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ereditary, 2018

  감독 - 아리 애스터

  출연 - 토니 콜레트,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밀리 샤피로







  ‘애니’의 집안에는 유독 정신 이상으로 인한 자살자가 많았다. 우울증이 있던 아버지는 스스로 굶어죽었고, 오빠는 어머니가 뭔가를 자신에게 넣으려 했다며 자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주일 전 그녀는 이상한 종교를 믿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렀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 뭔가 음울한 기운이 흐르고, 그 여파는 애니의 아들인 ‘피터’와 딸인 ‘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시절 할머니가 봐줬다는 찰리는 대낮에 갑자기 할머니의 환상을 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 갔던 피터와 찰리에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애니의 가족들은 상상도 못할 일에 부딪히는데…….



  처음에는 유령이 나오는 심령물일까 생각했고,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정신병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족의 이야기일까 추측했다. 그러다가 역시 심령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영화는 아주 느릿하게 진행이 되었다.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이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게 만들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뭇거리는 행동이라든지,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으며 눈물이 고이는 눈동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따라 천천히 변하는 표정, 그리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그 서글픈 장면까지, 별다른 말없이 심경의 변화라든지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사실 가족들이 식탁에서 감정을 표시하는 장면에서는 너무도 슬퍼서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나보다. 물론 그러면서 ‘이 영화는 가족 힐링물이 아니라, 공포물이야.’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려는 듯이, 중간 중간에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숨어있었다.



  영화는 계속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들게 했다. 아마 배경으로 낮게 깔리는 둥둥 소리가 신경을 자극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힘겨웠다. 차라리 그냥 귀신이나 괴물이 우르르 등장해서 쾅쾅 부수거나 비명을 지르게 하면 좋으련만, 너무도 잔잔한 가운데 처절한 상황으로 이끌었다. 다음 장면에서 뭔가 불길한 일이 확실히 벌어질 거라는 최악의 상상만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무섭다기보다는 불편했다. 다른 공포 영화들은 어떻게든 유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만 줄 뿐이었다. 희망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극의 분위기는 암울했고 우울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극을 이끌어가는 애니의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렸기에, 보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어쩐지 그녀가 하는 일이 다 잘못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만 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두 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스티븐 킹’과 ‘아이라 레빈’의 소설인데, 제목을 말하면 스포일러 같아서 말하지 않겠다. 제목을 말 할 수 없는 두 소설의 설정을 적절히 잘 섞어서 나온 게 이 영화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잔잔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간에 숨어있는 힌트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후반부에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감독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들은 얘기를 해줬지만, 자질구레한 힌트들은 그냥 보여주는 것으로 넘어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애인님과 얘기할거리가 꽤 많았다. 게다가 애인님이 다른 가설을 내세웠는데, 그러면 결말이 완전 달라질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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