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Our House, 2018
감독 - 앤서니 스콧 번스
출연 - 토마스 만, 니콜라 펠츠, 퍼시 하인즈-화이트, 케이트 모이어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두 동생 ‘맷’과 ‘베카’를 돌봐야 하는 가장이 되어버린 ‘이선’.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한 전기 유도 기계에 대한 열망은 포기할 수 없어서, 낮에는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차고에서 실험을 계속한다. 다행히도 같이 연구하던 ‘한나’가 도와주면서 실험은 진전을 보인다. 옆집에 사는 노부인은 가끔 간식을 만들어주고, 이웃인 ‘톰’ 역시 간간이 삼 남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베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대화를 하면서 ‘앨리스’라는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한다. 맷 역시 집안에서 누군가 있다는 흔적, 특히 부모님이 같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여겼지만 이선과 맷, 그리고 한나는 그 일이 벌어진 것이 실험이 시작된 후부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과학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아마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에게는 인기 있는 설정일 것이다. 온갖 기계장치로 유령을 물질화시켜 잡아 가둔다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1984’도 그랬고, 약물과 기계로 죽음 이후의 단계를 접해보겠다는 영화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이 우선 떠오른다. 이 외에도 영화 ‘라자루스 The Lazarus Effect, 2015’처럼 죽은 자를 되살린다거나, 당장은 생각이 안 나지만 과학으로 악마와 대결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 영화 역시 전기 유도 기계 실험으로 초자연적인 존재와 만나게 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주인공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영화는 초반에는 부모의 부재로 인한 자녀들의 갈등과 혼란을 보여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실험 때문에 미루는 바람에 그 일을 부모가 대신하다 사고가 났다는 죄책감과 갑작스럽게 가장이 된 책임감,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까지, 이선은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면서 어떻게든 해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사춘기인 맷은 부모의 죽음을 수긍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나사 빠진 사람처럼 게임에만 열중한다. 막내 베카는 아직 어리기에 죽음이 뭔지 모르지만, 낯선 존재들과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아직 누군가의 돌봄이 절실했던 맷과 베카는 그 존재들이 부모라고 생각하고 믿었으며 행복해한다.
그렇게 영화는 중반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는 ‘응?’하면서 의심과 추측을 할 수 있게 그 존재들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던져주긴 한다.
그리고 후반 20여 분을 남겨두고, 영화는 속도를 높인다. 아직 아이들이 어렸기에, 조마조마하게 본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죽음에서 돌아온 존재들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나중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아이들은 또 어떤 상처를 받을지 우려가 되었다. 그렇게 행복해했는데…….
어쩌면 이 작품은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일에서 어떻게 자신을 추스르고 앞으로 나가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고난을 겪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 뭔가 찜찜하다. 흥행에 성공하면 2편을 만들 계획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