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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데스
Adam Schindler 감독, 로리 컬킨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8년 8월
평점 :
원제 - Intruders, Shut In, 2015
감독 - 아담 쉰들러
출연 - 베스 리스그래프, 로리 컬킨, 레티샤 히메네즈, 잭 케시
병든 오빠를 간호하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애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녀는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오빠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슬픔에 잠겨있던 중, 그녀의 재산을 노린 도둑들이 침입한다. 그들은 애나가 당연히 장례식에 갔을 거로 생각했기에, 그녀를 보자 깜짝 놀란다. 그녀는 역시 그들에게 정보를 흘린 사람이 오랫동안 식품 배달을 하며 친분이 있던 ‘댄’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도둑들은 애나를 묶어두고 돈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며 윽박지르며 집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집에는, 애나와 오빠만이 알고 있던 비밀이 있었는데…….
애나 역을 맡은 배우가 낯익다. 아, 드라마 ‘레버리지 Leverage, 2012’에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도둑 ‘파커’ 역을 맡은 배우다. 거기서 훔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파커가 점차 인간화가 되어가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다. 여기서는 반대로 그녀의 집에 도둑들이 침입해서, 반격하는 역할이었다.
영화는 애나가 집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기에, 거의 모든 일이 집 안에서 벌어진다. 일 층과 이 층, 그리고 지하를 오가면서 애나와 도둑들은 숨바꼭질을 벌인다. 집 밖에서는 한 걸음만 내딛어도 기절하다시피 하는 애나였지만, 집 안은 그녀의 영역이기에 어느 정도 맞설 수 있었다. 그랬던 이야기는 애나와 오빠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조금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그건 아주 중요한 반전이기에 뭐라 말을 할 수 없지만, 하여간 그걸 통해 왜 애나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꺼리는지 밝혀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녀가 마음을 터놓은 사람은, 하루 한 번 오는 식품 배달원인 댄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이나마 믿고 의지했던 댄이 집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밝히고 도둑들이 침입하게 도왔으니……. 댄이 애나가 장례식장에 가서 집에 없을 거로 생각했다며, 다치게 하지 말라고 도둑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긴 했지만, 이미 신뢰가 사라진 지는 오래였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해야 할까? 애나에게 댄은 오빠 외에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이었지만, 댄에게는 그냥 평범한 고객님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가금 인터넷에 서비스 직원이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설레발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 간혹 보인다. 애나도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사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누군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혹시 자신에게 관심과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오해하고 착각하고 망상에 빠지는 그런 경우 말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엔 믿을 사람 없고, 누군가 이유 없이 관심과 호의를 베풀면 의심해봐야 하나 보다. 어디선가 자기 자신도 의심해야 한다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하긴 매년 다짐하는 내 의지와 기억력은 믿을 수 없으니까.
하여간 SNS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상대를 믿고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밝히는 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러지 않으면, 애나처럼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과 쌓은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중후반에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 살짝 드는, 액션 장면이 다소 심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아! 영제로 검색하면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많이 나온다. 푸르스름한 배경에 한 소녀가 그려진 포스터의 ‘The Intruders, 2015’, 깨진 유리 조각과 여러 사람이 담긴 포스터의 ‘The Intruders, 2009’ 그리고 눈과 입이 없는 포스터의 ‘Intruders, 2011’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