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The Shape Of Water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한글무자막)(4K Ultra HD + Blu-ray + Digital)
20th Century Fox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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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hape of Water, 2017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더그 존스







  애인님이 델 토로 감독의 광팬이라 당연히 봐야하는 작품이었다.



  1960년대, 언어장애를 가진 ‘엘라이자’는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일하는 시간에는 ‘젤다’와 함께, 집에 있을 때는 이웃에 사는 화가 ‘자일스’와 함께 매일 매일 즐겁고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에 괴 생명체가 실려 온다. 인간형의 외모지만 온 몸이 비늘로 뒤덮여있고, 초록색의 피부를 가진 그 존재에게 엘라이자는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연구소의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그 존재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엘라이자는 그 존재를 연구소에서 탈출시키려고 하는데…….



  영화의 분위기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상당히 동화적이었다. 예전에 본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The City of Lost Children, La cité des enfants perdus, 1995’라든지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2004’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감독의 전작들도 거의 다 비슷한 분위기이긴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엘라이자는 그 존재에게 사랑을 느꼈을까? 그 존재만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녀는 과연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었을까? 그러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용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포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핑계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어쩐지 장점이라곤 없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이 하는 말 같은데, 그건 내가 비뚤어져서일까? 과연 상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면서, 자신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있긴 하는 걸까?



  그리고 이건 약간 스포일러 같지만, 엘라이자의 목에 있는 상처가 혹시 아가미라면, 그녀가 그 존재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동족에 대한 이끌림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본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옛말의 증거가 되는 게 아닐까? 어쩐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왜 난 굳이 종족을 초월한 두 주인공의 사랑에 이렇게 이유를 붙이려는 걸까 의아해졌다. 역시 난 비뚤어져있는 모양이다.



  문득 동화 ‘인어 공주’가 생각났다. 이야기에서의 인어 공주는 왕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야 했다. 인어의 증표인 물고기 다리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었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잃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왕자의 사랑을 얻었는가? 그건 아니었다. 왕자는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 존재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인어의 모습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그를 알아봤다. 비록 둘 사이에 목소리를 통한 대화는 없었지만, 손짓과 몸짓 그리고 눈빛으로 상대방이 말하려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만약 이 영화의 두 주인공처럼 왕자가 눈치가 빨랐고 인어 공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면, 비극적인 결말은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사랑에도 눈치가 필요한 법이었다. 둘 다 사람 사이의 관계니까 당연한 거겠지.



  영상이 예뻤고 설정은 신선했으며 이야기의 흐름도 재미있었는데, 어쩐지 ‘와, 재미있었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괜찮다면서 한 번 볼만하다고 추천할 정도였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나에겐 치명타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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