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appy Death Day 2U, 2019
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출연 -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루사드, 피 부, 루비 모딘, 수라즈 샤르마
지난 1편에서, 자신의 생일날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루와 자신의 죽음에서 겨우 벗어난 ‘트리’. 자신을 도왔던 ‘카터’와 함께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카터의 룸메이트였던 ‘라이언’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학교 마스코트인 베이비 인형 탈을 쓴 누군가가 라이언을 죽이려고 하고, 죽는 순간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경험자인 트리는 그를 돕기 위해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드는데…….
영화는 유쾌했다. 중간에 꼭 저래야 했을까 싶은 장면도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유쾌했다. 살인마가 나오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공포라기보다는 코믹 SF 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략적인 내용을 위에 적어놓긴 했는데, 저건 초반 20분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가 저 이후 등장하는데, 그걸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패스했다. 하여간 왜 1편에서 트리가 하루를 반복했는지 나름 설명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난 뼛속까지 문과라서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게 있었고, 그 때문에 트리는 선택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 그녀가 보여준 감정의 변화가 중점이었다. 1편에서 진짜 나쁜 XX이었던 트리는, 계속되는 하루 속에서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고, 그것을 반성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2편에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남을 도우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짝 눈을 돌리면 살인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희생된다는 사실에 트리는 맞서기로 한다. 그 전까지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면, 이제는 남까지 챙기면서 살아남기로 한 것이다.
영화는 1편의 인물의 거의 다 그대로 나오고, 라이언의 연구실 동료와 학장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신규 캐릭터의 개성도 확실히 드러나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다. 또한, 1편의 몇몇 장면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1편을 기억하며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중간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과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비지스의 Stayin’ Alive 리메이크 버전도 잘 집어넣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어쩜 그리도 분위기에 걸맞은 노래인지…….
트리 역을 맡은 배우는 1편과 마찬가지로 아주 뻔뻔스럽게 죽음을 연기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자아내는 연기도 좋았다. 죽음은 장난스럽지만, 이별은 서글펐다. 그러면서 코믹한 분위기도 상큼발랄하게 보여주는 것이, 귀여웠다.
꼼꼼히 따져보면 이야기 구성에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보는 동안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다가 끝나버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