르지만, 시작 부분을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혹시?’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어쩐지 헤어스타일이라든지 턱선이 비슷하다. 거기다 차에 달린 액세서리까지 보면 확실하다. 하여간 그녀는 그가 준 음료를 마시고, 그와 관계를 갖게 된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사만다의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너무도 끔찍하게 변하는 자신의 외모를 숨기고자 가족은 물론 친구와 연인까지 멀리하던 사만다. 그 때문에 모두에게 오해를 사고 급기야 연인에게서 결별 통지까지 받는다.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사만다는 정신적으로도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그러니까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이성과의 섹스는 멀리하고, 안전하게 동성애를 하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만다는 동성애자로, 남자와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병에 걸리지도 않고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연 파티라서 안심하고 놀았는데, 처음 보는 남자가 준 음료를 마시고……. 음, 그런데 그녀가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그가 강제로 했으니 그건 강간이잖아! 역시 반항 못하는 시체와 관계를 갖는 놈답다. 살아있는 여자라도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관계가 가능한 모양이다. 그래서 자기가 갖고 있던 음료를 줬구나!
영화는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강간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상한 병까지 걸린 주인공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결국 연인과 헤어지고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병원에서는 그녀가 문란한 성행위를 해서 병에 걸린 것처럼 바라보고, 급기야 그토록 원했던 플로리스트의 꿈조차 버리게 된다. 아, 완전 미친 새끼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버렸다. 거기다 결말 부분은 슬프기까지 했다. 보면서 ‘어떡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녀가 변해가는 과정이 좀 끔찍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그녀가 믿었던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자신의 몸과 정신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무서우면서 동시에 마음이 안 좋았다. 인간과 좀비가 서로 죽고 죽이는 영화도 재미있지만, 이런 스타일도 괜찮았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더 오싹하다. 영화에서는 좀비로 변하는 것을 보여줬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사만다는 좀비로 변해도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