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숲 속에서 Best 그래픽 노블 시리즈 1
에밀리 캐롤 글.그림, 김선희 옮김 / 책빛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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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rough the Woods, 2014

  작가 - 에밀리 캐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체도 멋지다는 평을 들었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기대는 택배 포장지를 뜯고 표지를 보자마자 더 높아졌다. 이 책의 표지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커다란 태양과 그에 대비되는 검은 나무들. 그리고 흰색으로 표현된 나뭇가지들은 얼핏 보면 비쩍 마른 손 같았다. 파란 망토를 쓴 사람이 종종걸음으로 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그 손들이 잡아챌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 이 책은 여섯 개의 이야기 이루어진 공포 단편 그래픽 노블이다.

 

 

  『내 이웃의 집』은 사냥을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세 자매의 이야기다. 사흘이 지나도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웃으로 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셋은 집에 남는다. 그리고 그 날부터 한명씩 아프더니 어느 남자가 찾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으아, 오싹하다. 사라진 자매를 찾아 집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에 누군가 숨어있다.

 

 

  『차가운 손의 여인』은 부잣집에 시집을 간 한 소녀의 이야기다. 밤마다 집안에서 들려오는 처량한 노래 소리에 그녀는 불안해하고, 마침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제일 인상 깊은 것은 노래가 저택에서 뚝뚝 떨어진다는 문장이었다. 그림 역시 진짜 노랫소리가 집안 곳곳에서 떨어지는 듯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과 글의 조화가 멋진 이야기였다.

 



  『형의 얼굴은 붉다』는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큰 모양이다.

 

 

  『내 친구 재나』는 귀신을 보는 소녀 ‘이본’과 귀신을 보는 척 하는 소녀 ‘재나’의 이야기다. 어느 날부턴가 이본은 재나의 주위에서 이상한 것을 보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재나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데…….

 

 

  『보금자리』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서 아빠를 잡아간 이상한 존재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소녀 ‘벨’이 주인공이다. 오빠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시골 농장으로 향한 벨. 그런데 그곳에서 그녀는 이상한 것을 보게 되는데……. 제일 징그러운 그림이 나오는, 바디 스내쳐 류의 이야기였다.

 

 

  『마지막 이야기』는 빨간 두건과 늑대 이야기의 변형이었다. 밤의 숲 그림이 너무너무너무 멋졌다. 그런데 왜 밤에 아이를 숲을 통과해서 엄마 집으로 보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한 아빠다. 하여간 그건 넘어가고, 마지막 부분이 후덜덜했다.

 

 

  어떤 이야기들은 영화로 만들어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이지만 충분히 장편으로 만들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음, 아니다. 괜히 길게 만들어서 이 책에서 보여줬던 오싹함과 기괴함 그러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장면들을 지루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 그건 패스. 그냥 이 작품 자체로만 즐기는 게 낫겠다. 그것만으로도 멋진 책이니까 말이다.

 

 

  음, 큰일 났다. 어제 ‘혁명하는 여자들 Sisters of the Revolution, 2015’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달의 큰 수확이라고 했는데, 이 책도 그 정도로 재미있다. 이 두 권을 읽은 게 1월의 보람이라고 말을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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