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 Z - 아빠가 그리워지는 영화

월드 워 Z (1disc)
마크 포스터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2월

  원제 - World War Z, 2013

  감독 - 마크 포스터

  출연 - 브래드 피트, 미레일리 이노스, 다니엘라 케르테스, 제임스 뱃지 데일

  이상 기후의 발생과 함께 고래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을 공격해서 물어뜯어 죽이는 것이다! 게다가 공격당했던 사람도 되살아나 또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도 전에, 이 사태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급속도로 번진다. 다행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책을 마련하려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하니 해결책도 찾을 수도 없다.

  브래드 피트는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준다는 조건으로 바다 위에 있는 항공모함으로 가족들을 피난시킨다. 그리고 천재 바이러스 과학자와 함께 한국으로 출발한다. 남한의 미군기지에서 처음 ‘좀비’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왔다는 이유였다. 그곳에서 실마리를 찾은 브래드 피트는 다시 이스라엘로 향하는데…….

  영화는 상당히 비정했다. 항공모함에서 안전하게 머물기 위해서는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해야했다.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면 배에서 내려야했다. 그 때문에 브래드 피트는 가야했다. 가족을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나중에 그가 사고를 당해 연락이 두절되자, 아!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음, 처음부터 항공모함에 태워주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태워주는 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사건이 터지기 전에 헬리콥터들이 많이 보인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설마 주요 인사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거였을까? 그런 거였다면 왜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려는지 알 것 같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변하는지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 원인을 알아야만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했지만, 브래드 피트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임시방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처리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무서운 게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가장의 책임감은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영화 내내 브래드 피트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다. 심지어 비행기에 구멍도 내고, 모르모토가 되길 자처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해결책을 찾아내야 가족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 잠시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슬쩍 본다.

  이 작품의 좀비는 대단했다. 뛰고 달리고 점프하고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좀비가 되면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빨라지는 건지, 아니면 원래 잘 달리던 사람들이 죽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빨리 달리는 사람들만 골라서 좀비가 된 건 아닐 테니까, 변신하니 빨라진 모양이다. 처음 좀비가 영화에 나왔을 때는 뛰기는 커녕 느릿하게 걸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도 진화를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는 칼 루이스 뺨칠 정도로 잘 달린다. 역시 진화론! 역시 찰스 다윈!

  결말은 2편이 나올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 게 아니고, 언제나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뻔해서 다음 편을 과연 볼까 싶다. 애인님이 같이 보자고 하면 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시간 내서 혼자 보러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진짜 저런 좀비들이 존재한다면, 난 느려서 금방 잡힐 것이다.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적어보지만, 난 안다. 작심 3시간이 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