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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아이덴티티
브래드 앤더슨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Eliza Graves, 2014
감독 - 브래드 앤더슨
출연 - 케이트 베킨세일, 짐 스터게스, 벤 킹슬리, 마이클 케인
의과대학생인 ‘에드워드 뉴게이트’는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에서 견습의 과정을 수행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그는 ‘일라이저 그레이브스’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우연히도 에드워드는 대학에 있을 때, 히스테리 증상을 가진 환자의 예로 수업 시간에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일라이저와 가까워지는 뉴게이트. 그런데 그녀는 은밀히 그에게 스톤허스트를 떠나라고 얘기한다. 직원 모두가 다정하고 유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함을 느낀 뉴게이트는 병원의 지하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병원장 ‘램’ 박사가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되는데…….
특이하게 제목이 하나가 아닌 작품이다. 구글 이미지를 검색하면, 똑같은 포스터에 다른 제목이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원제라고 적혀있는 것 외에도, ‘Stonehearst Asylum’이라는 제목이 적힌 것도 있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단편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읽었다는 기억이 없는데 내용을 아는 작품이 있다. 이 영화도 그런 경우였다. 원작 소설을 읽었다는 기억이 없는데, 왜인지 병원의 비밀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어렸을 때 제목이 뭔지 정확히 모르고 단편을 읽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제작진이 평범하고 정직한 흐름을 갖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병원의 비밀보다는,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다른 비밀이 더 놀라웠다. 아! 혹시 제작진이 반전이라고 둔 것이 그 사람의 정체였던 걸까? 그런 거라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그 시대의 병원이나 환자에 대한 묘사가 더 끔찍했다. 이미 몇몇 다른 작품에서 그 당시 의학 기술이 지금과 비교해 얼마나 열악하고 뒤처져있는지 들어왔지만, 여기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좀 놀라웠다. 특히 초반에 환자를 학생들 앞에 끌고 와서 교수가 하는 말이 황당했다. 히스테리에 걸린 환자라는데, 그 처방이 헤로인 투약이고 히스테리의 원인이 가슴이나 허벅지 안쪽 내지는 난소에 있다고 강의하는데 이건 뭐……. 저런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면 없던 병도 생길 거 같았고, 정상인도 환자가 될 거 같았다. 아, 하긴 저 때는 멀쩡해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하던 시대니까. 영화 초반에 강의실에 환자를 데리고 나와 학생들에게 구경시키는 장면이 참으로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요즘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환자를 강의실로 끌고 왔지만, 지금은 의사들이 이 병실에서 저 병실로 우르르 몰려다닌다는 게 다르다는 것 정도?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병원의 실태, 거의 고문에 가까운 치료,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상 등등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오싹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지금은 저 때보다는 낫지 않아?’ 내지는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를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호러 스릴러 적인 면보다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강한 영화였다. 그리고 사랑의 힘이란 대단하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