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3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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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작가 - 김재희




  이상과 구보가 함께 해결한 사건 세 번째 묶음집이다. 모두 일곱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었고, 이번에도 무척이나 위험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통영 해저터널에서 사라지다은 갑자기 사라진 화가에 관한 이야기다. 위작 파문이 있던 유명 화가가 사라지고, 그의 여동생이 사건을 의뢰한다. 이상과 구보는 화가를 찾아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데…….



  『해섬마을의 불놀이야』는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집안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사망 사건과 이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소문 그리고 오래 전에 있었던 비극적인 일이 밝혀진다. 가족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아가는 꼭두각시처럼 여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문화주택에 사는 그림자 아이』는 가족 간의 불화가 빚은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레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여인과 아이들 때문에 부인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부모에게서 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대립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훈육과 사랑의 매, 그리고 체벌의 차이는 무엇이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후쿠오카의 지옥 온천여행』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사건에 휘말린 두 사람을 그리고 있다. 수련을 온 명상 단체와 같은 여관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상은 그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기이한 의뢰를 하러 온 스님』은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주지 스님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사찰에 도착한 구보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전쟁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걸 확인시켜준 단편이었다.



  『기적 소리와 함께 깨어난 야생화』는 기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학회에 발표할 한국의 야생화를 갖고 가던 학자와 같은 칸에 앉게 된 두 사람. 그런데 갑자기 기차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희귀 야생화가 사라진다. 과연 누가, 왜 살인을 하고 꽃을 훔쳐갔을까?



  『경성 치과의사들의 비밀 의식』에서는 프리메이슨과 백백교가 등장한다. 이상과 구보가 어릴 때부터, 특히 이상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백백교의 교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는 나에게 그들의 의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의도가 좋아도 과정이나 수단이 옳지 않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백백교와 이상은 대립하게 되고, 구보는 엄청난 위험에 빠진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구보의 후손이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은 그야말로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사람으로 나온다. 그냥 쓱 둘러보기만 하면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인맥도 곳곳에 닿아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논리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성격으로 표현된다. 그에 비해 구보는 소심하고, 남의 말에 잘 휘둘리고, 글이 안 풀려 징징대고, 겁 많고, 이상이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사건의 진상은커녕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다. 이상이 너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너무 미숙해보였다. 이럴 바에는 굳이 구보라는 실제인물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을 창조하는 게 낫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는 1,2권과 달리 마지막 이야기가 이상이 죽은 후 구보가 회상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패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백백교와 두 사람의 인연이 또 어떤 사건을 만들어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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