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 殺し屋.com (2013

  자가 - 소네 케이스케







  인터넷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 정보의 유출을 쉽게 만들었다. 이 두 조건은 범죄의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만 있어도 범죄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인데, 두 개가 다 갖춰줘 있으니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 물론 범죄자들에게만 좋지, 일반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좋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인터넷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사이버 범죄를 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알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인터넷 사이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암살자 닷컴’이라고 하여, 게시판에 의뢰가 들어오면 암살자들이 입찰을 해서 낙찰을 받는 형식인 사이트가 등장한다. 서로 낙찰을 받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한다는 말은, 그만큼 암살자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활동하는 암살자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프로페셔널로 여러 가지 총기류를 다루고 몰래 건물에 숨어들어가 잠복을 하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복지사로 활동하는 가정주부나 무능력하다 평가받는 경찰 등이다. 그나마 킬러 같은 인물은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자칼’이다.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유명한 소설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1973’에 나오는 킬러의 이름을 딴 모양이다.



  암살자 얘기라고 해서, 평범한 이웃인 사람들이 냉철하게 사람을 죽이는 내용을 상상하고 읽는다면 오산이다. 책은 그런 것보다는 그들이 왜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작가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은근슬쩍 보여주고 있었다.



  형사가 주인공인 『사부리 고로의 결단』에서는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높이 치솟는 등록금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간성이 매몰되는 학생들, 그리고 자신의 승진을 위해 다른 직원들을 괴롭히는 직장 내의 위계질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또한 『훼방꾼』에서는 경제 위기로 인한 대규모 실직 사태와 이에 따른 생활고를 다루고 있다.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한다는 주인공의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보여주는데, 자칫 잘못하면 그녀의 주장에 동조할 뻔 했다. 위험했다. 하여간 작가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칼의 타협』에서는 정의를 빙자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비난한다.



  위에서 적은 걸 보면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들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읽어보면 또 그렇지 않다. 문장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재미있는 문장도 간간히 섞여 책장이 쉽게 술술 잘 넘어간다.



  그런데 그렇게 속도감 있게 읽다가 『에필로그』를 보면, ‘헐?’하는 놀라게 된다. 그 앞선 이야기인『어린 의뢰인』을 보면서 이름이 익숙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렇게 연결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시를 다 발라냈다고 안심하고 생선구이를 마구 흡입하다가 예상치 못한 큰 가시 하나를 씹은 느낌이었다. 막판에 이런 충격을 준비하다니, 이 작가 어쩐지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되면 이 사람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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