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전편 - 사건
나루시마 이즈루 감독, 이타가키 미즈키 외 출연 / 다일리컴퍼니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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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olomon's Perjury, ソロモンの偽証 前篇・事件

  감독 -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 후지노 료코, 이타가키 미즈키, 이시이 안나, 시미즈 히로야

 

 






 

 

  12월 25일. 조토 3중학교 후문 화단 근처에서 눈 속에 파묻힌 2학년 ‘가시와기’의 시체가 발견된다. 발견자는 같은 반인 ‘료코’와 ‘노다’. 토끼 사육장 청소를 위해 일찍 등교하던 참이었다. 학교와 경찰은 자살로 결론짓지만, 새해가 되면서 익명의 고발장이 전달된다. 같은 학년의 ‘오이데’ 패거리가 그날 밤 가시와기를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조사를 한 경찰과 학교는 투서의 내용이 거짓이며 또한 누가 보냈는지 대충 파악하지만, 학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덮어버리기로 한다. 하지만 그 고발장이 방송국에 보내지면서, 사태는 심각하게 변한다. 오이데의 집이 부자이고 그동안 그가 일으켰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돈으로 무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혹시 학교에서 일부러 사건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새 학년이 되어도 학생들의 의혹과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사태를 지켜보던 료코는 그동안 방관자로 지냈던 자신을 버리고, 학생들만의 재판을 열기로 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책은 세 권이지만, 영화는 두 편이다. 소설은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지만, 영화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먼저 보기로 했다.

 

 

  영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고, 그만큼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만큼의 오해와 갈등과 원한이 들어있었다. 그런 감정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움 받고, 함정에 빠지고, 외면하고, 거부당하고, 분노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서로 말 못할 비밀을 갖고, 그걸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나고, 답답했다.

 

 

  외모 때문에 오이데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주리’와 ‘마츠코’. 그 둘이 길에서 짓밟히는 장면을 보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둘이 오이데에게 원한을 품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주리의 엄마가 딸의 바람대로 피부과 치료를 받게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해줬다면? 그랬다면 오이데에게 괴롭힘을 덜 당하지 않았을까? 오이데 역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맞고 자라지 않고, 사랑받고 컸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만약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던 주리와 마츠코를 외면하는 대신에 도와줬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영화는 ‘방관자’와 ‘위선자’라는 가시와기의 말을 통해 폭력에 대처하는 태도를 말하고 있다. 알면서 보기만하는 방관자와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외면하는 위선자. 영화는 여기에 한 부류의 사람을 더 추가했다. 그것을 유흥거리로 생각하고 더 부추기는 류이다. 언론이 그런 역할을 했다. 고발장의 진위를 구별하기보다는 학교를 비난하고 책임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고, 나중에는 고발장을 거짓으로 보낸 학생을 찾아내 비난하려고 했다. 사태를 둘러보거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는커녕,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한다. 어른들의 세상이 추악하고 더러운데, 그걸 고스란히 지켜보는 아이들의 세계가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다. 어른들은 언제까지나 아이들이 자기들의 말을 잘 듣고 순수할 것이라 맹목적으로 믿었다. 그게 문제였다. 아이들도 감정이 있었고, 생각이 있었고, 마음속에 순수함과 악이 공존했다.

 

 

  고발장을 보낸 사람은 밝혀졌지만, 가시와기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과연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않은 아이들만의 비밀이 드러날 지, 아니면 어른들의 사회처럼 은폐되고 축소될 지 의문이다.

 

 

  아! 빼먹을 뻔 했다.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가시와기의 사체를 발견한 두 학생의 모습을 위에서 찍은 부분은 하얀 눈의 세상과 검은 교복이 대비되면서 멋지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마츠코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세차게 내리던 비가 아스팔트 위에서 튀기는데 흐르는 빗물이 서서히 검붉게 변하는 장면 역시 멋졌다. 사고 당한 사람의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중상을 입었다는 걸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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