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plit, 2016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조이, 헤일리 루 리차드슨, 베티 버클리

 

 




 

  소재도 재미있을 것 같고, 감독도 좋게 보는 사람이라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나이트 샤말란’은 이제 한물갔다고 하지만, 난 망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으니까.


  딸의 생일파티를 끝내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려던 아버지가 습격당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차에서 기다리던 세 명의 소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납치당하고 만다. 정신을 차린 그들을 맞이하는 건, 한 명의 남자. 그런데 이 사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어느 날은 결벽증이 있는 냉정한 남자로 말하다가, 다른 때는 요염한 여자처럼 얘기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칭얼댄다. 이 남자의 이름은 ‘케빈’으로 무려 23개나 되는 인격이 몸속에서 공존하는, 흔히 말하는 ‘다중인격’ 즉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갖고 있는 정신질환자였다. 탈출을 시도하던 ‘클레어’와 ‘마르샤’는 독방에 갇히고, 혼자 남은 ‘케이시’는 어떻게든 케빈의 다른 인격을 달래 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케빈을 오랫동안 상담 치료하던 ‘플레쳐’ 박사는 어딘지 모르게 그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는데…….


  다중인격이라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는데, 거기에 감독인 자극적이면서 관심이 가는 여러 가지 소재를 적절하게 집어넣었다. 예를 들면 케빈이 어떻게 다른 인격들을 갖게 되었는지, 케이시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리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과거의 영상들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감독은 다중인격인 경우 각각의 인격에 따라 몸의 형질이 바뀐다는 가설을 확장시키면서 얘기를 이끌어갔다. 그 때문에 어떤 인격은 미술적인 감수성이 풍부했고, 또 다른 인격은 당뇨병이 있었다. 거기에 감독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24번째 인격을 만들어냈다. 그게 진짜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와…….


  케빈과 케이시, 케 남매(?)의 상처를 보면서,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에서 주인공 꼬마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었고, ‘빌리지 The Village, 2004’의 사람들은 폭력적인 세상을 떠나길 원했다. ‘해프닝 The Happening, 2008’에서도 인간에 의해 고통 받던 자연이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고, ‘더 비지트 The Visit, 2015’의 남매 역시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로 아픈 과거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아픈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앞으로 더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꼭 평화적으로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해프닝과 이번 작품은 상당히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가해자였다가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그걸 깨닫지 못했다. 해프닝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되갚아줬지만, 이번 작품은 좀 달랐다. 케빈은 확실히 폭력으로 보복을 했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선량한 인격을 말살시켜야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보다 더 독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케이시는 좀 달랐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가 어떤 말을 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열린 결말처럼 끝맺었지만,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단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과격한 방법은 쓰지 않겠지만,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되갚아줄 것 같았다.


  이번 작품은 케빈 역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이 참으로 훌륭했다. 각각의 인격을 확실히 구별해서 보여주었다. 어린 인격을 연기할 때는 앞니가 빠진 아이들의 혀 짧고 발음이 새는 억양으로 대화했고, 여자를 연기할 때는 손가락 마무리까지 다소곳하니 우아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안경을 낀 냉정한 납치범일 때와 자유분방한 예술가일 때는 같은 옷이지만 옷매무새와 눈매마저 차이를 뒀다. 물론 억양이나 말투가 다른 건 기본이다. 이 영화에 별점을 높이 준 이유에는 그의 연기가 한몫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면 두 명의 반가운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감독인 샤말란이고, 다른 한 명은 비밀로 해두겠다. 그리고 그가 한 대사 역시 비밀이다. 후훗후훗후훗


  참, 이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빌리 밀리건’이라는 실존했던 다중인격 범죄자에 대한 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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